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韓 · 美 돈풀기 차이점은
박문각이 출판한 시사상식사전에 기재된 양적완화의 정의다. 최근 정부의 확장적 정책운용을 두고 일각에서 ‘한국판 양적완화’라고 빗대고 있지만 엄밀히 따져보면 새 경제팀의 재정정책과 양적완화의 사전적인 의미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양적완화는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조절해 간접적으로 유동성을 조절하던 기존 방식과 달리, 국채나 다른 자산을 사들이는 직접적인 방법으로 시장에 통화량 자체를 늘리는 ‘통화정책’이다.
미국의 양적완화는 그야말로 무차별적이었다. 미국 중앙은행이 국채 등의 자산을 무차별적으로 매입해 달러를 살포하는 방식이었다.
양적완화를 주도한 벤 버냉키 전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헬리콥터 벤’이라고 불린 것도 공중에서 헬리콥러로 돈을 뿌리듯 했다는 의미에서 비롯됐다. 달러가 기축통화인 만큼 미국의 이같은 무차별적 살포는 전세계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일본의 아베노믹스 역시 이와 거의 유사한 형식으로 양적완화를 단행했다.
경제규모가 아직 미국과 일본에 비할바가 되지 못하는 한국 정부가 과감한 재정정책을 펼친다고 해도 양적완화라는 이름을 가져다 붙이기는 무리가 있다.
한국 정부가 풀어낸다는 40조원 이상의 금액은 대부분이 기금이나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공공기관이 보유한 정책금융 등이다.
그리고 이들 자금에는 타깃이 있다. 중소기업ㆍ소상공인 지원, 주택구입 및 임대주택지원, 관광산업진흥과 같은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집행이 되는 돈이다. 그리고 그 방식도 낮은 이자를 통한 대출 방식이 주를 이룬다. 이렇듯 차이를 보이지만 부작용은 비슷한 형태로 다가올 수 있다. 그래서 최근 한국정부의 확정적 거시정책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힘을 받는 듯하던 일본의 아베노믹스의 경우 정부 부채 증가, 수입 물가 증가에 따른 구매력 약화 등 부작용이 점차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한계에 다다랐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국의 경우 일단 ‘중장기 재정건전성을 저해하지 않는 수준’에서 확장적 경제정책을 펴겠다고 했지만 벌써부터 재정 악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미국은 풀어낸 돈을 걷어들이려 하고 있고, 일본은 살포한 돈더미에서 허우적거리는 모습이다. 이제 막 돈을 풀려고 하는 한국이 원하는대로 큰 부작용없이 바라는 효과를 얻어낼 수 있을지 경제 주체들은 기대반 걱정반의 심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하남현 기자/airins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