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스포츠
이성우의 20년 ‘무한 팬심’…캔자스시티가 반했네
엔터테인먼트| 2014-08-13 11:18
구단, 트위터 통해 ‘동방 손님’ 존재 알게 돼
시구자 초청 · 인터뷰 등 연예인급 대우 화제



미국프로야구(MLB)의 만년 하위팀 캔자스시티 로열스는 지역 초월적인 인기를 누리는 뉴욕 양키스나 LA 다저스가 아니다. 연고지역 내에서도 골수 팬 외 외면하는 이들이 적지 않을 정도니 한국에선 로열스 팬을 자처하는 이를 찾아보기 힘든 게 당연하다. 그래서 20년 로열스 골수팬이라는 한국의 직장인 이성우(38) 씨의 존재에 로열스 구단과 로열스 팬들은 그렇게나 기뻤나보다.

트위터 교류를 통해 이 씨의 존재를 알게 된 구단과 팬들이 이 씨를 미국으로 초청해 대대적으로 환대하며 그의 경기장 안팎 일거수 일투족에 환호하고 있다. 현지 언론은 물론, AP뉴스와 폭스스포츠, USA투데이 등 주요언론은 마치 한류가수 싸이를 대하듯 ‘동방 손님’의 방문을 집중보도하며 이런 분위기에 편승했다.

이 씨는 1995년 주한미군 방송인 AFKN을 통해 처음 로열스 경기를 접했다. 그는 MLB닷컴과 인터뷰에서 “캔자스시티 이니셜 K의 모양이 마음에 들어 팬이 됐다”고 말했다.

사실 이 때는 이미 로열스가 전성기를 지나 하위권을 맴돌기 시작하던 때다. 로열스는 1970~1980년대 전성기를 보내며 1985년 아메리칸리그 우승과 월드시리즈 우승을 달성한다. 하지만 1994년 서부지구에서 중부지구로 옮긴 뒤부터는 단 두 차례를 제외하고 승률 5할을 넘긴 적이 없는 만년 약체다.

그러나 로열스의 쉼 없는 부진에도 이 씨는 이후 현재까지 무려 20년간 로열스를 향한 애정을 거두지 않았다. 로열스 경기의 TV 중계를 보기 위해 새벽에 일어나는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아무런 연고도 없이 이 정도 마음을 쏟는다는 게 쉽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이 씨의 이런 사연은 그가 애용하는 트위터를 통해 현지 팬들에게도 널리 전해졌다. 이에 그거 직접 경기장에서 경기를 볼 수 있도록 초대하자는 목소리가 점점 모이더니 마침내 현실로 이뤄졌다. 이 씨의 이번 미국 방문과 체류 비용은 캔자스시티 현지 구단과 팬들이 전액 부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씨는 로열스의 전설적인 스타 조지 브렛을 만나 기념사진을 찍는가 하면 12일(이하 한국시간)에는 홈구장인 카우프먼 스타디움에서 시구자로도 나섰다. 시구 뒤에는 중계 부스에 나타나 그들과 인터뷰도 했다. TV 카메라는 이 밖에도 경기 도중에도 그의 응원 모습을 자주 앵글에 담으며 연예인급 대우를 해줬다.

마침 이 씨가 캔자스시티 땅을 밟은 이래 12일 현재까지 로열스는 무려 8연승 행진을 달리며 강호 디트로이트 타이거스를 제치고 단독선두에 올랐다. 현지 팬들 사이에서는 그가 승리를 부르는 존재라며 15일 귀국 예정인 그의 여권을 숨겨서라도 한국으로 돌려보내면 안 된다는 우스개까지 나오고 있다.

이 씨의 익살스럽고 격의 없이 쾌활한 태도도 현지의 폭발적 반응에 일조했다. 그는 유창한 영어 실력으로 막힘 없이 팬들과 대화를 나누고 공식 인터뷰를 소화했다. 싸이의 말춤을 거리낌 없이 추고, 거수경례를 하는 승리 세리머니도 잘 소화했다. 사진찍기를 요청하는 이들과 함께 할 때면 익살스런 표정을 지으면서 재미를 더했다. 시구 때는 로열스의 에이스 제임스 실즈의 1루 견제동작까지 흉내내 찬사를 받았다. 

조용직 기자/yj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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