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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천국 대한민국...인구ㆍ시장 3배, 소득 2배 일본도 넘는다
뉴스종합| 2014-07-14 06:45
#1. 연봉 6000만원 정도인 4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폴크스바겐 티구안을 사기로 했다. 처음엔 기아차 스포티지를 사려했는데 가격차가 1000만원 미만이어서 선택을 바꿨다. 지금까지 줄곧 국산차만 탔는데, 이젠 독일차도 한번 타볼 생각에서다. 연비와 내구성이 국산차보다 나을 것이란 판매직원의 설명에도 마음이 움직였다.

#2. 고소득전문직 종사자인 30대 직장인 B씨는 최근 아우디 중형 승용차를 팔기로 했다. 대신 포르셰의 스포트유틸리티차량(SUV) ‘막칸’을 구매할 계획이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BMW나 아우디, 벤츠로는 만족을 느낄 수 없어서다. 2~3년에 한번 씩 차를 바꾸는 B씨는 다음에는 마세라티에 도전해 볼 생각이다.

수입차 열풍이 심상찮다. 상반기에만 점유율 13%를 넘었고, 연간 20만대 판매가 유력하다. 세계적으로 주요 완성차 제조국 가운데 수입차(국외 생산) 점유율이 가장 높은 수준이다. 현대ㆍ기아차의 오랜 독점에 대한 피로감에다, 자유무역협정(FTA)로 인한 수입차 가격경쟁력 강화, 그리고 소비자들의 과시욕구 등이 겹친 결과로 해석된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가 집계한 지난 해 세계 자동차 시장 현황을 보면 미국과 유럽의 자동차시장에서 자국 브랜드 점유율은 각각 44.6%, 67.2%다. 하지만 이들 지역은 다른 나라 완성차업체의 현지공장에서 만들어 판매하는 차량이 많다. 해외에서 만든 순수한 수입차 점유율은 20%미만으로 추정된다.

주요 완성차 제조국이면서 글로벌 업체의 현지 생산기지가 소수인 곳은 우리나라와 일본이 대표적이다. 일본은 인구와 자동차시장 규모가 우리나라의 3배이다. 국민소득도 50%정도 높다. 그럼에도 국내 수입차 시장이 일본의 수입차 시장을 넘어설 기세다.

지난 해 국내에서 팔린 수입차는 15만6497대로, 승용시장내 점유율은 12.1%다. 일본의 지난해 수입차 등록대수는 34만6761대로 승용시장 점유율은 7.6%다. 2009년을 기점으로 국내 승용차시장의 수입차 점유율이 일본을 앞질렀지만, 판매대수에서는 여전히 배 이상의 격차를 보였다.

그런데 올 상반기 국내 수입차판매는 9만4263%로 점유율이 13.87%까지 치솟았다. 같은 기간 일본시장 수입차 판매는 16만988대로 점유율은 5.9%로 하락했다. 점유율 격차가 배 이상으로 확대됐고, 판매량은 절반이하에서 60%수준까지 높아졌다.

일본은 소득수준이 높아 자유무역협정(FTA) 효과 없이도 유럽차에 대한 가격저항이 덜하다. 경유값도 위발류보다 저렴해 디젤엔진에 강점이 있는 유럽 브랜드에 유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수입차 시장 성장이 한국과 달리 정체된 이유는 결국 국내적 요인에서 살펴야 한다.

주목할 부분이 양국 국내 상위브랜드들의 점유율이다. 일본은 연평균 50만대(시장점유율 10%이상) 이상을 판매하는 5개 브랜드 점유율이 75~80%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현대ㆍ기아차 점유율이 2009년 74%를 정점으로 하락해 지난 해에는 6년만에 70% 아래로 떨어졌다. 올 상반기 현대ㆍ기아차 점유율은 65.42%로 최근 10년래 최저치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보다 일본 소비자들이 자국 브랜드 제품에 대한 선택의 폭이 훨씬 넓고, 이는 수입차 점유율 확대에 대한 제동장치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한국인 특유의 과시욕도 수입차 시장 팽창의 또다른 원인으로 볼 만하다.

컨설팅업체 베인앤컴퍼니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2013 세계 명품시장 연구’ 보고서를 보면 세계 명품시장(규모 2170억 유로)가운데 한국은 83억 유로를 차지했다. 미국(625억 유로), 일본(172억 유로), 이탈리아(161억 유로), 중국(153억 유로), 프랑스(151억 유로) 다음이다. 경제규모, 인구, 그리고 구매력을 감안하면 명실상부 세계 1위인 셈이다.


한편 2008년만해도 우리나라 4대 수출국 가운데 상품수지 흑자규모 1위는 274억 달러이던 EU였다. 하지만 명품과 자동차 등 의 수입이 늘어나고, FTA도 체결되면서 지난 해 대(對) EU 상품수지 흑자는 78억 달러로 4대 수출국 가운데 꼴찌로 추락했다.

홍길용 기자/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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