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약중독=게임중독’ 이라는 시각…다양한 감성의 차이 거세하는 꼴…사랑할 때도 분비되는 도파민…자신감 주며 뇌에 긍정적 영향
해외에서는 게임이 뇌의 활동에 긍정적으로 기여한다는 연구 결과들이 많이 보고되고 있다. 뇌과학자인 다핀 바벨리에는 뇌가 활발하게 학습할 수 있는 다양한 해결책의 하나로 비디오 게임을 추천한다. 많은 사람들은 비디오게임을 많이 하면 시력이 나빠진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그 반대이다. 액션게임이나 슈팅게임을 하는 게임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한 결과 동일한 시력을 가진 사람 중에서 게임을 더 많이 하는 사람들이 덜 하는 사람보다 시력이 더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게임을 하면 아주 미세한 것을 찾아내는 능력을 갖기 때문이란다.
게임을 많이 하는 사람들이 갖는 독특한 능력 중의 하나는 세상의 주변에 있는 물체들을 추적하는 능력이다. 이는 우리가 운전을 할 때 주변의 사물을 동시에 잘 보고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시켜준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게임 이론가이자 비평가인 톰 체트필드는 게임이 뇌에 보상을 줄 수 있는 7가지 방법을 소개했다. 그는 게임의 작동원리 중에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로 보상을 꼽는다. 게임에서 보상은 다양한 형태로 제공되는데 시간과 돈을 투자한 게이머에게 게임의 능력치를 올려주고, 어떤 경우는 자신이 갖고 싶어 하는 아이템이 주어지기도 한다. 그는 뇌의 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해서 게임에서 사용하는 보상체계를 응용할 것을 제안한다. 행동의 진전을 측정하는 경험, 장단기 목표 설정, 노력에 대한 보상, 빠르고 분명한 피드백, 불확실성의 요소, 도파민, 연대와 협력 등 7가지 보상방법은 모두 게임의 중요한 원리들이고, 이 원리들은 뇌의 활성화에 크게 기여한다고 본다. 특히 많은 정신의학자들이 게임중독의 부정적 근거로 제시하는 도파민은 오히려 기억과 자신감을 심어주어 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말한다.
게임을 많이 하면 뇌가 죽고, 마약중독자처럼 된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가설에 불과하다. 게임디자이너인 제인 멕고니갈(Jane McGonigal)은 자신이 뇌진탕을 당하고 심하게 두통에 시달렸을 때, 게임을 하지 말라는 의사의 권고를 어기고 게임을 신나게 즐겼을 때, 놀랍게도 두통이 사라졌다는 개인적 경험을 소개한 바 있다. 사망선고를 받은 환자를 돌보는 호스피스 종사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죽음을 앞둔 환자들이 후회하는 다섯 가지가 있다고 한다. 그것은 너무 일을 많이 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걸, 친구들과 계속해서 연락하고 살았으면 좋았을 걸, 내가 더 행복했으면 좋았을 걸, 내 자신을 좀 더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는 용기가 있었으면 좋았을 걸,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이루며 살았으면 좋았을 걸이다. 제인은 이런 후회의 이면에는 게임의 욕망이 숨어있다고 말한다. 놀이, 아바타, 아이템, 캐릭터와 같은 게임의 요소들이 인생의 후회를 메워줄 수 있는 것이라고 상상하면 노동으로 피곤한 뇌가 행복해지지 않을까?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