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우주
“주민 자율 봉사시스템 진화 뿌듯”
뉴스종합| 2014-08-18 11:23
현지인과 교감…함께하는 삶 지향

정년후 해외체류 꾸준히 활동하고파

지난 2005년 어학연수를 간 두 아들을 만나기 위해 필리핀 비쿨 지방을 방문했던 전우섭(53·사진) 대한항공 정비본부 정비ERP팀 과장. 필리핀 현지 주민들의 생활환경은 매우 열악했다. 쓰레기 매립장 주변에 살고 있는 빈민층은 끼니도 제대로 때우지 못했고, 산악지역 주민들은 주린 배를 수돗물로 채우고 있었다.

전 과장은 “어린 시절 미국에서 제공된 옥수수나 우유가루 등을 받아 끼니를 때우며 어렵게 생활했던 경험이 떠올랐다”며 “그들 역시 내 작은 도움으로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전 과장은 이를 계기로 사비를 털어 현지 봉사활동에 나섰다. 그는 “약 4년간 개인적으로 봉사활동을 지속하면서 사내에도 이런 활동이 알려져 동료 가운데 참여하고 싶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며 “회사의 지원을 받아 제대로 봉사활동에 나서고 싶어 사내봉사단 내 소모임인 디딤돌을 창단하게 됐다”고 말했다. 전 과장은 디딤돌의 단장을 맡아 1년에 4회 필리핀, 네팔, 말레이시아, 케냐 등에서 해외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사내 여러 봉사단체의 모임인 연합봉사단 단장직도 맡아 봉사활동을 선도하며 대한항공 내에서 ‘봉사왕’으로 불리고 있다.

전 과장의 봉사활동에 대해 가족들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전 과장은 “집 사람은 지난 2005년부터 기회가 될 때 마다 같이 봉사활동을 떠나고 있다”며 “현재 대학원생, 대학생인 두 아들뿐만 아니라 큰 며느리도 봉사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주는 것이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전 과장을 봉사활동으로 이끄는 가장 큰 힘은 봉사 활동에 화답하는 현지 주민들의 인식 변화다. 초기에는 남의 일처럼 지켜보기만 했던 현지 주민들이 이제는 적극적으로 돕고, 심지어 봉사단이 가지 않을 때에도 자발적으로 정기적인 구호 활동에 나서고 있다는 것. 전 과장은 “오랫동안 쌓은 교감을 통해 지역 주민들이 자율적으로 봉사 활동에 나서는 시스템이 만들어진 것이 너무나 뿌듯하다”고 말했다.

정년 퇴직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전 과장에게는 큰 꿈이 있다. 그는 “그동안 다녀온 해외 봉사 활동이 1~2주 정도의 단기 봉사였다는 점이 항상 아쉬웠는데 정년퇴직 이후에는 1년에 6개월 이상 해외에 나가 현지에서 체류하면서 꾸준히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신동윤 기자/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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