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코크스 재활용 연 900억원 연료비 절감”
뉴스종합| 2014-08-18 11:28
코크스 FBC보일러 연료로 사…타사 60%비용으로 연 480만톤 스팀생산

정유시설 감싼 파이프 통해 폐열 전달…각종 시설 동파 막고 사무실 난방까지…원유정제에만 주력도 경쟁력 제고 큰 힘


[서산=김윤희 기자] 지난 17일 서산시 대산읍 현대오일뱅크 생산본부. 중국 경기 부진과 셰일가스 등장으로 정유 업계가 불황에 허덕이고 있지만, 이 곳 분위기는 달랐다. 국내 정유 4사 중 정유 정제시설 규모가 가장 작지만 지난 2분기 유일하게 적자를 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업이익률은 3년 연속 업계 1위다. 답은 현장에 있었다.

대산공장 한켠에는 새까만 코크스가 쌓여있다. 코크스는 원유에서 LPG, 휘발유, 등유, 경유, 아스팔트를 모두 뽑아내고 남은 잔류물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예전 이 코크스 대부분을 해외에 팔았지만, 지금은 2대의 FBC보일러에 투입해 공장 스팀을 만드는 연료로 쓴다. 다른 정유사들은 보일러를 돌리는데 저유황 중유를 사용한다. 고유가 시기에는 연료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2기의 FBC보일러를 포함한 총 8기의 보일러에서 생산하는 연간 스팀량은 약 480만톤에 달한다. 부산물인 코크스를 연료로 활용한 덕분에 톤당 스팀 생산단가가 타 정유사의 60%에 불과하다. 회사 관계자는 “연간 900억원의 연료비 절감 효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올 연말에는 세번째 FBC보일러도 가동할 계획이다. 내년 연료비는 지금보다 더 줄어든다는 뜻이다.

‘업계 막내’ 현대오일뱅크는 요즘 불황이 덮친 정유업계에서 가장 잘 나가는 기업이다. 혁신과 과감한 투자로 국내외에서 불어닥친 위기를 미연에 방지한 덕분이다. 생산
본부인 충남 서산 대산공장은 연료비를 절감하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현대오일뱅크 혁신 아이디어들이 가득하다. [사진제공=현대오일뱅크]

정유시설 전체를 뱀처럼 휘감은 파이프들도 원가절감의 비밀이다. 200~300℃ 이상의 고온 제품을 식히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열이 이 파이프들을 통해 다른 곳으로 전달된다. 설비 동파를 막고 공정 내 원료 온도를 높히는 것은 물론 사무실 난방 역할까지 한다. 이렇게 아낀 비용만 지난해 100억원 이상이다. 특히 이 설비는 한 직원이 ‘에너지 효율화 공모전’에서 냈던 아이디어를 적용한 사례다.

부지런히 발품을 판 것도 남다른 경영성과의 비결이다. 국내 정유사들은 대부분 비싸지만 질 좋은 중동산 원유를 사용한다. 혹시라도 새로운 유종이 공장설비를 망가뜨릴 것을 우려해서다. 그래서 현대오일뱅크는 전세계 각지의 원유 샘플을 분석했고, 다양한 유종을 소화할 수 있도록 설비를 보완했다. 상대적으로 값싼 동남아시아, 남미, 북해 원유를 도입한 덕분에 지난해에만 약 300억원의 비용을 절감했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는 러시아, 아프리카 등으로 도입선을 확대해 전체 원유의 약 15%를 중동외 지역에서 들여올 것”이라고 소개했다.

높은 고도화율도 빼놓을 수 없는 경쟁력이다. 2011년 제2 고도화 설비 가동으로 고도화비율을 업계 1위인 최대 35.8%까지 올라갔다. 값이 싸고 질 낮은 벙커C유 등에서 고가의 휘발유, 등ㆍ경유를 뽑아내는 고도화설비의 경쟁력 강화로 수익성이 한층 좋아졌다. 특히 덩치가 큰 다른 정유 3사들이 석유화학, 윤활유, 석유개발 부문으로 사업을 다각화할 때도 현대오일뱅크는 원유 정제사업에만 주력했다. 회사 관계자는 “사업구조가 단순했던 만큼 원유 정제사업에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절실함이 컸다”고 설명했다.

한편 최근 정유 사업이 악화일로를 걷자 회사는 전체 매출내 정유부문 비중을 90%에서 2016년 68%까지 줄이기로 했다. 대산공장 한켠에는 윤활기유 공장이 올 9월 완공을 목표로 한창 지어지고 있었다. 롯데케미칼과 1조원 규모로 합작한 혼합자일렌(MX) 공장도 이 곳 근처에 2016년경 들어설 예정이다. MX는 플라스틱, 휘발유 첨가제, 합성섬유를 만드는 중간원료다.

wor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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