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제
서방 제재 맞선 푸틴의 반격 카드는 ‘푸드파이트’
뉴스종합| 2014-08-04 11:22
[헤럴드경제 =한지숙 기자]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서방의 추가 경제 제재에 맞서 러시아의 ‘푸드 파이트’가 시작됐다.

서방이 러시아에 대한 무기 금수, 금융 옥죄기 등 새로운 제제를 가하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곡물 수입 금지, 몰도바 농수산물 수입 제한, 유럽산 과일 수입 금지, 미국산 닭고기 수입 금지, 미국 프랜차이즈 맥도널드에 대해 치즈 위생 검사 등 반(反) 러시아 지역산 수입 농수산물을 겨냥해 규제의 칼을 빼들었다. 이를 두고 미국 워싱턴포트스(WP)는 2일(현지시간) “러시아에선 수입국과 수출국간 정치외교 관계가 변화할 때마다 식품이 규제를 받아왔다”며 분석기사를 보도했다.

실제 러시아는 정치외교적으로 코너에 몰릴 때마다 식품 무역 규제로 보복을 단행해 왔다. 지난해 하반기 우크라이나가 유럽연합(EU)과 무역 협정 논의를 심화시키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산 초콜릿의 러시아 수입을 금지했다. 또 2000년대 중반 조지아(옛 그루지아)가 EU편으로 가까워지자 의도적으로 위생문제를 제기하며 조지아산 와인 수입을 금지했다. 조지아산 와인 수입 은 금지 조치 7년만인 지난해에야 재개됐다.

[사진 =이타르타스통신]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러시아의 가장 큰 식품 규제는 우크라이나 유제품 수입 금지 조치다. 지난 2월 친 러시아 성향의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민주화 세력에 의해 권좌에서 축출되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산 유제품의 러시아 수입을 막았다.

반 러 성향 국가 몰도바가 올 여름 EU 가입을 전제로 한 협력 협정을 체결하자, 이번엔 몰도바산 과일과 야채를 거부했다.

최근 러시아의 식품 규제는 빠르게 급증하고 있다. 지난 1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입을 전면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유럽산 야채, 과일 ‘블랙리스트’ 명단에 폴란드도 올리겠다고 위협했다. 맥도날드, 버거킹, KFC등 미국 프랜차이즈들은 치즈 위생 단속 대상에 포함됐다. 이와 관련 햄버거 프랜차이즈 웬디스는 러시아 지점을 폐쇄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금수 조치는 “러시아의 전통적인 외교 스타일로 고도로 정치적인 제스처”라고 지적했다. 또한 러시아가 이처럼 식료품 무역 보복을 답습하는 이유는 “총, 석유 시추, 은행 같은 분야에서 규제로 맞대응하면 러시아가 치러야할 댓가가 비싸기 때문”이란 게 서방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모스크바 경제학 고등학교 제2주임 콘스탄틴 소닌은 “규제 담당 기관, 환경 단체 등 언제나 행동할 준비가 돼 있는 기관들이 있다”며 구체적인 전술 방법을 소개했다. 그는 최근 일련의 서방 식품 수입 금지 관련 뉴스가 신문과 방송을 뒤덮고 있는 점을 들어 “이 조치가 국내 이슈라면 이처럼 크게 보도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러시아가 폴란드산 과일과 야채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밝히자, 인터넷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패러디.

실제로 러시아 현지 언론은 미국산 닭고기의 항생제가 유해할 수준이라고 발표한 러시아 농수산 부문 소비자 감시단체의 주장을 잇따라 비중있게 싣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유제품이 오염됐으며, 유럽산 과일과 야채에서 해충이 나왔고, 미국 패스트푸드점에서 박테리아가 심각하다는 등 비슷한류의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러시아 24뉴스채널은 최근 관련 보도에서 러시아가 식품 수요의 4분의 1을 EU로부터 공급받고 있지만, 이는 터키, 이스라엘, 중국, 이란, 아르헨티나 같은 다른 국가 수입으로 대체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국 가금류 수출업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제임스 섬너 미국 가금류수출협회장은 “지난 6개월여 동안 (러시아의 항생제)테스트 방식과 결과가 달라지지 않아왔다”면서 ”그동안 러시아 관료들과 꽤 매끄럽게 일해왔는데, 이런 정밀 조사를 받게 된다고 하니 다소 놀랍다”고 말했다.

한편 러시아의 닭고기 시장에서 미국산 비중은 한 때 40%까지 높았던 적이 있지만 현재는 대략 7%선을 차지하고 있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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