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문화
에볼라 외면하는 세계 리더들…서아프리카 국채발행 러시
뉴스종합| 2014-08-20 10:43
[헤럴드경제 =한지숙 기자] “에볼라 공포를 차단하기 위한 세계 정치지도자들의 반응은 거의 ‘제로(0)’다”

서아프리카에서 창궐한 ‘죽음의 바이러스’ 에볼라 감염 사망자가 1200명을 넘어서자 라이베리아 등 발병국에서 의료 봉사 활동을 펴고 있는 국제의료구호단체 ‘국경없는의사회’(MSF)가 19일(현지시간) 볼멘소리를 냈다.

브리스 드 라 빈냐 MSF 운영위원장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서방의 지도자들이 항공 노선을 폐쇄하는 등 자신들의 안전을 위해서만 행동할 뿐 서아프리카를 도와주려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실제 이번 에볼라 전염 사태에 대해서 미국, 영국, 독일, 호주 등 서방 정상은 아무런 대응도 내놓지 않았고, 돕지도 않고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도 이 날 MSF를 인용해 “세계 지도자들이 훈련된 구호팀을 시에라리온과 라이베리아에 파견하는 것을 주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에볼라 발병국인 나이지리아에서 지난 4월 보코하람에 의해 여중생이 집단 납치된 사건이 일어났을 때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당시 미셸 오바마 미국 대통령 영부인은 트위터에 ‘소녀들을 돌려달라’는 글을 남겨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에볼라 사태의 심각성은 이 보다 엄중하지 결코 덜하지 않다.

▶침묵하는 세계 리더들 =최근 기니, 시에라리온, 라이베리아 등 에볼라 발병국을 다녀왔다는 드 라 빈냐 위원장은 이번 사태가 일으킬 파장 규모를 2010년 아이티 대지진에 비유했다.

그는 “사태 해법은 복잡하지 않다. 해결하려는 정치적 의지만 있으면 된다”며 “. 시간이 없다. 지진 때처럼 협동을 조율할 수 있는 고위급 인사가 필요하다”며 서방 리더들의 관심을 촉구했다. 30만명이 사망한 아이티 대지진 때 국제사회는 의약품과 기금, 전문인력을 보내는 등 즉각적인 구호활동을 폈다. 그런가하면 유럽 등 선진국을 휩쓸고 지나간 사스(SARSㆍ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발발 때 각국 지도자들이 리더쉽을 발휘해 효과적으로 전염을 진압한 바 있다.

시에라리온에서 의료 구호 활동 중인 가브리엘 피츠패트릭 박사는 “만일 에볼라가 런던 등 서구 사회에서 발병했다면 감염자가 적었을 것이다. 여기서 바라는 건 감염자의 생존 가능성을 극적으로높이는 것도 아니고, 전염을 통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염을 통제할 발병국 정부의 리더십 부족이 가장 화급한 문제로 꼽힌다. 드 라 빈냐 위원장은 “의지, 전문성, 조직력” 부족을 꼽으며, “상황이 더 악화되고 있다. 한 나라가 완전히 붕괴되기 직전에 있다”고 위기감을 전했다.

만일 현 단계에서 에볼라 확산이 통제되지 않으면, 다른 서아프리카 지역 국가는 물론 에볼라를 통제한 기니와 나이지리아를 다시 위협할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예산 거덜난 서아프리카, 국채 발행 러시 =벼랑 끝에 놓인 서아프리카 발병국의 국가 경제는 사실상 마비됐다. 주요산업인 광산은 노동자들 간에 바이러스가 전염될 것을 우려해 폐쇄 조치됐다.


시에라리온과 라이베리아는 1990년대 내전을 딛고, 10년 전서부터 재건한 사회 인프라가 에볼라 때문에 다시 붕괴될 조짐이다. 기업 활동은 중단됐고, 농부는 시장에 나가지 않아 식료품 부족 위기가 우려된다. FT는 “위기가 재앙적인 연쇄 반응 효과를 일으키고 있다”고 했다. 공공기관 관료들은 출근을 하지 않는 등 도시 전체가 ‘유령도시’가 되어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시에라리온, 기니, 라이베리아 등 3개국 정부를 돕기 위해 세계은행과 아프리카개발은행이 준비 중인 긴급 구호자금은 2억6000만달러(2650억원)다.

3개국은 에볼라에 대응할 예산이 부족해 국채 발행으로 눈 돌리고 있다. 시에라리온은 지난달 31일 871억리온(2000만달러) 어치 1년 만기 국채를 6.64%로 일주일 전보다 이율을 높여 판매했다. 라이베리아는 1억4460만 라이베리아달러(180만달러) 규모 3개월 만기 국채를 지난 5월 이율 보다 무려 1.7%포인트 높인 이율 3.9%에 발행했다. 기니도 지난 13일 1년 만기 국채를 전주 이율 9.39%에서 10.8%로 높여 1000억프랑(145억 달러) 규모로 판매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해 이들 3개국 합산 GDP는 130억달러로 아프가니스탄의 210억달러 보다 소폭 적다. 기니의 총부채는 GDP의 38%, 라이베리아는 30%, 시에라리온은 33%였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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