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업
감성ㆍ세대ㆍ성별…디카의 남다른 프러포즈
뉴스종합| 2014-08-09 08:22
[헤럴드경제=정찬수 기자] 아빠 카메라, 꺼내두고 싶은 카메라, 예뻐지는 카메라, 가족 카메라…

사양을 경쟁적으로 내세우던 카메라 업계들이 달라졌다. 이제 세대의 공감대를 건드리고 소비자에 기대어 속삭인다. 사실상 포화 상태에 이른 디지털카메라 시장에서 틈새를 공략하겠다는 각 사의 속내가 엿보인다.

실제 최근 아이씨 인사이츠(IC Insights)의 자료에 따르면 전세계 디지털 카메라 시장은 2011년 1억4000만 대 수준에서 올해 1억 대 수준으로 30% 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또 3년 뒤인 2017년엔 7800만대 수준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측돼 업계의 주름살이 깊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 카메라 제조사들이 라인업을 축소하고 대표기종들에 감성을 부여하고 나선 이유다.

침체된 경기 속에서 최근 각종 마케팅을 관통하는 주제는 따뜻한 유대관계, 바로 가족이다. 아빠와 자녀들의 여행길을 비추는 TV 프로그램, 맞벌이 부부들을 겨냥한 자녀 중심의 광고들이 내세우는 핵심도 바로 ‘사랑’이다.

카메라 업계도 마찬가지다. 최근 캐논이 내놓은 EOS 700D는 ‘인생에 다시 오지 않을 순간’이라는 슬로건으로, 고귀한 탄생의 순간을 그렸다. 추성훈 부녀가 등장하는 니콘 D5300 광고는 밝은 분위기로 친구같은 아빠라는 ‘프렌디’라는 신조어와 어울리도록 구성됐다.

반면 미러리스와 콤팩트카메라 제품은 미(美)적인 이미지를 내세운다. 송혜교가 등장하는 소니 A5000은 ‘예뻐지는 카메라’로, 셀프카메라에 초점을 맞춘 삼성 NX미니는 ‘꺼내두고 싶은 카메라’라는 별칭을 스스로 부여하며 여심을 공략한다. 삼성은 특히 패션잡지 ‘쎄씨’와 협업을 통해 대국민 캐스팅 프로젝트 ‘미니 스테이지'를 진행해 광고 모델을 선발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NX 미니는 세계적인 ‘셀피(Selfie)’ 문화를 넘어 여러 명이 함께 촬영하는 ‘위피(Wefie)’를 선도할 수 있도록 소비자의 요구와 트렌드를 적극 반영한 제품”이라며 “디지털 카메라 최신 트렌드에 따라 스타일리시한 디자인과 다양한 색상을 통해 개성을 표현하는 제품이 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아빠’와 ‘여자’라는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은 세대별 공략으로 세분화 된다. 캐논과 니콘은 가족을 중시하는 30~40대 젊은 부부를, 삼성과 소니는 활발한 라이프스타일에 초점을 맞춘 20~30대를 겨냥하고 있다. 제품의 디자인과 컬러, 성능도 세대간 니즈에 맞췄다. 카메라를 선택하는 다양한 기준에서 각 제품간 고유한 개성들은 고객에서 더 많은 선택권을 부여한다는 이점이 생긴다.

이같은 세대ㆍ감성적인 접근은 최근 출시된 보급형 카메라들의 공통된 특징이다. 가격적인 매리트와 사양의 차이가 사실상 사라지면서 이미지 싸움의 영역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했기 때문이다. 사진품질과 연사속도, 이미지 처리 프로세서 등 구체적인 사양을 강조하며 마니아들에 어필하는 고급형 DSLR(일안반사식) 카메라와는 확연하게 다른 행보다. 

또 스마트폰에 잠식당한 일반소비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접근하려는 전략도 숨어있다. 차별화를 두기 위해 카메라의 크기를 줄이고 이미지 센서 크기를 키워 화질을 개선시키려는 노력과 함께, 사진 결과물 그대로의 아날로그적 감성을 내세우기 때문이다. 따라서 마케팅은 근거리무선통신(NFC)나 와이파이(Wi-Fi) 등 최신기술에 대해 설명하지 않는다.

영원한 강자가 없는 국내 디지털 카메라 시장에서 판매량을 결정하는 세가지 핵심요소는 이제 감성, 세대, 성별이다.

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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