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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크엔드] 달러 · 유로 · 엔 · 위안 ‘新통화전쟁’
뉴스종합| 2014-08-08 11:02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신통화전쟁’의 파고가 높다.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이 수출 증가와 일자리 확보를 겨냥한 통화정책을 펼치면서 혈전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은 헬리콥터로 달러를 뿌리겠다던 연방준비제도(Fed)의 정책을 현실화했다. 일본은 윤전기 돌리듯이 엔화를 무제한 찍어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도 유로를 쏟아냈고, 중국도 위안화 평가절하에 나섰다. 세계 4대 경제권의 각자도생식 통화정책은 환율전쟁을 심화시키고 있다. 주요국의 양적완화 정책이 자국 통화의 경쟁적인 평가절하로 이어지면서 환율 갈등이 야기될 수 있다는 얘기다.

▶자국 경제 사수 위한 혈전=통화전쟁은 각국이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해 자국 통화가치 하락을 유도하는 것이다. 말그대로 ‘총성 없는 전쟁’이다. 자국통화 가치 하락은 수출증대와 수입억제를 통해 무역수지 개선에 기여한다. 수출과 자국내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통화전쟁은 크게 세차례 있었다. 1921년부터 펼쳐진 1차 통화전쟁은 1930년 대공황을 초래했다. 2차 통화전쟁에서는 브레튼우즈 체제(미 달러를 세계 기축 통화로 삼고 각국 통화는 이를 기준으로 환율을 고정하는 제도)가 붕괴됐다.

1985년 플라자합의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환율 갈등’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는 1980년 이후 통화전쟁의 도화선이 됐다. 당시 주요 5개국(미·일·영·프·독) 재무장관들은 미 달러화 가치를 떨어뜨리고, 일본 엔화와 독일 마르크화 가치를 높이는데 합의했다. 달러 가치는 빠르게 급락했다. 미 달러화에 대한 엔화 환율은 1년 후 120엔대까지 떨어졌다. 일본은 대미(對美) 무역에서 번 돈의 절반을 불과 1년새 날렸다. 일본 정부는 갑작스런 수출 둔화와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전력투구했다. 이는 1990년대 들어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잃어버린 10년’이 시작된 것이다.

일명 ‘닉슨 쇼크’도 환율전쟁의 사례다. 1971년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은 일방적으로 달러의 금태환 정지를 선언했다. 전후 국제 통화 질서로 자리 잡았던 ‘브레턴우즈 체제’를 일방적으로 무너뜨린 것이다. 1960년대 후반부터 베트남 전쟁으로 엄청난 양의 달러화가 필요하자 금태환 의무를 유지하기 어려웠다. 이로 인해 1976년 1월 변동환율제를 골자로 한 킹스턴체제가 출범하기까지 약 5년간 세계 각국은 환율 전쟁에 시달렸다.


▶기약없는 3차 환율전쟁= 2010년 Fed가 양적완화를 시작하면서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3차 통화전쟁이 시작됐다. 전문가들은 3차 통화전쟁도 짧게 끝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각국 중앙은행은 ‘돈 풀기 경쟁’ 중이다.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경기부양 효과는 제대로 내지 못하고 물가 상승과 달러가치 하락만 부채질할 것이란 지적이다. 양적완화로 인해 기축통화인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면 달러화로 표시된 원유나 곡물 등 원자재값이 뛰어 인플레이션을 야기할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다.

지난 4월 이후 원화 절상은 주요국의 환율정책 요인이 강하다. 이에 따라 당국이 글로벌 환율전쟁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미국의 조기 금리인상을 앞두고 신흥국 증시에는 글로벌자금이 몰려들고 있다. 이는 미국 중앙은행이 정책을 변경하는 전환기에 자금을 임시로 넣어두는 피난처로 이용하는 측면이 크다. 미국 금리인상시 신흥시장의 자금 엑소더스가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앞서 미국 연준이 1994년 금리 인상을 단행했을 때 중남미 증시가 곤두박질 쳤고 지난해에는 연준이 제3차 양적완화를 종료할 것이라는 전망에 아시아시장이 요동친 경험이 있다. 

권도경 기자/k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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