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약자들과 입맞추고…낮은곳에 눈맞추고…권위벗은 파격행보
라이프| 2014-08-18 11:13
지난해 3월 취임 이래 끊임없는 파격 행보를 보여준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번 방한 기간에도 탈권위적인 모습으로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교황은 대통령 전용 헬기 대신 KTX를 타고 대전으로 이동했고, 검정색 낡은 서류 가방을 손수 들고 다녔다.

지난 14일 성남공항에 도착한 교황은 마중나온 사람들과 인사를 나눈 뒤 검정생 쏘울 승용차를 타고 교황청 대사관으로 이동했다. 쏘울의 뒤를 따르던 육중한 경호차량과 비교되는 소박한 모습이었다.

이튿날 대전으로 이동할 때는 대통령 전용 헬기 대신 KTX를 이용했다. 안개 때문이기도 하지만 보다 많은 시민들과 가까이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교황이 탄 KTX에는 일반 승객 500여명도 함께 탑승했다. 유흥식 대전교구장에 따르면 교황은 “빠른 기차는 처음 타봤다”며 좋아했다.

이날 행사를 마치고 서울로 올라온 교황은 서강대를 깜짝 방문했다. 공식 일정에 포함되지 않은 곳이나 교황은 예수회 사제들의 삶을 직접 보고싶다며 서강대를 찾았다. 서강대는 교황이 속한 수도회인 예수회가 세운 학교다. 교황은 예수회 사제관을 찾아 사제들이 해야할 역할을 당부했다.

지난 16일 충북 음성의 꽃동네에서도 교황은 소탈한 행보를 이어갔다. 꽃동네 ‘희망의 집’을 찾은 교황은 미리 준비된 의자에 앉지 않고 두손을 모으고 서서 장애아동들의 율동을 바라봤다. 공연이 끝나고 한 아이가 손으로 하트를 그리자 따라서 하트를 그려보이기도 했다. 손가락을 빨고 있던 갓난아기에 입에는 자신의 손가락을 넣어줘 주변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교황은 어린 아이를 볼 때마다 차를 세우고 머리를 쓰다듬으며 축복을 내렸다. 지난 15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진행된 카퍼레이드에서는 8차례나 차를 멈췄고, 16일 광화문광장 시복식에 앞서 카퍼레이드를 할 때도 10여차례 차를 세웠다.

방한 기간 동안 식사도 교황의 평소 성품처럼 검소했다. 아시아청년대회 참석자 대표들과의 오찬 등을 제외하면 주한교황청대사관 내 식당에서 담백한 이탈리아식 치아바타, 프랑스식 바게트빵을 주식으로 삼았다.

신수정 기자/ssj@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