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문화
러시아 금연구역 전면확대, 푸틴이 왜?
뉴스종합| 2014-07-30 11:40
[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흡연대국’ 러시아가 금연국가로 탈바꿈하고 있다. ‘비흡연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입김이 상당히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아사히신문이 30일 보도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러시아의 15세이상 남성 60.2%, 여성 21.7%가 흡연 인구다. 하루 평균 남성은 18개비, 여성은 13개비를 피운다. 흡연 관련 질환 사망자도 한해 약 40만 명에 이른다.

이 때문에 러시아 정부는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담배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지난 6월 실시된 금연법에 따르면, 러시아 전역 호텔에서는 흡연은 전면금지 됐다. 또 레스토랑이나 카페도 전체 금연이다. 지난 5월까지만해도 식당에 들어서면 종업원들이 흡연유무를 물었지만 이제는 싹 사라졌다.

과거 흡연 단골장소였던 아파트 입구와 계단, 기차역, 시장, 스포츠 시설, 직장에서도 일제히 흡연이 금지됐다. 실외라고 해도 기차역과 지하철역 입구에서 15m 이내는 금연이다.


담배 판매방법도 돌변했다. 우선 담배를 눈에 띄게 매장에 배치해서는 안된다. 계산대 위 투명 케이스 보관됐던 담배는 불투명막으로 가려졌다. 러시아인들이 주로 담배를 구입하는 ‘키오스크’라는 작은 매점에서도 담배판매가 금지됐다.

담배 피해를 알리는 공익광고는 더 과격해졌다. 모스크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금연 캠페인 광고에는 젊은 남성과 여성의 입에 큰 바늘이 관통하는 사진이 실렸다. 러시아 보건부는“낚시바늘을 끊자”는 캐치프레이즈로 금연을 홍보하고 있다. 포스터에는 “러시아 흡연자는 연간 6570개비의 담배에 의존하고 있다”는 글귀가 쓰여있다.

이처럼 러시아 금연대책이 급진적이된 배경에는 푸틴 대통령의 의중이 강하게 자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 푸틴은 러시아 총리시절인 지난 2010년 각료회의에서 “담배 피우는 사람 누구냐”고 물으며 손을 들게 했다. 푸틴 대통령은 인원 수를 확인하고 “모두 금연할 것”을 강요했다.

러시아 금연 캠페인 광고. 러시아 보건부는 “낚시바늘을 끊자”는 캐치프레이즈로 금연을 홍보하고 있다. 포스터에는 “러시아 흡연자는 연간 6570개비의 담배에 의존하고 있다”는 글귀가 쓰여있다. [출처=아사히신문]

이후에도 담배를 끊지 못하는 각료들은 많았지만, 푸틴 대통령의 눈이 두려워 담배 피우는 모습이 언론에 나오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썼다는 후문이다. 아사히신문은 “푸틴의 코드에 맞추려는 각료들이 무리하게 금연대책을 밀어붙이는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러시아 정부가 금연대책에 속도를 내는 배경에는 러시아 담배시장이 외국 제조업체에 거의 독점돼 있다는 현실도 한몫하고 있다.

실제로 일본 담배산업(JP) 자회사인 JTI와 필립모리스, 브리티시아메리칸타바코, 임페리얼타바코 등 일본, 미국, 유럽 4개사가 러시아 담배시장의 90% 이상을 점하고 있다.

신문은 “러시아 국산담배 산업의 저항이 적고, 어차피 피해를 보는 곳은 외국기업이라는 안정감이 정부와 의원들이 금연 대책을 서두르게 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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