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문화
‘한계도시’ 도쿄…독거노인 급증, 출산률 급락
뉴스종합| 2014-08-06 10:52
[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 #2035년 ‘동경풍경.’ 일본의 수도 도쿄는 노인천국이 됐다. 여섯 집 걸러 한 집은 독거노인 집이다. 숫자만 100만명에 달해 2010년보다 1.6배 늘었다. 하지만 노인요양시설은 턱없이 부족하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땅값 때문에 왠만해서는 채산성을 맞출 수가 없다. 독거노인 안부를 확인해주는 점심식사 배달업체만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세계적인 ‘메트로폴리탄’인 일본 도쿄가 ‘한계도시’에 봉착했다. 저출산과 고령화의 고질적인 ‘일본병’이 수도 도쿄를 강타한 것이다. 독거노인은 급증하는데 의료시설과 요양시설이 이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의료와 개호(간호) 서비스가 붕괴될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온다. 또 비싼 땅값과 노인위주 소비패턴 변화 등으로 중소기업 진출길이 막히면서 도쿄의 역동성은 떨어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6일 이같은 현상이 수도 도쿄로 쏠리는 ‘일극 집중의 폐해’라고 진단했다.

▶독거노인ㆍ고독사 증가일로=일본에서는 ‘마스다 쇼크’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마스다 쇼크’란 마스다 히로야 전 총무상이 “인구감소로 2040년까지 일본 지방자치단체 절반이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을 말한다. 도쿄의 경우 고령자가 인구 절반을 넘을 것이라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미 일본의 대표 번화가 이케부쿠로(池袋)가 위치한 도시마(豊島) 구는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71%가 독거노인이다. 마스다 전 총무상이 도쿄도 내 23구 중 유일하게 소멸할 가능성이 있는 자치단체로 꼽힌 지역이다.

도시마 구는 1990년부터 독거노인 안부를 확인하는 점심배달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현재 이용자는 1100명에 달한다. 민간업체에 위탁해 1식(食)당 350엔(약 3500원)을 세금에서 보조한다. 그런데 이 숫자가 최근 몇년새 100명 단위로 증가해 재정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도시마 구 복지과는 “이대로 가다간 제도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도쿄 독거노인은 증가일로다. 20여년 후인 2035년에는 도쿄의 독거노인은 100만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여섯가구당 한가구 꼴이다. 독거노인의 ‘고독사’도 증가해 지난해 도쿄에서는 7400건이 보고됐다. 


▶의료ㆍ개호 서비스는 태부족=도쿄 고령자는 급증하지만 의료ㆍ개호 서비스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비싼 땅값과 법 규제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 영리기업의 병원 설립 금지 법안이 문제다. 또 도쿄 지가가 워낙 높아 노인요양시설은 도심 진입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다. 이런 문제로 스기나미 구의 요양시설 대기노인은 1900명에 달한다.

개호교육을 받은 젊은이들은 도쿄에서 일자리 찾지 못하고 있다. 급료도 적어 간병인으로 정규직이 된다고 해도 실수령액이 15만엔(약150만원)에 그친다.

카메종합병원의 카메 신스케 병원장은 “도쿄는 세계에서 고령화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법정비를 포함한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고 있다”며 “지방이 아닌 도쿄에서 가까운 미래에 ‘의료붕괴’가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게재한 일본 고령화 증가 추이. 2035년 일본 전역 고령자는 1045만명으로 10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됐다. 이중 100만명은 수도 도쿄에 거주한다.>
 

▶중소기업 사라지는 도쿄=성장엔진이 돼어야 할 도쿄의 산업기반은 약화하고 있다. 기업 수는 2012년까지 3년간 8.7% 감소해 전국 평균 7.9%를 웃돌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도 있지만 시장규모가 줄어들면서 지방은행 등 기업들이 통합의 길로 들어섰다.

고령자 증가라는 인구동태 변화가 시장으로서의 도쿄의 매력을 떨어뜨리고 있는 셈이다. 2035년에는 수도권에서 식료품 이외 의복, 외식, 교육 수요가 10% 전후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닛케이는 “그동안 도쿄는 전국 각지에서 사람, 물건, 기업을 끌어들여 고도성장을 일궈온 만큼 인구감소와는 무관하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지만 이것이 문제의 본질”이라고 꼬집었다. 지나친 일극 중심이 지방의 활력을 빼앗고 자본의 비대화만 초래했다는 것이다. 신문은 “무너진 성장 모델의 폐허에 일그러진 인구 구성의 폐해만 남았다”고 평가했다.

2020년 도쿄올림픽은 수도권에 청년층 유입을 지속시킬 호재로 평가되지만 도쿄권의 결혼ㆍ육아환경은 지방에 비해 훨씬 떨어져 얼마만큼 실효가 있을지 미지수다.

신문은 타개책으로 “도쿄도 내 육아지원 확충과 개호 의료서비스 인프라 정비, 도쿄 집중 흐름을 역류시킬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세계적 도시와 경쟁하기 위한 법인세율 인하, 국가전략특구 등 규제완화도 서둘러야 한다고 덧붙였다.

/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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