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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촌동 무더기 싱크홀, ‘부실 그라우팅’이 원인?
뉴스종합| 2014-08-20 09:46
[헤럴드경제=최진성 기자] 서울 석촌지하차도에서 발견된 무더기 동공(지반침하ㆍ싱크홀)이 지하 터널 표면을 다지는 ‘그라우팅’ 작업이 부실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20일 서울시 시민조사단에 따르면 지하철 9호선 석촌지하차도 터널 공사를 진행하는 삼성물산(시공사)은 지난해 10월 원통형 굴착기의 ‘커터’를 교체하기 위해 공사을 중단하고 이미 뚫은 지반에 그라우팅 작업을 실시했다.

그라우팅은 터널을 뚫은 후 지하수 침투와 지반 침하를 막기 위해 특수용액으로 터널 표면을 단단하게 만드는 작업이다. 그라우팅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커터를 교체할 때 지하수가 터지고 토사가 쓸려내려갈 수 있다.

당시 서울시와 삼성물산은 커터 교체를 앞두고 그라우팅 방법에 이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물산은 그동안 해온대로 지상에서 수직으로 구멍을 뚫어 특수용액을 주입하는 ‘수직 그라우팅’을 하겠다고 했지만, 서울시는 굴착기에서 용액을 뿌리는 ‘수평 그라우팅’을 주문했다.


삼성물산은 수직 방식이 수평보다 효과적이라고 설명했지만, 석촌동이 문화재 지역인데다 지하차도에 구멍을 많이 내면 도로 안전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서울시의 의견을 수용했다.

지하철 공사 과정에서 한번도 수평 그라우팅을 해본 적이 없던 삼성물산은 장비를 일본에서 수입하고 굴착기를 다시 설계했다. 보통 커터 교체는 2주 가량 걸리는데 그라우팅 방식을 바꾸는 바람에 4개월이나 터널 공사가 중단됐다.

삼성물산은 올해 1월부터 새 그라우팅 방법으로 터널 공사를 진행했고, 최근 뜻하지 않게 무더기 동공이 발견된 것이다.

서울시 시민조사단은 수평 그라우팅을 처음 시행한 삼성물산이 새로운 공법과 지질층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부실하게 작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수평 그라우팅을 하려면 굴착기가 이전보다 천천히 움직여야 하는데, 삼성물산이 중단된 공사 기간을 만회하기 위해 서둘렀다면 그라우팅이 제대로 안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물산은 이에 대해 “공법의 장단점을 잘 파악하고 있었다”면서 “동공이 발견되기 전까지 이상 징후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삼성물산이 제출한 공사 내역과 데이터를 분석해 동공의 원인을 밝히고 다음주 초 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i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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