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미국에서 들여온 대마를 국내에 유통시키고, 이를 사 피운 원어민 교사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덜미를잡혔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환각 상태로 어린이집에서 수업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는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판매 총책 A(44) 씨 등 5명을 구속하고 이들로부터 대마를 구입한 캐나다인 B(44) 씨 등 3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 씨 등은 2월부터 2개월에 걸쳐 미국에서 대마 2㎏(2억원 상당)를 들여와 1ｇ당 10만원에 33명에게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대마 2㎏은 4000명이 한 번에 피울 수 있는 분량이다.

재미동포로 한국 국적 영어강사인 A 씨와 미국 국적의 영어강사 C(25ㆍ구속) 씨는 대마를 팔아 쉽게 돈을 벌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지인을 통해 미군 군사우편으로 대마를 몰래 들여왔다.

이들은 이 가운데 약 1.05㎏을 중간판매책 D(24ㆍ구속) 씨와 나이지리아인 E(32ㆍ구속) 씨를 통해 팔아 1억1000여만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대마를 구입한 이들은 경기도 수원 소재 사립대 영어 교수 3명, 경기도 수원과 충남 천안의 초등학교 영어 교사 각각 1명, 수도권 영어학원 강사 22명 등 주로 원어민 영어 교사들이었다.

경찰은 “A 씨 일당은 마약사범으로 검거되면 처벌은 물론, 일터에서 쫓겨나게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해 외국인을 상대로 했다”며 “주로 경기도 수원 소재 외국인 전용 클럽에서 만난 원어민 강사를 고객으로 관리하며 대마를 팔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가운데 경기도 용인의 어린이집에서 일하는 나이지리아인 E 씨는 환각 상태에서 수십 명의 유아를 가르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이 지난 6월 어린이집 앞에 세워진 E 씨의 차량을 압수수색한 결과 대마초, 대마초 계량용 저울, 판매용 비닐 지퍼백 등이 발견됐다. E씨는 평소 이 같은 물건들을 지니고 어린이집으로 출근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미국인 영어 강사 F(31ㆍ구속) 씨는 대마 흡입으로 경찰에 적발될 것에 대비해 머리는 물론 온몸의 털을 깎은 후 지인에게 “털이 없으면 마약 검사에서 적발되지 않는다”며 노하우를 전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그는 소변 검사에서 대마초 흡입 사실이 드러나 구속됐다.

경찰 관계자는 “검거한 피의자들 이외에도 학원가 등에서 외국인들 사이에서 마약류가 유통되는 사례가 더 있을 것”이라며 “학원가에 대한 첩보활동을 강화해 마약류 유통을 근절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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