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의 휴전안을 거부하고 이스라엘과 피의 교전을 벌이고 있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레바논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를 비롯해 일부 중동 국가들과 잇달아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향후 중동 지역의 역학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헤즈볼라, 하마스 지지=21일(현지시간) 이란 프레스TV에 따르면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는 하마스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나스랄라는 이날 하마스 정치 지도자 칼레드 마샬과 전화통화를 갖고 “헤즈볼라와 레바논 저항단체는 팔레스타인인들의 봉기와 항거를 지지할 것”이라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다른 나라 정부와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아 (가자지구) 공세를 펼치고 있지만 하마스의 저항운동은 제일 강력한 대중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나스랄라는 이날 가자지구 내 2대 무장단체 ‘이슬람 지하드’의 최고지도자 라마단 샬라와도 통화하고 팔레스타인 저항운동을 위해 긴밀히 협조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이는 헤즈볼라가 이ㆍ팔 갈등을 틈타 적대관계인 이스라엘에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헤즈볼라는 시아파, 하마스는 수니파로 비록 종파는 다르지만, 이스라엘이라는 적(敵)을 우선 무찌르자는 공통의 이해에 따라 서로 손을 잡은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실제 헤즈볼라는 21일 별도의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군의 팔레스타인 민간인 ‘학살’을 강력 비판하고 다른 아랍 국가들과 국제사회가 ‘범죄와 다름없는 침묵’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집트外 국가와 대화”=하마스는 이ㆍ팔 중재에 나섰던 이집트를 거부하고 다른 국가들에게 손을 벌리고 있다.
하마스의 정치 지도자격 인물인 이자트 알리스크는 21일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하마스는 이집트와 직접 대화를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그 대신 하마스는 터키, 카타르, 쿠웨이트 등 다른 국가들과 이스라엘과의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를 위해 현재 카타르에 망명 중인 하마스 지도자 칼레드 마샬은 지난 20일 쿠웨이트에 방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마스와 이집트 간 관계는 지난해 틀어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7월 이집트 최대 이슬람단체 ‘무슬림형제단’를 축출하고 정권을 잡은 군부는 무슬림형제단에 뿌리를 둔 하마스를 테러단체로 보고 가자지구 국경을 폐쇄, 하마스와 가자주민들의 생존을 위협했다. 이에 하마스가 같은 수니파 국가인 터키, 카타르, 쿠웨이트에 기대기 시작한 것이다. 카타르의 경우 하마스의 가자지구 내 군사작전에 수백만달러를 지원한 것으로 알려질 정도로, 하마스의 ‘돈줄’로 여겨지고 있다.
강승연 기자/sparkli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