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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월드컵] “골키퍼 손 타고 넘는다” 브라주카의 비밀
엔터테인먼트| 2014-06-20 09:32
-‘거미손’이 ‘기름손’ 된 이유는 브라주카 덕분?
-공격수들은 웃고, 수문장들은 곤혹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러시아전 대한민국의 선제골 장면. 교체 투입된 이근호가 후반 22분 강력한 중거리 슛을 때렸다. 중계진들의 반응은 여느 골처럼“이근호 슛! 고오오올!!“ 이 아니었다. “이근호 슛! 네... 우오와!” , “이근호 슛! 골키퍼... 어어엇? 오오!”

볼의 궤적상 골키퍼에 막힐것이라 예상했던 중계진들은 슛이 골키퍼의 손을 타고 넘어가자 그제서야 한 박자 늦은 환호성을 터뜨린 것이다. 예상치 못했던 골을 두고 외신들은 러시아 골키퍼에게 ‘최악의 실수‘라는 평을 쏟아냈다.

하지만 제2의 야신으로까지 불리던 러시아의 아킨페예프(28ㆍCSKA모스크바) 골키퍼가 과연 실수만으로 맥없는 골을 내준 것일까. 기본적으로 대한민국 ‘육군병장’의 슈팅이 원체 강력해 골키퍼 실수를 유발했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월드컵 공인구 ‘브라주카’의 도움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첨단 기술의 집합체인 공인구는 월드컵에서 경기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특히 이번 브라질 월드컵 공인구 브라주카는 역대 월드컵 공인구 중 가장 적은 6조각의 외피로 이뤄졌다. 이 외피조각의 갯수는 전형적인 축구공의 32개에서 점점 줄어들고 있다. 2006 독일월드컵 공인구 ‘팀가이스트’는 14개의 외피 조각으로 이뤄졌고, 2010 남아공월드컵 ‘자블라니’의 조각 수는 8개였다. 브라주카는 이보다 2개가 더 줄어든 것이다. 브라주카를 구성하는 외피 조각수가 적다보니 공이 완전한 원형, 구(球) 형태에 그 어느 때보다 가까워졌다.

또 브라주카는 공기저항으로 흔들림에 취약했던 자블라니에 비해 14g가량 무게를 늘리고 표면에 농구공과 같은 돌기를 만들었다. 이렇게 공기저항을 줄이면 공이 더욱 정확한 궤적을 그리게 될 뿐 아니라 슈팅 속도도 빨라지게 된다. 일본 쓰쿠바 대학 스포츠과학연구소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브라주카는 남아공월드컵의 자블라니보다 공의 속도가 20% 이상 빨라졌다.

따라서 이근호가 슛이 그리 빠르진 않았지만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날아갔기에 러시아 골키퍼의 손을 타고도 그대로 골라인을 넘을 수 있었던 것이란 설명이다.

뿐만 아니라 개막전 브라질 네이마르의 페널티킥도 크로아티아의 플레티코사(FK로스토프) 골키퍼가 방향을 읽어 손으로 쳐냈지만 그대로 통과해 골대로 빨려 들어갔고, 네덜란드 멤피스 데파이(PSV아인트호벤)의 호주전 결승골도 매튜 라이언(브뤼헤) 호주 골키퍼의 손을 맞고도 그대로 넘어가는 등 더욱 빨라진 브라주카가 이번 월드컵 화끈한 골잔치를 만드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정성룡(수원 삼성) 골키퍼는 “브라주카가 이전에 비하면 무거운 편이다. 공격수에게 유리한 면이 있는것 같다”며 “중거리슛도 있지만 실책으로 인한 실점들이 있다. 끝까지 주의해야 할 것 같다”며 브라주카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콜롬비아 축구 대표팀의 골키퍼 다비드 오스피나(니스)는 “브라주카는 너무 가볍다”며 불만을 털어놨다. 오스피나는 “축구는 골이 터져야 열정이 생기는 스포츠라는 점은 알고 있고, 새로운 공 기술에 적응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이 공은 골키퍼로서 너무 어렵다”고 털어놨다.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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