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분쟁
獨ㆍ英 국제분쟁 대응법 ‘극과극’
뉴스종합| 2014-08-24 09:50
[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유럽의 ‘맹주’ 독일과 영국의 분쟁지역 대응이 엇갈리고 있다. 세계 초강대국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세계 경찰국가’ 역할에서 발을 빼는 사이 그동안 외교무대에 거리를 둬왔던 독일이 급부상하기 시작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라크 무기지원을 이례적으로 결정해 유럽 밖으로 영향력을 넓히면서 ‘제2의 비스마르크’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반면 미국의 최대 동맹국인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이라크 반군에 의한 미국 기자 참수 동영상에 영국인이 등장하면서 자국 위협론이 확산하고 있지만 일관성 없는 외교정책으로 갈팡질팡하는 ‘햄릿’을 연상시킨다.

▶獨메르켈, 제2 비스마르크 될까=메르켈 독일 총리는 국제 분쟁 중재의 주역으로 떠올랐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의 대화를 촉구하는 한편 그동안 유대인 학살 원죄의식으로 개입을 꺼렸던 중동에까지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독일이 남유럽 채무위기 해소로 얻은 경제적 자신감을 바탕으로 안보와 외교 분야에서도 유럽 질서 만들기에 돌입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메르켈 총리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와의 갈등을 풀기 위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20회,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15회,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10회 전화통화를 했다. 아울러 23일(현지시간)에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를 방문해 포로셴코 대통령과 회담하고 러시아와 갈등 해결책을 모색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포로셴코 대통령과의 정상회담과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 모두 군사적 대결을 풀고 서둘러 휴전해야 한다면서  “말보다 행동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처럼 중립적으로도 읽히는 언급을 하면서도 우크라이나의 영토보존과 안녕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우크라이나 쪽이 더 많은 실천을 했다고 덧붙여  러시아를 겨냥했다.

그는 또 기자들에게 러시아가 사태를 악화시키면 추가 제재 검토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재건 용도의 에너지와 물 공급에 위한 5억 유로 신용보증 외에 피란민 수용소 건설을 위한 2500만 유로 지원을 약속했다고 독일 매체인 슈피겔  온라인이 전했다.


독일은 유럽 밖에서도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그동안 이라크 내전에 깊이 간여하지 않았던 독일은 이라크의 수니파 반군 ‘이슬람국가(IS)’에 대항하는 쿠르드족에 무기를 공여하기로 결정했다. 유럽연합(EU)을 통한 이라크 정부 군사지원에 참가키로 한 것이다.

독일은 우선적으로 공격 능력이 없는 차량을 제공할 방침이지만 “학살이 일어난다면 무기 공여도 검토하고 있다”고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은 국방장관은 밝혔다.

독일은 19세기 국제 분쟁을 적극적으로 중재한 역사가 있다. 당시 지도자였던 비스마르크는 철혈 재상으로 알려져 있지만 뛰어난 외교 수완으로 유럽에 평화를 가져오기도 했다. 그는 외교력을 동원해 룩셈부르크를 중립국으로 남게 했고, 베를린 회의를 통해 발칸지역과 아프리카 식민지 분쟁을 잠재웠다.

▶英캐머런, 햄릿의 후예?=반면 영국은 대(對)중동 정책에 헛점을 노출시키며 안팎의 비난을 사고 있다. 캐머런 영국 총리는 IS 위협에 대해 “정치생명이 끝날 때까지 싸울 것”이라고 천명했지만, 영국 정부의 중동 외교정책은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대(對)중동대책에 일관성이 떨어진다. 국가마다 각기 다른 세력을 지지하고 있는 탓이다. 실제로 영국은 시리아에서 바샤드 알 아사드 독재 정권(시아파)에 대항하는 수니파 반군 세력을 지원하지만, 이라크에서는 수니파IS에 대항하는 시아파 주도 정부를 지지하고 있다. 

반대로 이집트에서는 수니파 출신인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을 후원한다. ‘국가’가 아닌 ‘종파’ 분쟁의 화약고 중동에서 이같은 엇갈린 행보가 역내 영향력을 약화시키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

영국 정부의 일관성 부족은 최근 외무장관과 국방장관이 교체된 개각으로 더욱 심화됐다. 여기에 지난 1년 간 중동담당 장관이 3번 바뀐 것도 혼선을 가중시켰다. 

이 때문에 집권 보수당 내에서는 “영국 외무부에 공동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영국에서는 IS에 대한 위협론이 팽배하다. IS에 가담하기 위해 시리아로 향한 영국인이 500명에 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IS의 지하디스트(성전주의자)들이 영국을 타켓으로 공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따라 영국 총리실은 지난 18일 IS에 대항하기 위한 세가지 전략을 제시했다. 여기에는 ▷IS 방어 최전선 쿠르드족 지원 ▷유엔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한 IS 자금 흐름 차단 ▷이라크 새 총리와 이란을 포함한 다른 중동국가와 협력이 포함됐다.

그러나 영국왕립국방안보문제연구소(RUSI)의 샤샹크 조시 연구원은 “영국에게는 독자적인 선택지가 없다”며 “미국을 앞서서는 아무것도 할수 없다”고 말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영국과 미국의 가장 큰 문제는 IS의 작전 행동에 대한 정보 부족”이라며 “정찰정보 수집 활동 영국이 할 수 있는 가장 유익한 공헌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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