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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앵그리맘
뉴스종합| 2014-08-11 11:18
세월호·윤일병 사망에 분노…
특별법 제정 시위·카페 개설 등
근본대책 없는 정부에 반발
엄마들 행동으로 안전지키기
‘촛불’ 이후 다시 세상 밖으로


집안에만 머물 수 없었다. 그래서 박차고 세상 밖으로 뛰쳐 나왔다. 그리고
외치고 있다“. 내 아이를 지키고 싶다고.” 절규하는 그들은 우리 사회의‘ 엄
마들’이다. 세월호, 군 폭력과 사망 등 후진국에서나 일어날 법한 사건ㆍ사고가 올 들어 연이어 터지면서 대한민국 엄마들이 분노하고 있다. 안전불감증에서 허우적거리며 소중한 우리 젊은이들, 작게는‘ 내 자식’ 목숨을 앗아가는 말도 안되는 사고가 도미노처럼 생기면서 엄마들이 뿔난 것이다.

엄마들이 세상 밖으로 나온 것은 정부를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비상식적인 사건ㆍ사고가 판치고 있지만 정부와 정치권이 이를 제대로 봉합하지 못하고 근원책도 내놓지 못하자 직접 ‘맘(Mom)들의 결집’을 선언한 것이다. 예전에도 앵그리맘(Angry Mom)은 있었지만 집안에서만 분노했다는 점에서, 세상 밖으로 나와 세상을 바꾸려는 최근의 이들은 그래서 ‘신(新)앵그리맘’이다. 

원래 ‘앵그리맘’은 세월호 참사에 희생된 단원고 고등학생들과 비슷한 또래의 자녀를 둔 40대∼50대 전후의 엄마들을 일컫는 말이었다. 하지만 군대 내 사망 사고가 계속 터지고, 6ㆍ4 지방선거에서 정부와 여당에 대한 뚜렷한 반대 표심을 나타내 교육감 선거를 좌지우지한 이들이 ‘엄마들’이라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앵그리맘은 ‘위험한 대한민국’에 자식을 낳은 죄로 불안에 떨어야만 하는 전연령대의 대한민국 엄마를 가리키는 상징처럼 됐다.

최근 일련의 사건ㆍ사고 수습 국면에서 무능하고 나태한 모습만을 보여준 정부와 정치권을 규탄하는 현장에는 늘 엄마들이 있었다. 세월호 시위의 주력부대로 자리잡은지는 오래다.

세월호 침몰 사고로 만들어진 인터넷 포털사이트 카페 ‘엄마의 노란 손수건’에는 11일 현재 회원수가 8900명에 육박한다. 이날 오전에는 ‘82엄마당’, ‘분당맘’, ‘판교맘’ 등의 이름을 단 ‘앵그리맘’들이 국회 앞에 모여 세월호 유족들의 요구를 외면한 여당과 야당의 특별법 제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이 뿐 만이 아니다. ‘자식을 지키기 위한’ 엄마들은 카페 개설, 모임 신설 등으로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되겠다고 속속 결집 중이다. 지난 5월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십시일반 돈을 모아 ‘진실을 밝혀라’라는 제목의 광고를 게재한 이들도 엄마들이었다.

분명 예전의 엄마들과는 다른 양상이다. 집안에 갇혀 있던 주부들이 세상을 자각하는 것은 긍정적이라는 시각이다. 맘(Mom)이 세상 변혁의 한 주축으로 거듭났다는 것이다.

하지만 앵그리맘의 태동과 거센 물결이 안전불감증 사회와 무관치 않다는 점에서 이들의 분노와 싸늘한 시각은 우리 사회 전체를 위해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시각이 제기된다. 단순한 분노 표출이 아닌, 앵그리맘 파워를 건강한 사회에 일조할 원동력으로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앵그리맘’의 대대적인 출현은 정상적인 국가 시스템이 올바르게 작동하지 않는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한다. 현재로선 정치권이 국민적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정부는 사태 해결에 무능력하다는 증거와 다름 아니라는 것이다.

설동훈 전북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여태까지 아빠들도 앵그리 했지만 이젠 엄마들까지 앵그리를 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며 “정부와 정치권이 제 역할을 해주었다면 당연히 벌어지지 않았을 현상이라는 점에서 역동적이지만 한편으로는 매우 서글픈 현상”이라고 했다.

결국 앵그리맘의 탄생 배경이 ‘안전불감증 대한민국’과 직결돼 있기에 엄마들의 분노를 완화해주고, 건강한 집단으로 자리잡게 해주기 위해선 정부나 정치권, 전사회가 공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지웅 기자/plat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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