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관심 증후군
뉴스종합| 2014-06-26 10:53
‘관심’이라는 말이 새삼 ‘관심’을 끄는 때입니다. 동부전선에서 벌어진 끔찍한 병영사고이후 벌어지는 현상입니다.

그런데 어딘가 어색한 느낌이 듭니다. ‘관심사병’이란 말에 붙은 그 관심 말입니다. 글자그대로 일상에서 써 온, 사전에 나오는 ‘어떤 것에 마음이 끌려 주의를 기울임, 또는 그런 마음이나 주의’라는 의미와는 사뭇 달라 보입니다.

기자가 군대생활을 할 당시, ‘고문관’라는 것과도 다른 것 같습니다. 동작이 굼뜨고 허술해 병영생활에 매무새가 부족한, 그래서 늘 표시가 나 찍히면서도 웃음을 선사하는 그런 병사 말입니다. 그러니까 관심사병은 정도에 따라 주의를 요하는, 각별하게 관찰이 필요한 병사라는 의미가 됩니다. 병영생활을 무난하게 해내는지, 주의는 산만하지 않은지, 사고는 치지 않을는지 주의를 기울여 관찰해야 하는 대상자라는 겁니다. 

대한민국의 늠름하고 자랑스런 최전방 수색대원들

물론, 이런 것이 필요할 겁니다. 평화가 만발하는 나라라면 폼 잡는 의장대 위주이겠지만, 살벌하게 60년 이상을 반으로 동강나 서로 총을 들이대는 나라를 지키는 군대이니 말입니다. 여차하면 한 순간에 상상을 초월하는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상존하는 최전방 아닙니까.

그렇더라도 불편은 남습니다. 관심병사라는 말에 붙은 관심의 주체는 과연 무엇인가요. 관심이 필요한 쪽인가요, 지켜보는 쪽인가요. 더 분명해지는 것은 자의적 잣대, 그리고 비겁성입니다. 정면이 아니라 뒤통수나 등 뒤에 본인 몰래 갖다 붙인 노랗거나 빨간 스티커라는 인상을 지울 길 없습니다.

취재기사를 보면, 관심사병 분류는 거의 돌밭에서 자갈 줍기 식으로 제멋대로라더군요. 마치 독장수 셈법처럼 말입니다. 신체기능상 엄연히 현역판결을 받고도 심리적으로 알게 모르게 3등급으로 분류하는 과정이 문제라는 겁니다. 위험이 따르는 GOP근무에서 A,B급 제외되고 B급은 포함됩니다. 더 놀라운 것은 B급 분류 이유에 한 부모 자녀를 포함한 결손가정, 빈곤가정 등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입니다.

가정형편이 어렵다고 칩시다. 철이 덜 들어 의기소침할 수도 있고, 어른스러워 가족생계가 걱정이 돼 말수가 적을 수도 있습니다. 이들을 싸잡아 우울증으로 충분히 매도할 분위기입니다. 이들에게 보내야 할 아니, 받아야 할 관심의 정의는 과연 무엇일까요. 요주의와 관찰일까요, 아님 따뜻한 배려와 격려일까요. B급은 눈총은 눈총대로 받고 고생은 고생대로 하는 처지가 됩니다.

가난이든 부자든 병역은 헌법에 정해진 국민 된 의무지만 결국은 군복을 입지 않고 있는 이들을 위한 자기희생이고 무료서비스나 다름없습니다. 그래서 ‘병역기피’는 늘 살아 꿈틀댑니다. 해마다 적지 않은 해외동포 자녀들이 조국을 지키겠다며 자원해서 병영을 찾는 이들이 수십 명에서 수백 명에 이르는 반면, 이보다 훨씬 많은 이들이 병역을 기피하는 게 대한민국의 현실입니다. 군 면제율이 일반인은 6%대, 재력가 집안은 무려 33%대라고 합니다.

이번 비극을 계기로 군이 새롭게 태어나겠다고 합니다. 전군 전수조사를 벌여 관심사병 제도에 대한 타당성과 효율성을 검토하고 개혁하겠다고 합니다. 다수의 불합리한 결합에 소수가 짓밟히는 경우는 없는지, 소수가 또 다수를 불의로 지배하는 경우는 없는지 철저하게 파악해야 합니다.

지나친 관심은 부작용을 일으킵니다. 더구나 특수한 상황에서는 더 그럴지 모릅니다. 보십시오. 세월호 사고에서 구사일생으로 생명을 건진 남은 학생들이 세상을 향해 말합니다. 지나친 관심을 갖지 말아달라고.

사실 관심은 영어로 옮겨도 애매합니다. ‘concern’입니다. 관심, 걱정, 우려 등등. 그러나 관심을 긍정의 에너지로 얼마든지 순환시킬 수 있습니다. 훈련도 경계근무도 빡세게 하되 서로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보태고 키워 전우애를 복원하면 가능한 일입니다. 군복무가 솔직히 자긍심까지는 아니더라도 왜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란 걸 제대로 인식시켜주는 것도 국가가 해야 할 일입니다. 응어리지고 멍든 병영문화가 있으면 풀어줘야 합입니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에 국가개조라는 화두를 남겼습니다. 병영개혁, 환골탈태(換骨奪胎)를 넘어서라는 주문입니다. 국민들, 특히 국방자원의 원초적 보유자로 인생 쓴맛단맛 다 본 ‘4말5초’ 엄마부대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hchw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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