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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 IS 공동 대응 나설까…이라크 사태 ‘게임체인저’
뉴스종합| 2014-08-21 11:02
[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충격, 분노, 응징, 그리고 다시 보복….

‘문명의 충돌’을 연명시키는 먹이사슬이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았다. 이라크 수니파 반군 ‘이슬람국가(IS)’의 미국인 기자 제임스 폴리(40) 참수로 서방권이 충격에 휩싸였다. 그동안 자국 경제 살리기에 천착했던 미국과 영국, 독일 등 주요 서방국의 관심이 중동으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이번 사건이 이라크 분쟁의 ‘게임체인저’가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폴리 참수는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의 공격 목표가 서방으로 전환됐다는 의미”라며 “이번 사건으로 국제적인 대응 노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美 대대적 보복공습=미국은 폴리 참수 동영상 공개 다음날인 20일(현지시간) IS 목표물을 향해 14차례 대규모 공습을 감행했다. 또 자국민 보호를 위해 이라크에 최대 300명의 치안요원 증파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이는 자국민이 공개적으로 잔혹하게 희생됐는데도 소극적으로 대응했다가는 자칫 여론의 ‘뭇매’를 맞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휴가 중인 오바마 대통령은 IS를 ‘암덩어리’에 비유하며 척결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휴가지에서 성명을 내고 “중동의 모든 국가와 국민 사이에 이 암덩어리(IS)가 더 이상 퍼지지 않게 하는 공동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면서 “21세기에 IS가 있을 곳은 없다”고 못박았다.

그러나 미 공화당 내에서는 “참수는 미국에 대해 전쟁을 선포한 것”이라며 이라크 군사개입을 더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CNN방송은 “IS 도발로 미군 공세가 더 강력해 질 것”이라며 “미 당국자들은 이번 미국인 기자 참수 사건으로 IS를 9ㆍ11테러의 주범인 알카에다와 동급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시리아 라카를 행진하고 있는 ‘이슬람국가’(IS) 무장조직원들의 모습 [자료=trackingterrorism.org]

▶오바마 소극적 외교정책 ‘터닝포인트’ 될까=이번 미국인 참수가 ‘집권 6년차 저주(sixth year itch)’에 빠진 오바마의 외교 정책에 ‘터닝 포인트’가 될지도 관심사다.

‘집권 6년차 저주’란 재선한 미국 대통령이 6년차 중간선거에서 패배해 국정 장악력을 상실하는 현상을 말한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율은 40%로 역대 최저다. 설상가상으로 퍼거슨 사건(10대 흑인소년이 경찰이 쏜 총에 사망한 사건)이 흑백갈등으로 비화되면서 오바마 정부에 대한 비난 여론은 더욱 고조되고 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여론의 관심을 국외로 돌리기 위해 그동안 소극적이었던 대(對)중동정책을 강경 노선으로 전환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동안 미국의 안보가 직접적인 위협을 받거나 대규모 인도적 위기 상황에서만 군사력을 동원한다는 ‘신(新) 외교 독트린’에 따라 지상군 투입 등 전면개입에 반대 입장을 취해 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미국인이 참수됐고 추가 미국 기자 처형이 예고돼 있어 자국민 보호 명분이 마련된 상태다. 미국민 여론도 이라크 철군 3년 만에 단행한 이라크 북부 지역 공습에 대해 65%가 찬성했고, 이라크에 추가 행동을 해야한다는 여론도 한달새 39%에서 44%로 늘었다.

▶英ㆍ獨 강경대응=영국은 자국출신 지하디스트(성전주의자)의 위협론에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휴가 중이던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미국인 참수 사건 이후 즉각 업무에 복귀했다. 앞서 캐머런 총리는 IS 위협에 대해 “정치생명이 끝날 때까지 싸울 것”이라면서 ▷IS 방어 최전선 쿠르드족 지원 ▷유엔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한 IS 자금 흐름 차단 ▷이라크 새 총리와 이란을 포함한 다른 중동국가와 협력 등 대응 전략을 발표하기도 했다.

독일도 이례적으로 이라크 무기지원을 결정했다. FT에 따르면 독일은 나치 시대 이후 해외파병 등 외국에 대한 군사개입을 꺼려왔지만 자국민 보호와 지역 안정을 이유로 무기지원을 정당화했다. 독일 슈타인마이어 외무장관과 폰데어라이엔 국방장관은 “이라크 북부에서 IS와 싸우는 쿠르드 세력을 돕기 우해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처럼 무기를 포함한 군사 장비를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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