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분쟁
알카에다 연계조직 배불리는 ‘몸값’…9년간 1229억원 벌어
뉴스종합| 2014-07-30 11:18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납치한 민간인이나 전쟁 포로를 풀어주는 대가로 받는 ‘몸값’이 알카에다와 연계된 테러단체들의 핵심 자금로로 떠올랐다.

2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몸값이 알카에다 연계조직의 자금줄”이라면서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몸값으로 재원을 충당하는 극단적 이슬람 무장단체들이 점차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알카에다 연계조직들이 지난 2004년부터 2012년까지 몸값으로 벌어들인 돈은 1억2000만달러(약 1229억3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알카에다 예멘 지부인 알카에다아라비아반도지부(AQAP)만 보더라도 이 기간 몸값으로 얻어낸 자금은 최소 2000만달러(약 204억8800만원)에 이른다.

데이비드 코언 미국 재무부 테러ㆍ금융정보 담당 차관은 WSJ에 이같이 지적하고 “이들 단체가 몸값보다 더 많은 돈을 받는 유일한 자금줄은 미국이 지정한 테러지원국(쿠바, 이란, 수단, 시리아)뿐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이슬람 테러조직들의 주요 납치 타깃인 서방국 국민들의 안전에 비상이 걸렸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국무부에 따르면 지난 2011년까지 북아프리카에서 테러단체에 붙들린 포로를 풀어주기 위해 지급된 몸값은 포로 한 명당 평균 500만달러(약 51억2200만원)에 달한다.

말리 등 북부 아프리카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알카에다 연계 무장단체 이슬람 마그레브 알카에다(AQIM) 조직원의 모습 [자료=알자지라]

비교적 힘을 덜 들이고도 이처럼 짭짤한 수입을 올릴 수 있어 이들 단체엔 좋은 수익사업이 된다. 이에 따라 이슬람 무장단체 사이에선 포로를 이용한 몸값 사업을 활발히 벌이는 북아프리카 테러조직들이 일종의 ‘선구자’로 여겨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최근 들어 이 같은 사례가 늘어나면서 우려를 가중시키고 있다. 몸값 명목으로 번 자금은 알카에다 연계조직의 세력 확대에 사용될 것이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미국 싱크탱크 랜드연구소는 알카에다 북아프리카 지부인 이슬람 마그레브 알카에다(AQIM)가 2010년 니제르에서 납치한 프랑스인 인질 4명을 지난해 10월 풀어주면서 3000만달러(약 307억3200만원)라는 거액을 벌어들였다고 추산했다.

또 알카에다의 시리아 연계 반군조직인 알누스라 전선은 지난 3월 수녀 13명과 다른 여성 3명을 석방하는 대가로 1600만달러(약 164억원)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주요 서방국들은 테러단체의 몸값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며 강경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미국과 영국이 지난해 주요8개국(G8)을 상대로 테러조직에 몸값을 지불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데 이어, 올 1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각국 정부에 몸값 관행 근절을 촉구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했다.

그러나 자국 국민들의 안전이 걸려있는 상황에서 각국 정부가 끝까지 몸값 지불 요구에 저항할 수 있는지는 미지수다. AQIM에게서 풀려난 프랑스인 인질을 위해 프랑스 정부가 힘을 썼다는 의혹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서방과 이슬람 테러조직 사이의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는 카타르 정부가 몸값을 몰래 지불해오고 있다는 점도 문제라고 WSJ는 지적했다.

sparkling@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