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교황 방한] 헬로 파파! 100시간-1000㎞ ‘낮은 자세 순례길’
라이프| 2014-08-14 11:49
숙소는 청와대 인근 교황청 대사관
요한 바오로 2세 두차례 묵었던 곳
77세 교황 빡빡한 일정…건강 만전
세월호참사 유족-위안부 할머니 등
남북-동아시아 평화 메시지 던질듯


100시간 동안 1000㎞을 다니며 100만명을 만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국민적인 관심과 기대 속에서 14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그는 14일 오전 10시 30분 입국부터 18일 오후 1시까지 4박 5일 약 100시간 동안 서울→대전→당진(솔뫼성지)→광화문→음성(꽃동네)→서산(해미읍성)→서울(명동성당)의 약 1000㎞여정 속에서 4차례의 대규모 미사 및 행사와 크고 작은 만남을 이어간다. 16일 서울 광화문에서의 시복미사에는 50만명 이상이 운집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프란치스코 교황을 먼 발치에서라도 만나기 위해 행사 현장을 찾을 인파는 1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한국의 소형차를 타고, 교황청 대사관에서의 소박한 침실에서 묵으며, 특별한 오찬으로 잡힌 두 끼이외에는 일상적인 찬과 밥으로 식사를 할 예정이다. 잘 알려진 대로 소탈하고 검약한 성품은 한국 방문 일정에도 그대로 이어진다. 일상은 가벼우나, 중한 것은 그가 한국 사회와 세계에 전할 메시지다. 동아시아에는 평화를, 한반도에는 화해를, 갈등의 한국 사회엔 연대와 희망을, 빈자와 약자, 상처받은 자에게는 위안과 치유를, 사회지도자들과 사제들에게는 ‘사명’의 메시지를 주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교황의 잠과 밥=교황이 방한 기간 내내 묵을 곳은 청와대 인근 서울 궁정동 주한교황청 대사관의 방으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1984년과 1989년 두 차례 왔을 때 지낸 곳이다. 이곳은 지어진 지 50년이 넘은 낡은 건물로 교황의 침실로는 주한교황청대사가 평소 쓰던 그대로 쓴다. 숙소 내부는 침대와 옷장, 탁자 등 최소한의 가구만 갖췄다. 식사 역시 공식 오찬 일정 이외에는 이곳에서의 평소 식단대로 이루어진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방한 첫날 대사관 1층의 작은 성당에서 여는 미사에 오스발도 파딜랴 대사를 비롯해 시설관리인과 청소부 등 방한 기간 자신을 돌봐 줄 대사관 직원 10여 명을 초대했다.


▶교황의 건강=교황은 만77세이고 우리 나이로는 여든에 가깝다. 지 난 6월 교황청의 공식 일정이 연이어 취소되면서 한때 건강 이상설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즉위 이후 바쁜 행보를 다시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고령인데다 한국에서의 일정이 분단위로 쪼개질만큼 빡빡하게 짜여 있어 천주교계와 정부, 지자체는 만일의 사태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교황방한준비위원회에 따르면 바티칸의 교황 주치의가 동행하는 것은 물론이고, 긴급한 상황에 대비해 소방방재청과 서울 성모병원을 비롯한 각지 병원 등 각 행사 현장을 포함하는 네트워크와 비상 의료진을 구성해 놓았다.

▶교황의 언어=교황은 스페인어와 이탈리아어는 유창하고, 독일어, 영어, 프랑스어, 포르투갈어, 라틴어, 헬라어도 구사할 수 있다. 방한 직전 13일에 트위터로는 한글로 “한국으로의 여정을 시작하며, 한국과 아시아 전역을 위한 저의 기도에 동참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라고 적어 눈길을 끌었는데, 이번 방한 공식 행사 중 미사에서는 라틴어로 주례하고 이탈리아어로 강론한다. 미사에 참석하는 신도들은 교황의 라틴어 주례에 대해 한국어로 답한다. 특별히 아시아 청년대회 참석자들과의 간담회에서는 이탈리아어보다는 서툰 영어로 대화를 나눌 예정이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도 방한 때에는 몇 마디를 한국어로 했는데, 프란치스코 교황도 전례를 따를 가능성도 있다. 

교황 숙소인 교황청 대사관

▶교황의 만남과 메시지=교황은 한국의 가톨릭 신도들 외에 특별 인사로는 박근혜 대통령과 공직자, 한국 사제, 아시아 주교 등과의 만나고 미사와 행사에서는 아시아 청년대회 참석자들과 음성 꽃동네의 장애인,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 위안부 피해 할머니, 쌍용차 해고자, 제주 강정마을 주민,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 등을 만날 예정이다. 교황은 한반도의 평화와 화해를 위한 남북 당사자간의 실질적인 협력과 교류 정책을 촉구하고,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에서의 평화를 강조하는 메시지를 던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국제적인 이목이 쏠리고 있다면, 국내에서는 한국 사회 갈등으로 인한 현안에 어떤 구체적인 메시지를 던질가에 눈길이 모아지고 있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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