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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트로트, 너는 내 운명"…신유, 우연히 만나 업으로 삼기까지
엔터테인먼트| 2014-08-11 13:56
"고등 학생 때까지 축구를 했습니다. 유소년 대표까지 했는데, 한 번 부상을 입고 슬럼프가 오고 나니 회복하기가 힘들더라고요. 동기들은 앞서가고, 후배들은 올라오고...사실 운동을 그만둔 것도 체력적인 것보다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습니다. 끝까지 포기하고 싶지 않았지만, 좌절을 맛본 뒤 그만두게 됐죠"

어릴 때부터 몸에 익은 축구 대신 노래 부르는 일을 선택한 트로트 가수 신유가 털어놓은 '가수가 된 배경'이다.

신유는 약 1년 반만에 새 음반을 내놓고,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신보 '골든 앨범'의 타이틀곡은 '일소일소 일노일노(一笑一少 一怒一老)'로, 이경미 작사가와 신유의 아버지이기도 한 가수 신웅이 작곡한 작품이다. '한번 웃으면 한번 젊어지고 한번 화를 내면 한번 늙어진다'라는 뜻처럼 세상사 이왕이면 웃으며 살자는 내용으로 경쾌하고 신나는 곡이다.


◆ 트로트, 운명적인 만남

신유의 꿈이 가수는 아니었다. 고등학교 때까지 축구를 한 만큼 운동으로 성공을 거두고 싶은 희망을 품던 소년이었다.

"축구 외에 제가 무엇을 잘하는지 몰랐어요. 그때까지는 줄곧 운동만 해왔으니까요. 축구를 그만둔 뒤 일반 학생들처럼 지내다가 우연히 친구와 노래 부르는 곳을 따라가게 됐어요. 정말 우연이었죠. 그때부터 자연스럽게 음악을 시작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때부터 신유의 가수의 길이 활짝 열린 건 아니다.

"쉽지는 않았어요. 5년을 묶여 있었으니까요. 여성 음역대를 갖고 있었는데, 갑자기 변성기가 오니까 노래를 할 수가 없더라고요. 2년을 쉬다가 다시 음반을 내려고 하니, 그땐 회사 사정이 좋지 못했고요"

그렇게 5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신유에게 또 한차례의 방황이 찾아왔다. 운동아 아닌, 노래라는 재능을 찾았지만 가수로 향해 가는 길은 멀고도 험했다.

군대를 전역, 스물여섯 살이 된 신유는 아버지와 손을 잡았다. 그의 아버지 신웅은 가수이자 작곡가로 신유에게는 가요계 대선배이기도 하다.

"아버지께서 '나 믿고 노래 한 번 해볼래?' 하시더라고요. 선뜻 '해볼게요'라고 했어요. 물론 트로트일 줄은 몰랐죠(웃음)"

트로트를 제안하는 아버지의 말에 신유는 "한참을 웃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이내 '이것 밖에 없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절실함이 그를 움직이게 했다.

"받아들이기 시작하니까 오기도 생기고, '이것 아니면 안되다'는 생각에 더 열심히 하게 되더라고요"

2008년, 신유는 데뷔 음반 ' '을 내놓고, 트로트 가수라는 타이틀로 대중 앞에 섰다.


◆ 노래, 매력을 알고 욕심이 생기다

"그 때나 지금이나 '노래'에 대한 열정은 변함이 없어요. 대신 생각이 좀 많아졌죠.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 음악적인 부분에서 고민이 깊어졌어요"

데뷔곡 '잠자는 공주'로 첫 발을 내디뎠다.

"'잠자는 공주'를 연습하면서 트로트의 매력에 완전히 빠졌어요. '우습게, 안일하게 생각하면 안되겠구나'를 깨달았죠. 그 때부터 공부를 많이 했고,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어요. 아직도 모르는 것들이 많고, 배워가는 단계이기 때문에 앞으로 더 많이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하면 할수록 새롭고, 욕심이 생깁니다"

아버지의 한 마디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곡에 대해서도 심혈을 기울이고, 노래를 부를 수 있는 무대를 갈망한다. 가수로서의 욕심이 생긴 것이다.

"노래하는 무대에 한 번이라도 더 서고 싶어요. 트로트 가수가 설 수 있는 무대는 한정적이에요. 그래서 경쟁이 더 치열하죠(웃음)"

그의 말대로 트로트 가수가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담아내는 지상파 프로그램이라고하면, '전국노래자랑' '아침마당' '가요무대' 등 손에 꼽는다.

신유라는 이름의 가수가 되고, 어느덧 데뷔 7년차다. 하지만 트로트계에선 여전히 막내. 선배들의 뒤를 이어 아직 가야할 길이 멀지만, 더 많은 후배를 양성하는 것과 트로트의 부흥은 제 몫이라고 생각한다.

"선배들이 해오신 트로트를 끊기게 하지 않으려면, 우리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해요. 네 또래의 트로트 가수들이 이어줘야 하죠. 앞으로 계속해서 좋은 가수들이 나오면 좋겠어요. 특히 트로트는 한 가수만이 돋보이는 것이 좋은 게 아니라, 모두가 인기를 얻어 함께 가야만 더욱 빛나는 장르인 것 같습니다"

신유가 생각하는 트로트의 매력은 '공감'이다.

"무대에서 관객들을 보면 가사에 젖어 드시는 것 같은 느낌이에요. 트로트의 가장 큰 매력이 그것이죠. 공감할 수 있는, 깊이가 있는 음악...또 그만큼 모든 분들이 쉽고 흥겹게 함께 할 수 있죠"


◆ 20과 80, 환상의 콜라보레이션

조금씩 틀을 깨고 있는 그는 데뷔 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1년을 주기로 신보를 발표했다. 한 곡으로 1년 그 이상을 활동하는 여타의 트로트 가수와는 분명 다른 행보다.

"트로트는 최소 5년, 길게는 10년이라는 틀을 깨고 싶었어요. 저를 좋아해주는 분들이 계신데 그분들을 위해서라도 새로운 노래, 좋은 곡을 발표하고 싶습니다. 6년에 4집까지 낸 것도 그런 이유에서 죠"

데뷔곡 선택도 그랬다. 신유는 어째서 꼭 트로트가수의 데뷔곡은 신나고 경쾌하기만 해야 하느냐고 의문을 품었다. 자신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준 회사, 아버지에 대한 고마움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누구나 히트곡을 만들고 싶은데 쉽게 되는 건 아니잖아요. 꾸준히 좋은 음악을 내놓자는 생각인데, 다행히 아버지도 저와 같은 생각이세요. 음악을 하시는 분이기에 저와도 의견을 많이 나누죠. 공부도 같이 하고, 일본에서 편곡을 맡기시며, 노래에 굉장히 투자를 하시는 편이에요. 아버지가 아니었으면 여기까지 못 왔을 거예요"

다른 가족들 역시 노래하는 신유를 위해 물심양면 도움을 줬다. 우선 부담감을 주지 않았고, 오롯이 노래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아버지는 제가 노래할 수 있도록 최고의 배려를 해주세요. 모든 걸 최상으로 아끼지 않으시죠. 경제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지금은 벌 때가 아니다'라고 응원을 해주셔서 힘이 됐어요"

신유는 한해 한해 하나씩 배워가고, 아버지뿐만 아니라 선배님들에게도 노하우를 얻으며 성장하고 있다. 현재의 위치 역시 절대 혼자 이뤄낸 것이 아님을 알고 있다.

"저의 능력은 20% 밖에 되지 않아요. 나머지 80%는 주변의 도움이죠. 처음에는 스트레스를 받는 부분도 있었어요. 모두를 껴안을 수는 없다고 스스로 타협한 뒤 열심히 할 수 있는 것에 더 열정을 쏟게 됐습니다"

신유는 트로트로 해외 진출도 노리고 있다. 계속된 미팅을 통해 구체적인 계획을 논의 중인 상황.

"내년 즘은 일본 쪽으로 진출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물론 현재의 목표는 우리나라에서 더 열심히, 더 성장해야죠. 또 그게 제가할 일이고요. 그런데 일본에 가서 한국의 트로트 가수로 사랑과 인정을 받고 싶은 바람도 있어요. 일본 진출이 성사된다면 절대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겁니다"

획일화된 틀을 거부하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 신유. 남다른 열정으로 '트로트'의 길을 걷고 있는 그의 미래가 기대된다.



김하진 이슈팀기자 /hajin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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