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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일째 잊혀져가는 세월호 참사…단원고 학생들 첫 등교
뉴스종합| 2014-06-25 10:24

[헤럴드경제=이지웅ㆍ박준규 기자]25일로 세월호 참사 발생 71일째가 됐다. 현재까지 침몰사고 사망자는 293명, 실종자는 11명이다. 실종자 가족들은 여전히 참사 발생 첫날과 같이 팽목항에서 가족을 기다리고 있고, 구조당국의 수색작업도 현재 진행형이다. 많은 국민들은 희생자 가족에게 이번 참사를 ‘절대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기억은 시간이 가면서 조금씩 지워지고 있다. 71일간 쉴새없이 불거진 정치권 이슈와 각종 사건ㆍ사고, 월드컵 경기들 그리고 각자 숨가쁜 일상 등은 이 기억의 ‘풍화작용’에 부채질을 해왔다.

이런 가운데 세월호 참사에서 생존한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 73명이 참사 이후 처음으로 25일 등굣길에 올랐다.

일상에 첫발을 내딛은 것이다. 고(故) 유예은 양 아버지이자 세월호 사고 희생자ㆍ실종자ㆍ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 대변인을 맡고 있는 유경근(46) 씨는 이날 “아이들이 기특하면서도 참 안됐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등교는 아이들끼리 직접 의논해서 스스로 결정한 일이다. 사실 부모들은 반대하는데 아이들이 의지를 갖고 등교를 하는 것이니까 부모들은 응원하고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이날 오전 8시30분을 넘어서자 단원고 생존 학생들이 학교 정문 앞에 속속 도착하기 시작했다.

생존 학생 도착 전부터 정문에는 희생자 학부모 30∼40명이 도열해 학생들을 기다렸다. ‘사랑합니다’라고 쓰인 노란색 피켓도 2∼3개 보였다. 8시34분께 여학생들을 태운 버스 1대가 도착했고, 남학생들을 태운 버스 2대가 연달아 도착했다. 버스 계단을 내려오는 학생들에게 선생님들이 이름을 부르며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표정이 밝은 학생도 있었고 무표정인 학생도 있었다. 일부 학생은 부모의 손을 잡고 교문으로 향했고, 일부 학생은 혼자 발걸음을 옮겼다. 한 남학생은 “더 잘생겨졌네”라는 선생님의 농담에 웃음으로 답하기도 했다. 한 아버지는 교복 입은 아들의 등을 계속 어루만졌다.

오전 8시50분께 생존 학생 학부모인 박석순 씨가 ‘단원고 생존학생 학부모 일동’ 명의로 작성된 ‘단원고 생존학생 학부모가 국민들께 드리는 글’을 낭독했다. 낭독되는 와중에 생존자ㆍ희생자 부모들은 연신 눈물을 훔쳤다. 학생들은 경청했다.

70여일만에 무거운 발걸음을 학교에 들여놓는다. 세월호 침몰사고에서 가까스로 구조된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이 25일 사고 이후 처음으로 등굣길에 올랐다. 끔찍한 기억은 아직도 어제처럼 생생하지만, 가족들의 근심과 격려속에 용기를 냈다.부모들과 포옹하며 힘을 내는 아이들의 모습이 안쓰럽다. [안산=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이들은 글에서 “우리 아이들이 수학여행을 간다며 들뜬 마음으로 학교를 떠났다가 친구들과 선생님을 잃고 ‘침몰’과 ‘탈출’이라는 끔찍한 경험을 안고 다시 학교로 돌아갑니다. 학생으로서의 평범한 일상을 되찾기 위함입니다. 함께 등교하던 친구가 없고, 함께 공부하던 선생님이 계시지 않지만, 그 몫까지 해내려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쉽지 않은 선택이었던 만큼 여전히 두려움도 갖고 있습니다. 단원고 교복을 입고 거리를 걷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기도 하고, 사람들과 마주칠 때마다 불쌍하게 쳐다보면 어쩌지 하는 생각들도 합니다”라고 했다.

이들은 낭독 마지막에 사회 각계각층에 호소하는 말을 덧붙였다.

안산 시민들에겐 “아이들을 길에서 만나게 되면, 평범한 고등학생처럼 대해 주세요. 다른 아이들보다 더 많이 웃거나, 더 많이 울거나 하더라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말아주세요”라고 했다. 언론엔 “병원에 입원한 아이들을 취재하려 달려드는 언론을 보았습니다.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에게 접근을 삼가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했다. 교육부와 교육청에겐 “부모들이 믿고 보낼 수 있는 학교가 되도록 학교 교육에 획기적인 변화의 노력을 다해주시기 바랍니다”라고 했다. 정부와 국회에겐 “실종자의 조속한 수습에 만전을 기해주십시오. 또한 철저한 진상조사를 위해 국정조사가 내실있게 진행되기를 촉구합니다”라고 했다. 국민들에겐 “사고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 범국민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부탁드립니다”라고 했다.

이어 생존 학생 대표 남학생은 ‘단원고 생존 학생이 사회에 드리는 글’을 읽어내려 갔다. 부모들은 차마 그 모습을 보지 못하겠다는 듯 뒤돌아 있거나 먼산을 쳐다봤다.

학생들은 글에서 “아직도 기자라는 말만 들어도 공포에 떠는 친구들이 많다. 기자들은 친구의 생사여부도 확인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에게 사리사욕을 채우고자 사진을 찍고 인터뷰를 했다”며 언론의 무리한 취재 경쟁을 비판했다. 이어 “아직도 함께 빠져나오지 못한 친구들을 생각할 때마다 먹고, 자고, 웃고, 떠드는 일이 죄짓는 일 같습니다. 저희는 요즘 여러 감정들이 한번에 튀어나올 때가 많습니다. 눈물을 쏟다가도 배를 잡고 웃을 때도 있고 갑자기 우울해졌다가도 금방 웃기도 합니다. 혹시 거리에서 웃고 떠들고 장난치는 저희를 보시더라도 너무 이상하게 생각하지 말아주세요. 정말 괜찮다고 생각하지 말아주세요”라고 했다.

글을 잘 읽어 내려가던 남학생은 마지막에 “사람이 진짜 죽을 때는 잊혀질 때라고 합니다”라는 대목에선 더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낭독이 끝나자 학생들은 줄지어 희생자 학부모 앞에 서서 고개 숙여 인사했다. 희생자 학부모들은 어깨를 토닥이며 따뜻한 말을 건넸지만, 학생들은 희생자 학부모의 눈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했다. 희생자 학부모 중에는 울면서 한명 씩 포옹하는 어머니, 뺨을 어루만지는 어머니, 밝게 웃어보이려는 어머니 등이 있었다. 여학생들은 머리카락으로 눈물을 숨기며 학교로 올라갔다. 9시8분께 생존 학생들은 모두 학교 안으로 들어갔다.

가족대책위에 따르면, 당분간 생존 학생 학부모 일부가 학교에 상주하며 학교 측과 함께 학생들을 살필 예정이다. 수업은 치유에 중점을 두고 학교생활 적응을 돕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생존 학생 어머니인 오지연 씨는 “학생도 학부모도 충격을 이겨내려고 하고 있는데 아이들이 먼저 결정해 다시 학교로 나선다니 아직은 걱정이 많이 된다”며 “아이들이 자신들의 상태를 직시하고 스스로 이겨내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기특할 뿐”이라고 했다.

plato@heraldcorp.com

[정정 보도문]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및 유병언 전 회장 관련 정정 및 반론보도문

[헤럴드경제] 지난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 및 유병언 전 회장 관련 기사 보도 이후 기독교복음침례회 교단 및 유병언 전 회장의 유족 측에서는 사실과 다른 보도에 대해 정정 및 반론보도문을 보내왔습니다.

1.구원파가 오대양사건과 관련 있다는 보도에 대하여

오대양 집단자살 사건은 1987년과 1989년 그리고 1991년 검경의 3차례 집중적인 수사를 통해 기독교복음침례회 교단 및 유병언 전 회장과 관련이 없음이 밝혀졌으며, 지난 5월 21일 인천지검에서 공문을 통해 관련이 없음을 확인해 준 바 있습니다.

2. 구원파의 교리 폄하 및 살인집단 연루성 보도에 대하여

일부 언론은 기독교복음침례회 교리를 한번 구원 받으면 무슨 죄를 지어도 상관없다는 식으로 가르치며, 유병언 전 회장의 사업이 하나님의 일이며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는 것이 구원이고 예배라는 교리를 가졌다고 보도하였으나 해당 교단에서 보낸 공식문서와 설교들을 확인한 결과 교리가 없음을 확인하였습니다.

3. 이준석 선장을 비롯한 선원들이 구원파 신도라는 보도에 대하여

세월호 사고 당시 먼저 퇴선했던 세월호 선장 및 승무원들은 모두 기독교복음침례회 신도가 아니며, 다만 승객을 먼저 대피시키다 사망하여 의사자로 지정된 故정현선 씨와, 승객을 구하다가 의식불명 상태로 구조된 한 분 등, 2명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4. 기독교복음침례회에서의 유병언 전 회장 지위 관련 보도에 대하여

기독교복음침례회는 유병언 전 회장이 교주도 총수도 아니며, 유병언 전 회장은 1970년대 극동방송국 선교사들로부터 목사 안수를 받은 사실은 있으나 목회활동을 한 사실은 없으며 기독교복음침례회는 평신도들의 모임으로 목사가 없음을 밝혀왔습니다.

5. 기독교복음침례회 및 유병언 전 회장의 5공화국 유착설 보도에 대하여

일부 언론은 유병언 전 회장이 1980년대 전경환 씨와의 친분 관계와 전두환 대통령의 5공화국과의 유착관계를 통해서 유람선 사업 선정 등 세모그룹을 급성장시킬 수 있었다고 보도하였습니다. 그러나 유병언 전 회장과 기독교복음침례회는 5공화국과 유착관계가 없었으며 지난 5월 21일 인천지검에서 공문을 통해 이를 확인해 준 바 있습니다.

6. 유병언 전 회장의 50억 골프채 로비설 보도에 대하여

일부 언론은 유병언 전 회장이 사돈을 동원하여 50억 상당의 골프채로 정관계 인사들에게 로비했다고 보도하였으나, 지난 10월 검찰이 해당 로비설은 사실이 아니고 세모도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 회생하였음을 확인해 준 바 있습니다.

7. 유병언 전 회장 작명 관련 보도에 대하여

일부 언론은 ‘세월호’의 이름이 세상을 초월한다는 의미의 ‘세월(世越)이 아닌 ‘흘러가는 시간’을 뜻하는 세월(歲月)이며, 유병언 전 회장의 작가명인 ‘아해’는 ‘야훼’가 아닌 어린아이를 뜻하며 기업명인 ‘세모’는 삼각형을 뜻하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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