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분쟁
‘지붕없는 감옥’ 갇힌 가자 주민…국경탈출 ‘미션임파서블’
뉴스종합| 2014-08-19 10:53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 끝자락 라파(Rafah). 이집트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곳에서 사람들이 한 줄로 서서 이집트 땅을 바라만 보고 있다. 이들은 국경을 넘을 수 없는 ‘지붕없는 감옥’에 사는 가자지구 주민들이다.

18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24시간 휴전 추가 연장에 합의했지만 이미 수년 간 이스라엘과 이집트의 봉쇄로 가자지구 경제는 피폐해졌고, 잦은 무력 충돌로 곳곳은 폐허가 됐다. 새 삶을 찾아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으려 하지만, 아무나 울타리를 넘을 수 없다.

영국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집트 정부는 비 정기적으로 몇 주에 한 차례, 이틀 동안 가자 남부 라파의 국경 봉쇄를 해제한다. 라파는 가자지구가 다른 세상과 통할 수 있는 주요 창구다.

그러나 그나마 이 기간 국경을 통과할 수 있는 이들은 전체 가자주민 180만명중 0.1% 정도인 1500명에 불과하다.

가자지구 북부엔 에레즈(Erez) 국경검문소가 있다. 이곳은 심각한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나 서안지구에 거주하는 가족이 사망해 장례식에 참석할 경우 등 인도주의적 목적으로만 출입경이 허용된다.

이집트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가자지구 라파 국경검문소와 이집트쪽 감시탑. [사진=위키피디아]

이스라엘과 이집트가 가자지구의 국경을 철저히 봉쇄하는 것은 하마스의 재무장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2000년 제2 차 인티파다(팔레스타인 민중봉기) 이후 국경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여기에다 지난해 하마스에 협조적이었던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이 물러나고 군부 정권이 들어서면서 이집트의 국경 봉쇄도 시작돼 가자 주민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됐다.

출입경을 엄격히 제한하면서 경제도 함께 피폐해졌다.

이스라엘 비영리 인권단체 기샤(gisha)에 따르면 2007년 전까지 가자지구의 서안지구와 이스라엘에 대한 수출은 85%로 주변지역에 대한 의존도가 크게 높았다. 그러나 2007년부터 하마스가 가자지구를 통치하며 상황은 크게 변했다.

국경이 본격적으로 봉쇄되며 최근 유혈사태 직전 가자지구 실업률은 45%에 달했고, 수출 물량은 2007년 이전 수준과 비교해 2%에 불과했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인해 건물들이 심하게 파손돼 가자지구에 필요한 주택 수는 7만5000가구에 이른다.

하마스는 가자지구 통치 이후 끊임없이 국경봉쇄 해제를 요구해왔으며, 이를 거부하는 이스라엘과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져 유혈사태로까지 번지고 있다고 FT는 평가했다.

가자지구를 둘러싼 철조망. [사진=위키피디아]

심지어 땅 밑으로 터널을 뚫어 밀수를 통해 건축자재와 생필품 등을 조달하고 있었지만, 그마저도 이스라엘과 이집트의 대규모 터널 소탕작전으로 여의치 않은 상태다. 역시 이스라엘이 우려하는 것은 불법 무기 조달이다.

에이탄 다이아몬드 기샤 자유운동 법률센터 사무총장은 “만약 사업하는 사람들이 나갈 수 없거나 기차가 통과할 수 없고, 학생들이 인근으로 공부하러 가는 것을 막는다면 삶에 대한 극단적인 영향을 주고 특히 경제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휴전 협상의 쟁점도 가자지구 봉쇄 해제다. 이스라엘은 장기 휴전 조건으로 하마스의 무장해제를 내걸었고 반대로 하마스는 우선적인 봉쇄 해제를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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