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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월드컵] 亞 ‘승점자판기’…韓 “자존심만은”
엔터테인먼트| 2014-06-26 09:47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11전 3무 8패. 11경기를 치르는 동안 무승부로만 간신히 승점 3점을 챙기고, 단 한번의 승리도 없이 다른팀에게 27점의 승점을 헌납한 ‘승점자판기’. 11경기 9골로 경기당 한 골도 넣지 못하는 빈공인 반면 실점은 24골로 경기당 평균 2골 이상이었다. 이는 브라질 월드컵 본선에 나선 아시아 4개국의 종합성적표다. 이번 월드컵에서 현재까지 아시아 국가는 다른 국가들에게 ‘보약’이나 다름없었다.

26일(이하 한국시간) G조와 H조를 제외한 나머지 6개조가 조별리그를 마친 가운데, 일본과 호주, 이란이 승리 없이 브라질을 떠나게 됐다. 일본과 이란은 1무 2패로, 호주는 3전 전패를 당했다. 이에 운명의 일전을 앞둔 한국 역시 객관적 전력상 우위인 벨기에를 맞이하면서 아시아축구가 무승으로 월드컵을 끝낼 수 있다는 위기감이 한껏 고조된 상태다. 만약 한국이 벨기에와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비기거나 지면 아시아축구는 24년 만에 승리 없는 월드컵을 보내게 된다.

지난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당시 본선에 진출한 한국과 아랍에미리트는 조별리그에서 각각 3전패로 귀국 짐을 싸는 굴욕을 맛봤다. 하지만 이후 대회에선 최소한 1승씩은 거두며 아시아대륙의 체면을 지켜왔다.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가 2승,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는 이란이 1승을 올렸다. 2002년엔 공동개최국인 한국과 일본이 조별리그에서 2승1무를 거뒀고 특히 한국은 4강까지 진출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2006년 독일에서도 한국이 1승, 2010년 남아공에선 한국, 일본, 호주가 4승을 합작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선 모두 각 조 최하위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은 대회 전 H조 최약체로 꼽히던 알제리에게 32년만에 본선 승리를 선물했고, 이란은 월드컵에 처음 출전한 보스니아 헤르체코비나에게 첫 승을 안겨줬다. 기대를 모았던 일본은 무딘 공격력으로 답답한 경기를 펼쳤고, 그나마 호주가 인상적인 경기력을 선보였지만 네덜란드, 칠레, 스페인과 함께 ‘죽음의 조’에 속한 탓에 3전 전패로 대회를 마쳤다.

이제 한국은 27일 오전 5시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벨기에를 상대로 아시아의 자존심을 걸고 첫 승에 도전한다.

홍명보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은 벨기에전을 하루 앞둔 26일 상파울루 아레나 코린치앙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지난 알제리전) 우리의 전체 밸런스를 볼 때 박주영(29)의 경기력은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며 그를 또 한번 중용할 뜻을 시사했다.

이런 소식에 여론은 싸늘하다. 축구팬들은 교체 투입돼 활발한 몸놀림을 보인 공격수 이근호(29ㆍ상주 상무)나 김신욱(26ㆍ울산 현대) 대신 2경기 동안 슈팅 하나 기록하지 못한 박주영을 선발로 고집하는 것에 대해 의아함과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홍감독은 ‘선발진에 변화를 주느냐’는 질문에 “오늘 (마지막) 훈련이 끝났으니 지금부터 생각해보겠다”며 말을 아끼면서도 “우리가 알아서 판단할 것”이라며 여론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선수들은 마지막 경기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김신욱은 “(선수들 중에) 포기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마지막까지 투혼을 발휘하면 기적이 일어날 것으로 믿는다”고 간절한 마음을 드러냈다. 한국영(24ㆍ가시와 레이솔)도 “우리를 비난하는 분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돌릴 수 있는 기회”라며 “벨기에전이 내 마지막 경기인 것처럼 뛰겠다”고 투지를 불태웠다.

비장한 각오를 보인 태극전사들과는 대조적으로 16강 진출을 이미 확정지은 벨기에는 여유로운 모습이다. 비공개 훈련을 치른 한국팀과 달리 훈련을 모두 공개했고 훈련장에서는 선수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한국의 16강 진출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매우 낮다. 그나마 가장 확률이 높은 시나리오는 ‘승점 1점의 러시아(골득실-1ㆍ득점1)가 승점 3점의 알제리를 1-0으로 이기고, 역시 승점 1점인 한국(골득실-2ㆍ득점3)이 벨기에를 2-0으로 꺾는것’이다. 이렇게 되면 각각 승점 3점을 추가한 러시아와 한국이 승점 4점으로 같아지고, 골득실도 똑같이 0으로 맞추게 된다. 그러면 다득점원칙에 의해 골을 더 많이 넣은 한국이 조2위로 16강에 진출하게 된다. 만약 이런 기적같은 시나리오가 현실이 된다면 이번 브라질월드컵 최대의 역전 드라마를 연출하게 된다.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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