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이루어진다’고 해서 늘 아름다운 것 만은 아니다. 공상과학 드라마나 영화에 등장하는 미래 기술은 당시 제작진의 상상력에 의한 것이지만, 세월이 흐르고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속속 현실화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1980년대 미국 드라마 ‘전격 Z작전’의 Z카가 머지않아 실용화단계에 접어든다. 인공지능 컴퓨터 시스템이 스스로 막강한 힘을 갖추고 인간을 지배하기 시작한다는 영화스토리는 현실화되지 말았으면 좋겠지만, 그 악몽 역시 ‘공상의 영역’에만 머무르지 않을 것이라는 슬픈 진단도 내려지고 있다.
미국의 ‘테라퓨저’사는 최근 ‘Z카’를 닮은 비행자동차 TF-X 모델의 설계 모형 및 시연 동영상을 공개했다. 2022년 무렵 실용화될 것이라고 한다.
영화 ‘A.I’는 ‘감정이 있는 로봇’을 소재로 다룬다. 실험용으로 입양된 로봇 ‘데이비드’가 사람 엄마에게 애정을 느끼지만, 엄마의 진짜 아들의 병에서 완치되자 숲에 버려지는 이야기이다. ‘감정있는 로봇’은 지난 5일 일본 소프트방크가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이 로봇은 손정의 회장이 미소를 띄자, “진심으로 웃는 것 맞나요? 웃는 모양의 눈이 아닌데요”라고 꼬집는다. 이와 관련해 상당수 연구자들은 감정이 묻어난 다양한 얼굴 정보를 ‘퍼지 얼굴인식’ 시스템이 일정한 룰에 맞춰 반응하는 것일 뿐이라며 아직은 감정로봇이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감정의 문제는 영화 ‘2001:스페이스 오딧세이’, ‘매트릭스’, ‘이글아이’, ‘트랜센던스’ 등에서 나타나는 인공지능 기계의 인간 지배 가능성으로 연결된다.
지난해 허핑턴포스트는 인공지능시스템이 인간을 능가하는 특이상황(singularity)에 직면하고 ‘로봇 반란’(Robot Uprising)사태가 올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인간은 기계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점차 능력을 잃고, 인공지능 시스템은 자가 세포를 통해 에너지를 만드는 능력을 높여 주도권을 장악한다는 것. 캠브리지대 휴이 프라이스 교수는 “이번 또는 다음 세기 어느 때에 지능은 생물이란 제한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라며 “로봇과 컴퓨터가 인류보다 더욱 똑똑해지면서, 사악하지 않는 로봇의 자비에 인류의 존재가 달려 있음을 알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인공지능 시스템이 이미 숱한 직업군에서 인간들을 쫓아낸 것 자체가 반란의 전조라는 문명비판적 진단도 보인다. ‘로봇의 도덕’을 담보할 기술도 개발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이다.
이형석 기자 /su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