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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로의 사회학] 전문가들 “진실을 위한 폭로와 무분별한 들추기는 분명 선 그어야”
뉴스종합| 2014-08-20 09:13
[헤럴드경제=박혜림ㆍ이수민 기자]전국민의 공분을 산 육군 제28사단 윤모(23) 일병 사망 사건의 실체를 세상에 알린 것은 제보자 김모(21) 상병의 결정적 제보 덕분이었다. ‘단순 질식사’로 묻힐 뻔 했던 사건이 ‘구타 사망 사건’으로 밝혀지자 새삼 신고와 폭로의 역할과 중요성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에 국방부는 지난 13일 ‘제3자에 의한 신고 포상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군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구타와 가혹행위 등 병영 내 악습을 근절하기 위해 군 차원에서 적극적 신고를 권장하고 나섰다.

내부 고발자의 ‘양심 선언’이 거듭 문제 해결의 열쇠로 작용하며, 대한민국은 바야흐로 ‘폭로’를 권하는 사회에 접어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군대와 같은 폐쇄적 공간에서의 폭로ㆍ고발의 긍정적 면을 높이 평가한다. 감춰지고 묵인돼 오던 악습을 변화ㆍ개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진실을 위한 폭로가 자칫 무분별한 들추기로 전락할 수 있고, 사회 분열을 초래할 수 있다고 걱정한다.

폭로가 이른바 ‘변화와 개혁의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선 긍정적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기존의 상태를 유지하려는 경향이 크기 때문에 잘못된 것을 접해도 쉽사리 바꾸려 하지 않는다”며 “폭로가 ‘감춰진 사실을 드러내는 행위’인 만큼 이를 통해 사회를 바꿀 수 있다”고 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 역시 “언제든 잘못된 일이 발생했을 때 이러한 사실이 폭로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누구든 마음대로 범법행위를 할 수 없을 것”이라며 “폭로가 우리 사회에서 유용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폭로 현상에 대한 해석도 다양하다. 이수정 경기대 심리학과 교수는 폭로 현상이 최근 더 큰 의미를 갖게 된 이유에 대해 “이제는 사람들 사이에 ‘과거와 달리 불법행위를 은폐할 수 없게 됐다’는 인식이 각인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다만 이 교수는 “우리 사회의 문제 의식이 높아졌다는 측면에서 볼때 폭로는 바람직한 현상이지만 무차별적 들추기와는 분명히 선을 그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폭로와 들추기의 차이는 ‘공익성의 유무에 있다‘며 “사적인 목적으로 특정인을 매장시키기 위해 사생활까지 들춰내는 행위는 폭로라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폭로 문제는 알권리를 충족시킨다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근거없는 비방이나 인신공격같은 무분별한 들추기는 위험하다고 했다.

‘카더라’식 폭로의 경고음도 나왔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실 여부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의심에 바탕을 둔 폭로는 사회를 병들게 할 뿐”이라며 “알권리나 표현의 자유는 존중하되 정치적 목적 등을 위해 그릇된 정보를 발설하는 사람에게는 책임을 엄중히 묻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특히 파급력이 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정확하지 않은 정보들을 전파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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