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정치
힐러리가 퍼거슨 사태에 침묵하는 이유는?
뉴스종합| 2014-08-20 11:34
[헤럴드경제 =한지숙 기자] 미국 미주리주 소도시 퍼거슨시에서 경찰 총격에 의해 10대 흑인이 사망한 사건은 미국 정계를 뒤흔드는 중대 사건이다. 특히 2016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민감한 시기에 발생해, 이번 사태와 관련한 정치인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존 루이스(민주ㆍ조지아주) 연방 하원의원은 “TV에서 흘러나오는 퍼거슨시의 장면을 보고 있으면 마치 내가 이라크 바그다드나 다른 전쟁터에 있는 느낌”이라는 과격한 발언을 했고, 공화당 대권주자 중 한 명인 랜드 폴 상원의원(켄터키)은 “경찰의 대응과 군인의 대응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어야 한다”며 경찰의 중무장화 및 과잉대응을 지적하기도 했다.

공화당 대권 후보들은 각자 다른 시각차를 드러내며 자신을 차별화시키고 있다. 1순위 후보인 크리스 크리스티 뉴지저주 주지사는 한 지역 라디오방송에서 “이 나라에 경찰관으로 헌신하는 남녀가 수백만명이다. 이들은 매일 위험 속에서 일하며, 무구한 사람들을 보호하고자 노력한다”며 경찰을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

(왼쪽부터) 힐러리 클린턴,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주 주지사, 폴 라이언 공화당 하원의원

그런가하면 또 다른 신진 대권주자인 폴 라이언 공화당 의원은 19일(현지시간) 폭스뉴스채널의 ‘폭스 앤 프렌즈’에 출연해 “무엇보다 나는 이 비극을 이용하려 하지 않는다. 이 비극을 정치 성향이나 정책과 접목시키려는 건 실례”라고 선을 긋기도 했다.

이에 대해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공화당 입장에선 퍼거슨 사태에 대해 발언할 가치가 별로 없다”면서 최근 퓨리서치센터 여론조사에서 공화당 지지자 가운데 이번 사태가 ‘중대한 인종 문제를 야기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국민 전체(44%) 보다 적은 22%에 불과한 점을 지적했다.

한편 민주당 유력 대권주자인 힐러리 클린턴<사진> 전 국무장관도 퍼거슨 사태에 대해선 유독 말을 아끼고 있다. 이라크 등 중동 문제에서 같은 민주당 출신인 오바마 대통령을 비판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던 데서 한발 물러선 분위기다.

WP는 클린턴이 공개적인 발언을 삼가는 이유에 대해 “힐러리 클린턴은 민주당 내에서 아직 실질적인 도전자가 없다. 즉 퍼거슨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 지 강조를 하고 인종 긴장을 분석하는 등 진보적인 입장을 밝혀야할 정치적인 필요성이 없다”고 분석했다. 대권주자로서 워낙 독보적이어서 굳이 이번 사태에 대해 진보적인 태도를 드러낼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WP는 이어서 “퍼거슨 사태는 열흘이 지났지만, 여전히 새롭게 느껴진다. 이는 2016년 대선 후보들이 공개적으로 발언할 기회가 더 많아질 것이란 의미다”면서 “클린턴이 이 문제의 실체에 대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어렵다”고 향후 클린턴의 입에 주목했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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