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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군 훈련장에서 탈영병사 물었더니…“GOP에 배치된 관심사병, 시한폭탄 넣은 격”
뉴스종합| 2014-06-24 08:20
[헤럴드경제=김기훈ㆍ김현일 기자] 23일 오전 9시께 경기도 시흥시에 위치한 한 예비군 훈련장. GOP(일반전초) 총기난사 사건으로 긴장감이 팽팽했다. 때마침 비마저 세차게 내려 무거운 침묵만 흘렀다.

훈련장 입구부터 교관과 조교들은 예비군 복장을 점검하고 신분증을 꼼꼼히 확인했다. 특히 총기 지급에 앞서 본인 확인에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신분증을 지참하지 않은 한 예비군은 총기를 지급받을 수 없다는 규정에 따라 귀가조치됐다.

느슨한 모습은 좀처럼 허락되지 않았다. 입소식 전 대열을 벗어나 총기를 휴대한 채 화장실에 가거나 담배를 피우러 연병장 구석으로 향하는 예비군들은 여지없이 교관에 의해 저지 당했다. 혹시 모를 총기 유실에 대비해 잔뜩 긴장한 모습이었다.

단상에 선 교관이 “현재 22사단 병사의 무장탈영으로 ‘진돗개 하나’가 발령된 상황이다. 해당 지역엔 예비군 동원도 가능하다. 사단장이 예비군 동원령을 발령하면 6시간 이내 입소해야 한다”고 설명하자 예비군들은 일제히 웅성거렸다.

우선 예비군들은 제대 3개월을 앞둔 병장이 동료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이었다.

25사단 출신 박모 씨는 “일ㆍ이등병 때는 욱할 때도 있긴 하지만 전역도 얼마 안남은 병장이 그런 사고를 저질렀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강원도 고성군 22사단 GOP(일반전초)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23일 오전 총기난사로 희생된 군인의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경기도 성남시소재 국군수도통합병원으로 군인들이 들어가고 있다.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예비군들은 관심병사인 임 병장이 GOP 근무를 했다는 사실 자체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26사단 출신의 홍모 씨는 “내가 근무한 부대에선 관심병사에게 (총기를 휴대하지 않는)불침번 근무만 시켰다”며 “긴장감 높은 GOP에서 관심병사에 총을 쥐어 준 것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넣은 격”이라고 꼬집었다.

군 당국의 허술한 관리가 5명이 죽고 7명이 다치는 참극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었다.

한편 예비군 구모 씨는 “관심병사라 하더라도 상병ㆍ병장으로 진급하면 외곽근무에 투입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근본적으로 부대 인력 자체가 부족하면 관심병사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관심병사 관리 제도 자체가 허술하고 사실상 ‘낙인 찍기’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예비군 김모 씨는 “관심병사라는 게 자살 우려 등 사고 위험이 높은 병사를 보호ㆍ관리한다는 취지로 만들었는데 전혀 도움이 안된다”라고 비판했다. “되레 ‘고문관’으로 낙인 찍혀 왕따를 당하기 일쑤”라며 “관심병사 지정ㆍ관리 제도 자체를 아예 싹 뜯어 고쳐야 한다”고도 했다.

관심병사란 정신적ㆍ외부적 사유 등으로 분대장 이상 지휘관급이 관심을 가져야 하는 병사를 지칭한다. 정식명칭은 ‘보호관심사병’이다.

임 병장은 2012년 12월17일 입대 이후 이듬해 1월28일 사고 부대에 배치돼 1차 인성 검사에서 사고유발 고위험군에 속하는 ‘A급 관심병사’로 분류됐다. 그러나 7개월 뒤 2차 검사에서 상태가 호전돼 ‘B급’ 판정을 받았다는 게 군의 설명이다.

한편 임 병장은 23일 오후 군 병력에 포위된 상태에서 자신의 소총으로 자살을 시도한 뒤 생포됐다. 강릉 아산병원으로 이송된 임 병장은 생명에 지장이 없는 상태로 알려졌다. 군은 임 병장을 상대로 범행 동기 등을 조사하고 있다.

kih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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