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문화
日직장인 ‘런치패스포트’ 열풍…반값점심ㆍ지역경제 ‘효자’
뉴스종합| 2014-07-29 11:11
[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광화문, 삼성역 일대 음식점 100곳에서 점심을 반값에 먹을 수 있다면?’

매장별 가격할인 쿠폰이나 소셜커머스 할인쿠폰을 넘어선 지역별 식당 점심 패스포트(여권)가 일본에서 인기다. 일명 ‘런치패스포트(ランパスㆍ란파스).’

런치패스포트는 1권에 990엔으로, 식당 100곳이 망라돼 있다. 통상 1000엔(1만원) 전후의 점심식사를 500엔(5000원)으로 먹을 수 있는 특전이 붙어 식비를 절약하려는 직장인들에게 인기다.

아사히신문은 29일 “도쿄역과 신바시역 등 직장인 점심 격전지에 ‘런치패스포트’가 주목받고 있다”며 “식당 입장에서도 광고비 무료로 신규 고객을 확보할 수 있고, 패스포트를 발행ㆍ판매하는 지역출판사와 서점도 수익을 볼 수 있어 지역경제를 살리는 ‘1석3조’ 비즈니스로 부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런치패스포트에는 한식당도 포함돼 있다. 도쿄도 미나토구 신바시 한식당인 ‘한류관’에서 런치패스포트로 점심식사를 즐기는 회사원들. [출처:아사히신문]

일본내 직장인 밀집지역 신바시의 점심 풍경은 이렇다. 신바시역 인근 지하 1층 복도에는 정장차림 남녀 직장인들이 대부분 런치패스포트를 들고 줄을 서 있다. 오늘의 타깃 메뉴는 ‘일본식 닭튀김 정식’. 원래 가격은 700엔(7000원)이지만 패스포트를 보여주면 500엔에 먹을 수 있다.

회사원 후쿠다 타쿠마(福田拓真ㆍ29)는 “점심 비용절감 뿐만 아니라 식당을 선택하는 폭도 늘었다”며 “‘일본식 닭튀김’을 파는 곳도 패스포트를 통해 알았다”고 말했다.

식당 측도 패스포트 덕을 톡톡히 봤다. 낡은 건물 지하에 위치해 12석이 전부인 이 음식점은 공간이 비좁은 만큼 단골손님 일색이었다. 그러나 “런치 패스포트에 게재된 이후 손님은 1.5배 늘었고, 여성고객도 찾고 있다”고 점주 고베유키(神戸雄生ㆍ37)은 기뻐했다.

런치패스포트 신바시판은 지난 4월 첫 창간된 이래 대상지역을 넓혀 이달초 2탄이 판매됐다. 인근 서점이나 편의점에서 손쉽게 구입할 수 있어 출간과 동시에 약 1만2000부가 거의 완판됐다. 5회 사용하면 할인가 총액이 책 구입비(990엔)가 빠진다. 이용기간은 발행일로부터 3개월이고 각 매장별 3회까지 이용 가능하다

런치패스포트 아이디어를 처음 선보인 곳은 고치(高知) 시의 타운정보지를 발행하는 ‘홋토고치’ 출판사로 알려졌다. 출판사 직원이 점심영업 중인 식당에서 “외식손님이 줄었다”는 한숨소리를 듣고 개발했다. 2011년 첫 창간해 입소문을 타고 완판을 기록했다. 


이후 이를 신사업으로 결정, 2012년 ‘런치패스포트’라는 상표를 등록했다. 가깝게 지낸 출판사 ‘에스피시’가 식당정보를 웹 상에 등록하는 것 만으로 런치패스포트를 제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고, ‘홋토고치’가 이 시스템과 상표사용을 패키지화해 전국 다운정보지 출판사에 제안했다. 런치패스포트를 발행하는 지역출판사들은 수익을 얻게 되면 ‘홋토고치’ 측에 패키지 사용료를 지불하는 구조다.

런치패스포트의 확장세는 무섭다. 일본 열도 34개 도도부현으로 확산됐다. 우쓰노미야(宇都宮) 시는 직장인 점심 뿐만 아니라 가족 외식용 ‘스위트판’도 제작했다.

‘홋토고치’ 관계자는 “출판불황ㆍ외식불황 속에 고객도 좋고, 식당도 좋고, 게재 지역 경제효과도 누릴 수 있다”며 “런치패스포트네트워크를 확산시켜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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