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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X파일] 과소비 ‘데이터 무제한’ 끼워팔기에 더 얇아지는 소비자 지갑
뉴스종합| 2014-07-30 10:56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 ‘데이터 무제한’을 앞세운 이동 통신 3사의 ‘고가 요금제’ 마케팅은 이제 대세로 자리잡았습니다. 갤럭시S5나 G3 같은 최신 고급 스마트폰은 물론, 출고가 40만~50만원 짜리 철 지난 모델이나 사양을 다운시킨 중저가 모델을 사려해도 ‘80요금제’ 3달 의무가입은 피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이 사이 통신 3사의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도 어느 덧 4만원 고지를 눈 앞에 두고 있습니다. 초등학생 꼬마 아이도, 귀가 잘 안들리는 할아버지도 이제 휴대전화 요금으로 4만원은 기본으로 내는 시대라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80요금제’로 더 잘 알려진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사용하는 소비자들의 월 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급감하고 있습니다.. 30일 미래창조과학부가 공개한 무선데이터 트래픽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까지 월 평균 3만5000MB를 웃돌던 ‘4G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가입 고객의 평균 실 사용 트래픽은 12월 3만1809MB로 떨어진데 이어, 6월에는 9300MB까지 줄었습니다.

통상 출퇴근이나 등하교, 그리고 이동 중 LTE 데이터 망을 이용해 동영상을 보고, 간단한 웹 서핑이나 메시지를 주고받을 경우 하루 평균 약 1000MB~2000MB를 사용한다는 한 통신사의 내부 통계를 감안하면,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가입자들 상당수가 필요도 없이 비싼 요금제에 가입했다는 반증입니다.

소비자를 위한 척 “언제 어디서나 요금 부담 없이 LTE로 동영상을 마음 것 볼 수 있다”며 통신사들이 선심 쓰듯이 내논 요금제의 혜택은, 실제로 통신사에 다시 되돌아갔을 뿐입니다. 

실제 지난해 1월 첫 선을 보였고, 올 4월 이통사들이 8만원대 상품을 경쟁적으로 내논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가입자 수는 이미 24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전체 LTE 가입자 3260만 명의 약 7.4%가 한 달에 스마트폰 요금으로만 8만원이 넘는 돈을 선뜻 지불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 같은 수치는 더 늘어날 전망입니다. 최근 한 증권사는 통신 3사에 대한 보고서에서 “올 연말까지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가입자 수는 600만명을 넘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는 전체 LTE 가입자의 20%에 육박하는 수치입니다.

업계에서는 월 8만원이 넘는 ‘무제한 데이터’ 이용 고객이 빠르게 늘고 있는 것과 달리, 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반토막 난 것을 통신 업체들의 꼼수 ‘마케팅’의 결과로 해석했습니다. 일선 판매점에 고가 요금제, 즉 8만원이 넘는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고객 유치시 수수료를 더 많이 지불하는 리베이트 정책을 적극 펼친 결과입니다.

한 명의 고객 유치가 아쉬운 일선 판매점에서는 80만원짜리 스마트폰을 30만~40만원에 주는 대신, 고가 요금제 의무 가입으로 벌충하고 있습니다. 실제 최근 온라인에서는 갤럭시S5나 G3를 30만원 선에 판매한다면서 ‘80요금제’ 또는 ‘89요금제’ 3달 가입을 조건으로 내 건 곳이 대부분입니다.

방통위가 그렇게 근절하고 싶어하는 ‘요금 할인’을 ‘단말기 가격 할인’으로 속여파는 것과 겉모습은 조금 다르지만, 실상은 다른 점이 없는 셈입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3만~4만 요금제면 충분한 고객에게 그 2배가 넘는 요금제를 사용하라는 것은 낭비”라며 “통신사들의 좋은 실적 뒤에는 과소비 조장 마케팅이 숨어있다”고 비판했습니다.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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