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스포츠
[2014 월드컵] 뻥뚫린 뒷문, 꽉막힌 골문…무색무취 홍명보호
엔터테인먼트| 2014-06-23 11:03
또 실패로 끝난 ‘박주영 카드’…되레 교체투입 김신욱 맹활약
공중볼 12개 따내 공격 실마리…알제리 맹공에 전술변화도 둔감
뒷공간 내준 수비조직력 아쉬움


총체적인 난국이었다. 상대 전술에 대한 대응도 미흡했고 수비 조직력도 실종됐다. 스트라이커의 부재는 치명적이었다. 그렇게 홍명보호는 침몰했다.

23일(이하 한국시간) H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알제리에 당한 2-4 참패는 그냥 기록이 아니다. 월드컵 대회 전부터 지적되던 문제점들이 한꺼번에 터져나온 결과물이다.

▶박주영을 위한 ‘원팀’?=2차전에도 홍명보 감독의 선택은 박주영(29)이었다. 1차전 아무런 활약이 없었던 박주영을 다시 한번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기용했지만 박주영은 단 한개의 슈팅도 기록하지 못했다.

최근 3년간 소속팀에서 아무런 활약없이 대부분의 시간을 벤치만 달구던 박주영은 조별리그 2경기에서 모두 선발 출장하며 홍명보 감독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았다. 그러나 그가 남긴 기록은 처참했다. 한국 대표팀의 최전방 공격수로 공격을 이끌었어야 하는 그는 출전 시간동안 슈팅 하나를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 그는 러시아와 알제리 경기 모두 침묵으로 일관했다. 상대 수비진의 압박을 전혀 뚫지 못하고 번번히 막히는 모습만 보였다.

그에 비해 대표팀의 다른 공격수들의 활약은 두드러졌다. 러시아와의 1차전에서 박주영과 교체투입됐던 이근호(29ㆍ상주 상무)는 교체 투입되자마자 골을 기록했다. 또한 알제리와의 2차전 박주영과 교체투입된 김신욱(26ㆍ울산 현대)은 공중볼을 12개나 따내면 단숨에 이번 대회 출전선수들 가운데 공중볼을 가장 많이 따낸 선수로 올라섰다. 한국대표팀은 김신욱의 머리에서 공격의 실마리를 풀어나갈 수 있었다.

박주영이 출전한 무기력했던 전반전의 공격과는 확실히 비교되는 부분이었다. 과연 홍명보 감독이 선택한 박주영 카드가 옳았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둔감했던 전술 변화=1패를 안고 있는 알제리가 공격적으로 나올 것이라는 것은 당연한 분석이었다. 예상처럼 알제리는 전반 초반부터 강한 압박으로 한국 대표팀의 수비를 괴롭혔다. 강한 전방 압박으로 한국 진영에서의 빌드업을 어렵게 했고 한국대표팀은 알제리의 압박을 벗어나지 못하고 허우적됐다. 미드필더와 수비진의 상대의 강한 압박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후방에서 차근히 시작되는 빌드업은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전반 내내 한국 진영에서 시작되는 빌드업을 진행했지만 강한 알제리의 압박에 막혀 번번히 흐름이 끊겼다. 강한 압박에 당황한 선수들은 패스미스를 연발했고 상대 진영으로 진출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 둔했던 전술의 변화는 전반전 슈팅수 ‘0’이라는 처참한 결과를 낳았다. 후반 들어 김신욱 큰 키를 이용한 공격으로 알제리의 강한 압박을 피해 공격의 활로를 찾을 수 있었지만 이미 많은 실점을 한 이후였다.

알제리는 벨기에와의 경기에서 많은 활동량과 강한 압박으로 벨기에를 곤경에 빠뜨리는 장면을 연출했다. 알제리가 강한 압박을 할 것이라고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지만 그에 대한 전술의 대비는 찾아볼 수 없었다.

▶‘자동문’같았던 수비=수비수들의 조직력 또한 아쉬웠다. 러시아전에서 보여줬던 수비 조직력은 사라지고 ‘자동문’에 가까운 수비를 펼치며 전반에만 3골을 내줬다. 상대 진영에서 넘어오는 긴 패스에 계속해서 뒷공간을 내주며 실점을 허용했다. 첫번째와 세번째 실점 장면 모두 긴 패스에 뒷공간을 내주며 발생했다. 알제리의 할릴호지치 감독 역시 이부분을 지적하며 “우리 선수가 뒷공간에 들어가면 계속 치명적인 문제를 노출했다”고 말했다. 상대 선수와의 간격 유지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공간을 열어줬고 모두 실점으로 이어졌다. 집중력과 판단력이 모두 부족했던 수비수들이었다.

골키퍼 정성룡(29)의 선발기용도 아쉬운 부분이다. 두번째 실점 장면은 골키퍼가 확실하게 처리해줬어야하는 상황에서 그의 판단미스로 발생했다. 알제리의 유효슈팅 대부분이 실점으로 이어졌다. 한국 대표팀의 골키퍼 정성룡은 2010년 남아공 월드컵부터 이번 브라질 월드컵까지 6경기에 출전하여 13실점을 기록하고 있다. 경기당 평균 선방 횟수가 0~1개에 그치고 있어 많은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었다. 과연 정성룡을 계속 해서 고집해야만 했을까라는 의문을 지울 수 없다.

한국 대표팀이 가지고 있었던 문제점이 A부터 Z까지 모두 드러난 경기였다. 브라질 월드컵 대회 전부터 제기된 모든 문제점들이 나타났다. 과연 벨기에와의 마지막 경기에서 문제점들을 얼마나 보완할 수 있을지 결과가 주목된다. 벨기에와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는 27일 오전 5시 상파울루에서 열린다.

손수용 기자/feelgoo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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