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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은 여전히 젊은이들의 감옥…“책임자 엄벌, 외부감시 절실”
뉴스종합| 2014-08-05 10:20
[헤럴드경제=이지웅 기자]‘윤일병 사망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우리 군이 후진적인 행태를 여전히 벗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뒤따르고 있다. 특히 이런 사건을 투명하게 공개하기는 커녕 쉬쉬하는 데에만 급급했던 군 당국의 관습적인 폐쇄성에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군 당국은 병사들의 자살, 가혹행위 사건이 불거지면 선진 군대로 거듭나겠다고 천명해 왔었지만, 실질적인 변화는 거의 없었다.

군 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이 지난해 발표한 논문 ‘군 인권 실태 연구 보고서’의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병사 305명 중 ‘군대에서 구타를 당한 적이 있다’는 응답자는 8.5%였다. 이는 2005년 국가인권위원회 실태 조사 때보다 오히려 2.5%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남이 구타당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는 병사도 17.7%로 2005년(8.6%)에 비해 두 배로 늘었다. ‘구타를 당했을 때 탈영 또는 자살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병사는 34.6%였다. 가혹행위를 당한 후 86.8%는 ‘그냥 참았다’고 했다.

일부에서는 이런 사고 원인을 두고 ‘예전에 비해 군기가 없기 때문’이라는 해석을 내놓지만, 이는 잘못된 진단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군대 내 사고는 ‘군기’를 강조하며 병사들을 억압할 때보다 병사들의 인권을 보호해줄 때 더 적게 발생했기 때문이다.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군대 내 군기사고(자살ㆍ총기사고ㆍ폭행 등)로 인한 사망자 수는 ‘민주 군대’를 강조한 노무현 정부 시기인 2003∼2007년 연평균 76.2명이었다. 이 가운데 자살로 인한 사망자는 연평균 71.4명이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강한 군대’를 강조한 이명박정부 시기인 2008년∼2012년 연평균 82.8명의 사망자가 났다. 이 중 자살에 의한 사망자는 연평균 81.4명이었다. 이전 정부에 비해 한해 평균 10명이 더 자살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군대 내 사고가 줄어들지 않는 이유 중 하나로 ‘문화지체현상’을 꼽는다. 젊은 세대의 인식과 문화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우리 군의 시스템은 여전히 답보 상태라는 것이다.

2012년 그린캠프에 참가한 보호관심병사 113명을 설문조사한 김현례 연세대학교 보건대학 교수는 “20대 초반인 병사들은 청소년기에서 성인기로 이행되는 단계에 놓여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아직 스트레스 대처능력이 미숙한데 군 입대하면서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다양한 스트레스를 한꺼번에 맞닥뜨린다”고 했다.

그는 또 “현재 군 복무 중인 세대는 대체로 자기중심적이고 자유롭게 개성을 추구하며 비교적 높은 교육 수준과 물질적 풍요를 경험한 세대”라며 “이러한 세대적 특성은 의무성, 한시성, 단절성 등이 특징인 군과 상충하는 면이 많아 스트레스가 더욱 가중된다”고 했다.

후진적인 군 시스템을 병사들에게 강요하면서 이에 적응하지 못하는 병사를 낙오자로 만들지 말고, 군이 먼저 변화에 걸맞게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윤모 일병 사망 사건’으로 드러난 감옥보다 못한 군 실태에 시민들은 근본적인 해법을 요구하고 있다. 청와대 자유게시판에는 수백 건의 관련 글이 올라와 있다.

한 시민은 “이런 뉴스를 접하면 부모들은 당연히 아들 자식을 군대 보내기가 싫어진다”며 “‘말도 안되는 사건들이 일어나서는 안된다’는 관점으로만 보면 안되고 이런 사고가 국방력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해 실질적으로 내란죄와 다름없는 현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사건 유발자에게는 반드시 엄한 처벌을 가해 다시는 같은 일이 재현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적었다.

다른 시민은 “감추기에만 급급한 군 당국에만 이 문제를 맡기면 안되고 외부에서 우리 자식들이 잘 지내는지를 감시하게 만들어야 한다”며 “2006년부터 2009년까지 한시적으로 활동했던 군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를 부활시킬 필요도 있다”고 지적했다.

plat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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