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문화
이집트 여성인권 사각지대…인권 유린 심각
뉴스종합| 2014-07-02 10:48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이집트에 민주화 운동 ‘아랍의 봄’이 찾아온 지 3년이 지났지만, 여성 인권 시계는 거꾸로 가고 있다. 이 같은 실태를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 바로 여성 교도소다.

중동 전문 매체 알모니터는 “이집트 여성 재소자들이 만연한 학대에 시달리고 있다”며 여성 교도소 내 인권 유린 실태를 보도했다.

나딤 휴먼라이츠워치 등 이집트 인권감시단체 10곳이 지난달 23일 이집트 검찰총장에 공동으로 제출한 소장에 따르면, 여성 수감자들은 고문과 폭력, 성폭행에 24시간 노출돼있다.

알카나테르 여성 교도소의 모습 [자료=madamasr.com]

다린 무타위아(19)라는 여대생은 지난 3월 30일 알아즈라대 여자 동급생들과 함께 민사법정에 참석하기 위해 제5구역 법원을 찾았다가 법원 앞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학내 시위에 참여하긴 했지만, 철창 신세를 질 때까지 그의 혐의에 대해 설명해준 곳은 없었다. 아무런 혐의 없이 교도소에 3개월 가까이 갇혀야했던 그는 최근에야 석방될 수 있었다.

무타위아가 수감됐던 곳은 카이로 북부의 알카나테르 여성 교도소. 이곳에 대해 그는 “우리 여성 재소자들은 체포될 때나 그 이후에도 모든 종류의 고문, 구타, 신체적ㆍ성적 학대의 대상이 돼야 했다”고 끔찍한 기억을 떠올렸다.

지난달 11일엔 재소자 간 말싸움이 커지자 교도관들이 끼어들어 그 자리에 있던 모두를 끌고 갔다. 이들 중 한 명이 심하게 피를 흘릴 때까지 각목과 쇠막대로 수차례 맞아야 했다.

그 뒤엔 “벌레로 가득한 욕실에 갇혀 4일이나 있었고, 욕실 바닥에서 잘 수밖에 없었다”며 “이런 신체적 학대를 겪은 뒤에도 그들은 건강 진단을 받지 못하게 했다”고 무타위아는 전했다.

시위에 참여했단 이유로 9개월 간 수감됐다가 지난 2월에 풀려났다는 한 여성 재소자의 형제는 알모니터에 그녀가 수용소에서 집단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자신이 무슬림형제단 단원이라고 밝힌 그는 “교도소가 이런 사실을 발설하지 말라고 협박하는 바람에 그녀는 수감 기간 동안 입도 뻥긋하지 않았다”면서 그때의 충격으로 “아직도 심각한 심리상태에 처해있다”고 말했다.

정치적 이유로 수감된 재소자와 형사사건으로 수감된 재소자 간에 발생하는 일방적 폭력 문제도 심각하다.

현재 알카나테르 교도소에 있는 카리마 알사리피라는 여성 재소자의 오빠에 따르면, 폭행 등의 죄목으로 들어온 여성 재소자들은 정치범들을 구타하고 옷을 찢거나, 속이 비치는 수의를 입으라고 강요했다. 이 교도소 내 여성 재소자 10여명은 단식 투쟁을 벌이며 이 같은 인권 유린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여성 재소자 문제가 이같은데도 현재 이집트 정부는 여성 재소자들을 보호할 법적ㆍ제도적 장치나, 이들이 자신의 상태에 대해 알릴 수 있는 의사도 교도소에 두고 있지 않은 상태다.

한 여성 재소자는 면회를 온 엄마에게 몰래 전한 쪽지를 통해 “교도소 당국은 우리를 반복적으로 때렸지만 임신 테스트 외에는 검진을 받게한 적이 없다”면서 “우릴 찾아온 인권단체도 단 한 곳도 없었다”고 암울한 상황을 전했다.

이에 따라 인권단체들은 정부가 실태조사와 함께, 사실이 확인되면 여성 수감자에 대한 보호책을 내놔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집트 당국은 이러한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고 있다.

하니 압델라티프 이집트 내무부 대변인은 “이런 의혹은 모두 거짓”이라며 “인권단체가 원한다면 교도소를 찾아 여성 재소자들을 법적으로 정당하게 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줄 것”이라고 말했다.

더 나아가 이번에 문제를 제기한 여성 재소자들이 무슬림형제단과 관련돼있다며 “형제단이 이 문제를 이용하려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sparkli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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