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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로의 사회학] “침묵은 禁” 눈 뜨는 1020 vs “폭로는 禁” 눈 감은 4050
뉴스종합| 2014-08-20 11:05
연봉협상·승진기회 등 은밀한 대외비
젊은층 익명게시판 정보 공유바람
SNS 신종내부고발 성행…폭로문화로

4050 “루머 무차별 남발” 불편한 시선
기업 “외부노출로 이미지 큰 타격” 못마땅


IT기업에 다니는 20대 직장인 A 씨는 요즘 하루에도 수십 번씩 스마트폰으로 회사 익명게시판에 접속한다. 게시판엔 최근 있었던 연봉협상에서부터 회사 건물의 업무환경, 회의 때 나왔던 경영진의 발언까지 회사에 대한 ‘뒷담화’가 가득하다. 이 익명게시판은 회사가 직접 개설한 사내 인트라넷과 달리 독립된 애플리케이션(앱) 개발 업체에 직원들이 직접 신청해 개설된 게시판이다. 신변이 노출될 위험도 없는만큼 경영진에 대한 민감한 주제도 가감없이 다룬다. A 씨는 “외부 업체에서 만든 게시판이라서 중요한 내용이 회사 밖으로 새어나갈 수 있는만큼 경영진도 눈여겨보는 것 같다”며 “실제 게시판에 올라온 의견을 업무환경에 반영해준 적도 있다”고 했다.

반면 대기업 부장으로 재직 중인 50대 직장인 B 씨는 요즘 직원들의 SNS 활동이 못마땅하다. 회사 계열사에서 발생하는 각종 안전사고 등이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외부에 노출되면서 회사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에서 흔하게 발생하는 일이고 사내에서 보상 등을 알아서 처리하는데 외부로 노출될 경우 문제가 더욱 커진다”는 게 B 부장의 생각이다.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사내외 익명게시판이나 기업평가 사이트 등을 활용해 자사에 대한 냉철한 평가를 하는 ‘신종 내부고발’이 인기다. ‘대외비’라는 이유로 사내에서만 은밀히 논의되던 연봉협상, 승진기회, 복지, 사내문화 등이 회사 밖 ‘공론장’에서 폭로되며 신(新)고발문화를 공론화하고, 기업 내 민주주의를 이끄는 ‘딥스로트(Deep Throatㆍ내부 고발자)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반면 중견급 직원들의 경우 여전히 이같은 새로운 내부고발 현상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어 세대 간 이견은 명확해 보인다.

이같은 현상은 우리 사회 폭로문화의 이중성을 상징하는 것이다. 군대 내 폭행과 사망 사건에서 보여지듯이 젊은층의 딥스로트와 기성세대의 사일런스(침묵ㆍsilence) 현상은 세대간 이질성을 보여주고 있다. 문화적 차이인 것은 분명하지만, 세대간 진실규명 욕구에 대한 미스매칭은 극복해야 할 문제라는 게 중론이다.

젊은이들의 내부고발 문화가 유행한 건 처음은 아니다. 최근 2년간 트위터를 통해 ‘대나무숲’, ‘꿀위키’ 등 다양한 이름으로 SNS를 통한 기업 내부고발이 유행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특정 업체가 이런 정보를 직접 취합해 공론화시켜주는 대가로 수익사업으로 연결할 정도로 ‘폭로’가 대중화된 게 최근의 특징이다.

하지만 4050세대에게는 이런 ‘1020 폭로문화’는 달갑지만은 않은 게 사실이다. 사회적으로 중요한 진실이 묻혀선 안되지만, 그 진실을 들추는 방법이 마뜩잖다는 시선도 나온다.

직장인 김장균(56) 씨는 “세월호나 군인 사망사건 등 사회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곤 한다”며 “다만 유병언 사망 등과 관련해 온갖 루머가 판치고 있는 세상에 이를 빌미로 인신공격성, 음해성, 정치적 폭로가 남발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했다. 교사인 이진주(52ㆍ여) 씨는 “젊은 세대들은 우리가 진실을 외면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며 “문제는 진실에 대한 접근은 가벼워선 안되고, 진중하면서도 다각적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SNS 폭로 문화에 대해 긍정하면서도 경계하는 전문가들의 시각도 있다.

송재룡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젊은 층의 SNS 공유 바람이 기업 재무나 상태가 투명하게 전달되는 사회적 공시의 측면에서는 바람직한 현상이지만 과도한 정보 홍수 중에 불확실한 정보도 범람할 수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며 “이런 문화가 스스로 자정 능력을 갖춰 SNS 문화의 이상적인 단계에 도달해야 한다“고 했다.

서지혜ㆍ박혜림 기자/gyelov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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