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문화
중국인 해외이민자, 한국 총인구(5000만) 맞먹는다
뉴스종합| 2014-08-24 09:48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자녀 교육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고향을 등지는 중국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해외에 둥지를 튼 중국인 ‘디아스포라’(이주자)는 4800만명에 이른다. 인도인 해외 거주인구의 2배에 달하는 규모다. 미국 정보기술(IT)의 산실 실리콘밸리부터 동남아시아까지 중국인은 세계 어디서나 최대 이민자 집단을 형성하고 있다.

중국인의 ‘엑소더스’(대탈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의 움직임은 엘리트 계급과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되고 있다. 특히 중국의 경제성장을 이끈 주역인 경제인 ‘1세대’들이 이 같은 움직임을 주도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인 대탈출’(The Great Chinese Exodus)이란 제목의 분석기사에서 “지난해 해외로 떠난 중국 국적 소지자 1억명 가운데 대부분은 관광객이었지만, 아예 해외에 눌러앉기로 한 대학생과 부유층도 빠르게 증가했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실제 중국판 ‘포브스’인 후룬(胡潤)리포트에 따르면 보유 자산이 최소 160만달러 이상인 중국인 부자 64%가 해외로 이주했거나 이민을 계획 중이다.

그 과정에서 중국인들이 올 3월까지 12개월 간 미국 전역에서 사들인 집만 해도 220억달러에 달한다고 미국 부동산중개인협회(NAR)는 집계했다.

특히 해외로 유학가는 중국인들이 크게 늘어나면서 주요 서방 대학교 캠퍼스에서 중국인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중국인의 수강료 수입을 빼면 예산을 짜기 어려운 서방 대학교도 속출하는 실정이다.

국제교육협회(IIE)에 따르면 미국 대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는 중국인은 지난해 23만5597명으로 2012년 대비 21% 증가, 전체 대학교 유학생 가운데 최대를 기록했다. 잉글랜드의 경우, 석사 과정을 이수하는 중국인 대학원생의 수가 영국 국적 소지자와 맞먹는 수준으로 늘었다.

중국인이 해외 이주를 선택하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그 가운데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해외에서 자유롭고 편한 삶을 살고자 하는 욕구다. 특히 중국의 급속 경제성장을 일군 뒤 안전한 은퇴를 꿈꾸는 경제인 1세대들이 미국과 캐나다 등으로의 이민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다시 말해 급격한 산업화의 부작용으로 발생한 환경오염, 먹거리 안전, 부실한 교육체제에서 벗어나 안락한 생활을 즐기려는 부유층이 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강력한 반부패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사정 바람도 한몫 하고 있다.

두 자녀와 함께 미국 이민을 준비하고 있다는 한 중국인 교수는 WSJ에 “중국에서는 부유해지면 체포당한다”고 지적하면서 “중국은 여전히 매우 후진적 국가”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도 중국이 세계 최대 시장임을 강조하며, 보유하고 있는 국내 사업체들은 유지하겠단 뜻을 조심스레 밝혔다.
지난해 미국 정부는 최소 50만달러를 투자하는 외국인의 미국 내 거주를 허용하는 ‘EB-5’ 비자를 중국인에게 총 6895건 발급했다. [자료=WSJ 캡쳐]

해외에서 거주하되 사업은 중국에서 벌이는 이 같은 경제인 1세대의 모습이 1997년 홍콩 반환 때와 비슷하다고 WSJ은 풀이했다. 당시 영국이 홍콩의 주권을 중국에 이양하자 공산당 통치를 두려워한 경제인들은 가족을 미국 시애틀이나 캐나다 밴쿠버에 두고 사업차 아시아 시장을 왕래했다.

흥미로운 것은 중국 정부가 이 같은 엘리트 이주 움직임을 규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금융 당국은 1990년 중반 이래 최고 1230억달러에 달하는 부패자금이 해외로 흘러갔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중국인의 이민에 대해 적극적으로 제동을 건 적은 아직까지 없다.

이에 대해 WSJ은 중국 정부가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이미지를 제고하고 해외 교포사회 내 애국심을 고취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가 해외 교포 기지를 중국의 정치적 가치를 옹호하는 일종의 장(場)으로 만든다는 분석이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세계 곳곳에서 펼쳐진 반(反) 티베트 독립 운동도 이 같은 중국 정부의 계산에 따른 것으로 설명됐다.

sparkli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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