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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의 힘’으로 애플과 ‘세기의 소송’ 합의 이끈 이재용
뉴스종합| 2014-08-07 11:48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185㎝의 훤칠한 키와 세련된 외모를 지녔다. 이 부회장이 지닌 부드러운 눈매는 주변 사람들을 편안하게 만드는 힘을 갖고 있다는게 그를 만났던 인사들의 전언이다. 이 부회장은 가끔 임직원들과 만찬이나 뒤풀이 자리에 참석해 소줏잔을 기울이며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마음 씀씀이가 더해져 이 부회장은 탁월한 ‘소통의 힘’을 지니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의 겸손과 예의바름은 좌우명인 경청(傾聽)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조부인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와 부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가르침으로 이 같은 좌우명을 정해 정중하고 신중하게 행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부회장의 신중함이 큰 일을 냈다. 삼성전자가 라이벌 애플(미국)과 미국을 제외한 국가에서 두 회사가 진행해온 모든 특허 소송을 철회하기로 합의한 것. 1조원 가까이 되는 미국에서의 특허소송은 이번 합의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두 회사의 합의에 따라 화해 무드가 조성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합의 밑바탕에는 이 부회장의 ‘소통의 힘’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부회장과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8∼13일 미국 아이다호주 선밸리에서 열린 ‘앨런앤드코 미디어콘퍼런스’에 함께 참석해 회동했다. 실제로 두 사람이 콘퍼런스 도중 대화를 대화하는 나누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그 이전부터 애플 측에 진정성을 보여 왔다. 애플과 소송전이 시작된 지 반년 정도 지나 다소 껄끄러웠던 2011년 10월에도 그는 ‘친구’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의 비공개 추도식에 참석했다. 이때부터 쿡 CEO와 ‘물밑 교감’이 시작됐을 가능성이 높다. 애플은 내년 생산 예정인 스마트폰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의 일부 생산을 다시 맡기기로 한 것으로 전해져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도 힘을 얻게 될 전망이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가 삼성전자에 특허 사용권 계약을 위반했다며 소송을 제기하자 삼성전자도 맞소송에 나서겠다는 입장이지만, 이 부회장이 빌 게이츠 MS 창업주와의 친분을 활용해 소송 전에 잘 해결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애플과 원만한 합의로 향후 후계구도를 다진 이 부회장에게 ‘소통’은 다른 난제들도 풀어나가는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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