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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없이 ‘전문기술자’ 된다면…결국 국민안전 위협하는 일”
부동산| 2014-07-15 11:38
국토교통부가 지난 5월 기술 자격 제도에서 가장 높은 등급인 ‘기술사’의 인정 기준을 완화해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장 경력이 오래 쌓이면 단순 기능직도 기술사가 될 수 있도록 허용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기존 자격시험 중심의 기술 등급 체계를 ‘경력’ 중심으로 바꿔 더 많은 기술자들이 기술사가 될 수 있도록 경계를 허물었다고 하지만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건설 현장에서 관리감독이 소홀해 지고, 안전 위험이 커지는 원인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엄익준 한국기술사회 회장(72·사진)는 이런 정부 비판에 선두에 섰다. 지난 5일엔 국회 앞에서 500여명이 기술사가 모여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지난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국기술사회 인근에서 만난 엄 회장은 “이건 절대 이익집단의 목소리가 아니다”는 말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 “우리나라의 기술자격 제도가 근본적인 변화를 맞고 있는데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기능사-산업기사-기사-기술사’로 단계적으로 나눠진 기술자격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각 단계별로 학력기준, 경력기준이 있고 시험을 봐야 한다. 예컨대 기능사 자격은 고졸에 바로 시험을 보면 쉽게 딸 수 있다. 반면, 기술사는 대졸에 관련분야에서 6년 이상 경력이 있어야 시험을 볼 수 있으며, 합격률 10% 미만의 고난이도 검정시험이다.

그런데 국토부는 최근 이를 ‘역량지수’ 산출 방식으로 바꾸기로 했다. 경력(40점), 자격(40점), 학력(20점), 교육(3% 가점) 등으로 정해 75점이 넘으면 기술사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경력은 40년이 지나면 40점 만점을 받을 수 있고, 자격 점수는 기술사는 40점, 기능사는 15점을 받을 수 있다.

엄 회장은 이를 어처구니없는 조치라고 주장한다. “고졸 학력의 페인트 기능사가 있다고 합시다. 40년 일을 하고 일하는 과정에서 사이버대를 졸업했다면 75점이 인정돼 기술사가 될 수 있습니다. 기술사가 되면 고층 빌딩이나 교량 건설 현장의 감독직을 맡을 수 있습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엄 회장은 국토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이 제도는 과학기술에 대한 전문적 응용능력이 필요한 기술 분야 최고 전문직인 4만4000여명의 기술사를 무시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엔지니어’(engineer, 전문 기술자)와 ‘테크니션’(technician, 기능직 기술자)은 다릅니다. 의사와 간호사가 다르고, 변호사와 사무장이 다른 것과 같습니다. 각각 공부하고 경험을 쌓은 영역이 다릅니다. 테크니션이 경험을 쌓는다고 시험 절차 없이 바로 엔지니가 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는 것은 결국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겁니다.”

일반적으로 건설 현장은 건축물 규모나 난이도 등에 따라 설계, 시공, 관리, 검사 등 각 영역에 건축사나 적합한 기술직을 두고 관리감독을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일단 국토부가 시행령, 시행규칙으로 변경할 수 있는 기술사가 되기 위한 ‘역량지수’ 기준을 올려 진입장벽을 높여야죠. 그리고, 향후 행정소송, 헌법소원 등으로 관련법을 무효화할 수있도록 노력할 겁니다.”

박일한 기자/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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