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스포츠
[2014 월드컵] 끝판 깬 ‘슈퍼 마리오〈마리오 괴체〉’…신구조화 첨단전차, 원팀으로 달렸다
엔터테인먼트| 2014-07-14 11:01
교체투입 괴체, 연장서 천금의 결승골…1-0 아르헨 꺾고 4번째 월드컵 우승

선굵은 축구서 숏패스 ‘도이치타카’ 변화
뮌헨 선수만 7명 선발…톱니바퀴 조직력…뢰브 감독 유연한 전술운영도 돋보여


2014 브리질 월드컵 대회에서 우승을 의미하는 FIFA(국제축구연맹)컵의 임자는 ‘전차군단’ 독일이었다. 이변이라면 이변이다. 하지만 예고된 이변이었다.

독일은 리오넬 메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같은 특급 골잡이가 없었다. ‘영원한 우승후보’란 별칭은 우승에 근접하는 능력은 갖췄지만 항상 2% 부족해 문턱에서 좌절하는 모습에서 붙은 일종의 오명이었다. 세계 도박사들의 우승국 예상에서도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보다 낮게 취급됐다. 심지어 ‘문어도사’ 이영표도 우승팀 예측은 틀렸다.

독일의 우승은 눈에 확연히 드러나는 특정인의 존재나 화려한 전술 때문이 아니다. 물밑에서부터 오래도록 가다듬은 저력과 항상성이 비로소 수면 밖으로 나와 우승이란 모습으로 나타났을 뿐이다. 전문가들은 독일의 우승 원동력으로 강력한 조직력과 개인 기량의 조화, 자연스러운 신구 조화 등을 합쳐 빚은 독일식 스몰 사커 ‘도이치타카’를 꼽는다.

독일은 원래 힘의 축구다. 선이 굵고 남성적인 축구를 구사한다. 게르만족의 우월한 신체조건을 바탕으로 몸싸움으로 공을 뺏고, 긴 패스 한방으로 역습을 시도한다. 독일은 2000년 이후부터 이런 이미지를 벗어나 새로운 기술 축구를 구사하고 있다. 이번 우승은 그 결실이다.

독일은 최강자 브라질을 7-1로 농락한 준결승전을 비롯해 다수의 경기에서 전통적인 이미지와는 딴판인 스몰 사커를 구사했다. 특히 상대 문전에서는 스페인의 티키타카를 연상시키는 톱니같은 2대1, 3대1 숏패스로 최적의 공격 기회를 잡아 골을 넣는 장면을 여러 차례 연출했다. 빠르고 힘센 거한들이 발끝으로 툭툭 건드리며 문전 틈새로 공을 연결하는 모습은 충격 자체였다. 실제 기록상으로도 이번 대회에서 독일이 만든 18골 중 대부분이 페널티 박스 안에서 나온 것이다.

타고난 힘과 스피드에 톱니처럼 돌아가는 조직력에 의한 숏패스까지 가능해진 첨단 전차의 도이치타카는 기술에만 의존해 맥이 빠져버린 스페인식 구형 티키타카, 이를 흉내낸 일본식 스시타카와는 수준이 달랐다. 티키타카의 원조 스페인은 몰락했으나 티키타카 자체는 도이치타카로 독일이 성공적으로 계승했다. 이 같은 경기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우선 조직력이다. 독일은 자국 내 최고 클럽인 바이에른 뮌헨 선수만 7명을 대표팀에 뽑았다. 이들 모두가 주전으로 활약하면서 오랜 시간 손발을 맞추다보니 다른 국가와는 비교할 수 없는 짜임새를 보였다. 홍명보호가 외친 ‘원팀’은 이에 비하면 말뿐이었다.

이러한 조직력의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선수층이 두터워야 한다. 그래야 일부 선수가 은퇴하거나 부상 결장하더라도 조직력이 유지된다. 이를 위해 독일 대표팀은 폴란드 출신의 미로슬라프 클로제를 비롯해 메수트 외질(터키)이나 사미 케디라(튀니지), 제롬 보아텡(가나) 등 해외출신의 이민자 2세나 혼혈 선수를 적극 중용하면서 순혈주의를 과감히 버렸다.

또한 유망주를 지속적으로 발굴하는 데도 총력을 기울였다. 만성적인 재정적자에 시달리는 다른 유럽 빅클럽들에 비해 분데스리가는 안정적인 규모의 흑자를 유지하고 있는 팀들이 많고, 대부분의 구단들이 체계적인 유소년 시스템을 바탕으로 내부 유망주들을 끊임없이 육성하고 있다.

독일의 우승을 이끈 사령탑 요아힘 뢰브 감독은 도이치타카를 만들어낸 일등공신 중 한명이다. 패스 축구의 신봉자이기도 한 뢰브 감독은 스페인이 유행시킨 티키타카와 제로톱 등을 독일 대표팀에 적극적으로 이식했지만, 단지 스페인의 모방에서 그치지 않고 독일의 스타일과 실정에 맞게 창조적으로 진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뢰브 감독은 기술적인 패스축구를 기본 골격으로 하면서도, 강한 피지컬에 의한 선굵은 축구와 역습 위주의 플레이라는 독일 고유의 장점도 포기하지 않았다. 독일은 괴체와 뮐러를 최전방에 세운 제로톱과, 전형적인 타깃맨 클로제-윙어 쉬를레 등을 대체 투입했을 때 전혀 다른 스타일의 경기 운영을 선보였다. 중앙미드필더로 발탁한 필립 람을 대회 중반 이후 측면 수비로 복귀시킨 데서 드러나듯 유연한 전술 운영이 돋보였다.

뢰브 감독을 8년간 믿어준 독일 축구협회도 공로가 있다. 독일 축구협회는 2006 월드컵이 끝나자마자 수석코치였던 뢰브를 정식 감독으로 임명했다. 이후 뢰브 체제의 독일은 유로 2008 준우승, 2010 남아공 월드컵 3위, 유로 2012 4강 탈락 등 정상 문턱에서 계속 주저앉았지만 3전 4기 끝에 우승이라는 결실을 합작했다. 

조용직 기자/yj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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