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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범죄 온상’ 주범은 ‘폐쇄적 군사법제도’
뉴스종합| 2014-08-07 09:30
-지휘관이 기소권, 감경권, 인사권 독점..전횡 휘둘러..청탁 개입 소지도
-양형기준도 적용 안 돼. 지휘관 입맛대로 형 선고
-독일은 군사법원 없어..대만도 올 1월 군사법원제도 폐지
-17대 국회에서도 군 수뇌부 반발로 군 사법개혁 무산

[헤럴드경제=최상현 기자]폭증하고 있는 군인범죄는 폐쇄적이고 자의적으로 운영되는 군사법원 시스템에 근본 원인이 있다.

사단장 등 군 지휘관이 자의적으로 형을 줄일 수 있는 감경권과 법률 전문가가 아닌 일반 군인이 재판에 관여하는 심판관 제도 등 ‘독소 제도’가 상존하고 있어 군 범죄 양산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군 사법개혁은 지난 노무현정부 시절 17대 국회에서도 추진됐었지만 군 수뇌부의 강한 반발에 밀려 무산됐었다. 군은 전쟁 상황을 대비해 일사불란한 사법 체계가 필요하다며 군사법원의 존치를 주장하고 있지만 독일은 아예 군사법원 제도가 없고 대만은 올해 1월 군 범죄의 조사, 기소, 심리 등 전 과정을 일반 사법기관이 담당하도록 하면서 군사법원을 폐지했다.

반면 우리나라의 군 사법체계는 법적 전문성과 재판의 독립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로 돼 있다.

군 검찰은 사법연수원 출신이지만 기소권을 행사할 때 내부적으로 사단장의 결재를 거치도록 하는 ‘위임 규정’을 따르도록 돼 있다. 사실상 기소권이 군 사단장에게 있는 것이다. 또 재판부 구성원 3명 중에는 사단장이 지정하는 심판관 1명이 포함돼 있어 재판권도 사단장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재판장도 일반 장교가 맡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군 지휘관은 판결이 선고된 사건의 형량을 마음대로 깎아줄 수 있는 ‘관할관 확인조치권’(감경권)이라는 초법적 권한도 갖고 있다. 또 군사법원의 재판관은 법원조직법상의 법관도 아니어서 군형법 위반 사건의 경우 대법원에서 만든 양형기준도 적용되지도 않는다. 지휘관의 입김에 따라 형이 정해질 가능성이 열려 있는 셈이다.

이번 ‘윤일병 사망 사건’에서 군 검찰은 가해 병사들에게 상해치사죄를 적용했고, 비난 여론의 거세지자 군이 뒤늦게 살인죄 적용을 검토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뒤따른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김경진 변호사는 “사단장 입장에서는 자기 부대에서 일어난 일이어서 감경권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고 이 과정에서 청탁이 개입될 소지도 있다”며 “전반적으로 군사법원 처벌은 민간법원보다 약한 경우가 많아 수사와 재판에서 공정성과 투명성을 기대하기 어렵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군 범죄의 대부분이 군의 특수성과 관련이 없는 폭행, 성범죄 등 일반 형사사건들이어서 군 검찰과 군사법원의 역할 범위를 군 작전과 관련된 사건으로 축소해야 한다는 지적은 이같은 이유에서 나온다.

군 법무관 출신의 한 판사는 “사단장이 군 검사에 대한 인사권에다 군사법원 판사까지 지휘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어 재판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며 “전쟁 상황도 아닌 평상시라면 일반 형사사건은 민간법원에서 재판해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sr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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