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ㆍ시리아 이슬람국가(ISIS)가 점거한 이라크 제 2도시 모술. 모술에 남았던 마지막 크리스천이 최근 이곳을 떠났다. 이슬람으로 개종하지 않으면 죽음의 위협을 당하는 모술 지역 주민들은 생존을 위해 수천년 간 살았던 삶의 터전을 떠나야 하는 것이다.
29일(현지시간) 미국 NBC방송에 따르면 최근 이곳을 점거한 알카에다 무장세력은 지난 달 이곳에 살고 있는 크리스천들에게 최후통첩을 보냈다. 머물고 싶으면 세금을 내거나 이슬람으로 개종하라는 것이었다. 불복한 댓가는 죽음이었다.
70세 사메르 카밀 야쿱 역시 AK-47 소총으로 무장한 이슬람 무장세력에 의해 집에서 쫓겨났다. 철수 시한은 지난 19일 정오였다. 그는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극소수 크리스천 중 한명이었다.
야쿱은 NBC방송에 “한 무장단원이 ‘지금 당신을 죽이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말했다”며 몇 시간 뒤 수니파 무장세력이 집 앞 길을 가로막았다고 진술했다.
그는 “내 이웃들이 모두 무슬림이어서 20명 가량이 집 문앞에 와서 나를 도우러 왔다”며 “ISIS에게 날 죽이지 말아달라고 설득하려 노력했다”며 목숨을 건진 일화를 털어놨다. 야쿱 처럼 지난 2000년 간 이곳에서 커뮤니티를 구성하며 살아온 크리스천들은 살기 위해 모두 쫓겨나는 신세가 됐다.
탈출 과정은 험난했다. 야쿱의 이웃 라이다 사미르-케이먼은 자신의 여동생과 함께 모술을 탈출했으나 탈출 과정에서 여러 검문소를 거치며 이슬람 무장세력에게 숨겨놓은 돈과 귀고리, 반지 등 귀중품을 죄다 빼앗겼다.
이들은 쿠르드자치정부 페쉬메르가가 주둔하는 카라코시 지역으로 피신했다.
이라크 크리스천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크리스천 커뮤니티 가운데 하나다. 대다수가 아시리아인들의 후예이며 아르메니아인들도 소수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이라크 크리스천은 200만명에 달했다. 2003년 150만명으로 인구의 5%를 차지하던 크리스천들은 이라크전이 끝나자 45만명으로 급격히 줄더니 지난달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20만 명까지 크게 감소했다.
미국 국무부가 28일 발간한 ‘2013 국제종교자유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크리스천, 무슬림, 힌두교인 및 기타 종교인들이 종교적 신념 때문에 고향을 떠나는 이민자는 수백만명에 이른다. 미 국무부는 3년째 내전 중인 시리아를 지목하며, “시리아 홈스 지역 크리스천 인구는 16만명에서 1000명으로 크게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