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분쟁
“사람이 살 수 없는 곳”…폐허로 변한 가자, 주택 25% 파손
뉴스종합| 2014-08-12 10:50
[헤럴드경제 =한지숙 기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72시간 임시 휴전’이 발효된 11일(현지시간) 가자 지구 북쪽 경계 마을 베이트 라히아에선 건물 전체가 파손된 아파트 폐허 더미에서 사람들이 무언가를 찾으려 애쓰고 있다. 이브라힘 자사(33)는 영국 일간 가디언에 “아이들 7명 외에 아무것도 없다. 일자리도, 집도 없다. 우리가 떠나올 때 입던 옷만 있다”며 어쩔줄 몰라 했다. 아들들과 함께 살던 아파트가 돌더미로 바뀐 현장을 목격한 사브르 알 가르부이(53)는 “뭘 해야할 지 모르겠다. 휴전이 지속되길 바랄 뿐이다.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그게 걱정이다”고 임시 휴전 이후를 걱정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이스라엘 공격에 대피해 집을 비웠던 가자 주민 수십만명이 한달만에 이 날 고향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이들이 확인한 건 폭격으로 형체를 알아 볼 수 없게 된 집터 뿐이었다.

지역관료와 인권단체들은 가자 지구 각 지역의 전쟁 피해 상황을 점검하기 시작했다. 기술부 한 관료는 인구 50만명이 살던 가자시(市)의 주택은 20~25%가 파손됐다고 말했다.

북동부 베이트 하눈 마을은 3만명이 집을 새로 구해야할 판이다. 베이트 하눈은 이스라엘 군이 ‘자유 사격 지대’로 선포한 10여개 지역 가운데 하나로 피해가 컸다. 이 마을 대표는 “주택의 70%가 사람이 살수 없는 상태”라며, “전기도, 물도, 통신도 없다. 기본적인 삶이 불가능하다”고 처참한 상황을 전했다.

라파 시 인근 샤우카트 지역에선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단 몇시간만에 가옥 2000채 가운데 마을본부건물을 비롯해 300채가 무너졌다.

유엔은 이 날 가자 지구 피해 규모를 “전례없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측은 전체 파손 규모를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유엔 대피소에는 현재 20만명 이상이 피신해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어쩌면 영영 집으로 돌아가지 못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떨고 있다.

삶의 터전을 전쟁 이전 수준으로 복구하려면 가야할 길이 멀다. 지역 전력 엔지니어들은 일부 지역에서 전력 공급을 전쟁 이전 수준인 하루 6~10시간으로 복구하길 희망하고 있지만, 지역 유일의 발전소가 지난달 29일 공격으로 파괴돼 전기 공급까지 몇년이 더 걸릴 수도 있다. 펌프장, 송전망, 수도관 등은 이미 쓸 수 없게 돼 버렸다.

더욱 심각한 것은 거의 50만명의 오수를 처리하던 하수관이 터진 것이다. 엄청난 양의 오물이 그대로 바다나 들판에 흘러나오고 있다. 깨끗한 식수를 찾기 어려워졌다.

식료품 가격은 급등했다. 논밭은 불발탄이 깔려 있어 접근이 어렵고, 농장도 심각하게 파손돼 농작물의 수확을 기대하기 어렵다. 가자시 중심의 시장과 상점이 한달만에 처음으로 문을 열었을 정도다.

아직 완전한 휴전이 이뤄진 게 아니어서 재건에 필요한 물자가 가자에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 건자재가 주택 복구가 아닌 이스라엘에 위협이 되는 터널 복구에 쓰일 것으로 이스라엘은 거의 확신하고 있다. 이스라엘 군은 지난 한달간 30여개 터널을 파괴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대표단은 이 날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 모여 휴전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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