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제
이라크 사태에 떠는 유럽항공사들 왜?
뉴스종합| 2014-06-23 11:03
[헤럴드경제 =한지숙 기자] 이라크 사태에 유럽항공사들이 떨고 있다. 사상 유례 없던 원유 가격의 ‘저 변동성 시대’가 종말을 맞은 탓이다. 연료비가 급작스럽게 상승하면, 헷징 비용도 올라 항공사는 실적 악화를 두려워할 수 밖에 없다.

22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 1년간 브렌트산 원유가 배럴 당 104~110달러 구간에서 움직이던 저 변동성의 시대는 이라크 사태로 끝이 났다. 지난 19일 브렌트산 원유는 9개월 만에 최고치인 배럴 당 115달러를 기록했다. 이라크 무장단체 모술이 북부를 장악한 지난 10일과 비교하면 5% 상승한 수준이다.

원유 가격이 상승하자, 항공사 주가는 곤두박질 쳤다. MSCI에 따르면 같은 기간 유럽 항공사들 주식은 평균 13% 하락했다. 


원유 가격의 변동성이 높아지면, 기업의 헷징 비용은 오르고, 투자 결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HSBC의 항공담담 애널리스트 앤드류 로벤버그는 “헷징에도 분명 가격이 있다. 변동성이 낮으면 헷징 가격도 더 낮다”고 말했다.

특히 연료 비는 유럽 항공사들의 운영비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때문에 유럽 항공사는 아시아 국적 항공사나 미국 항공사들 보다 헷징(위험회피)에 적극적이다.

HSBC는 원유 스폿(spot) 가격이 배럴 당 5달러 오를 경우 유럽 항공사의 올해 영업이익이 최소 1%에서, 최대 52%까지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 처럼 전망이 크게 벌어지는 이유는, 각 사의 연료비가 운영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의 차이와 헷징 정책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실제 유럽 3위의 저가항공사인 노르웨이 에어셔틀은 헷징을 하지 않아, 만일 원유 가격이 배럴 당 5달러 오를 경우 52.4%의 이익이 삭감될 것으로 우려됐다. 핀에어는 들여오는 원유의 71%를 헷징했지만, 영입이익 감소 폭은 30.3%로 높을 것으로 예상됐다. 아일랜드의 에어링구스는 70% 헷지에 9.2% 감소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다.

유럽 1위 저가항공사 아일랜드의 라이언에어 측은 “이런 단기성 일은 늘상 벌어지는 일”이라면서 장기적인 원유가격 인상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 회사 하워드 밀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FT에 “지난번에는 우크라이나더니, 이번에는 이라크다. 앞으로 또 다른 무엇인가가 있을 것이다. 매주 연료 시장에선 이벤트가 일어난다. 일련의 사건들 중 하나일 뿐이다”고 말했다. 


라이언에어는 이번 회계연도에 필요한 연료의 90%를 헷징해, 배럴 당 96달러에 공급가를 맞췄다. 이를 통해 지난해와 비교해 대략 7000만유로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회사는 기대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2008년에는 헷징 실수로, 1억200만유로의 손실을 본 적도 있다.

미국 사우스웨스트항공의 크리스 먼로 부사장은 “지난 수년간 원유 가격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점 덕분에 계획을 짜고 실행할 때 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며 원유 가격의 저 변동성 시대의 종말을 아쉬워했다.

/jshan@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