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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싱크홀 원인 수개월전 알았다
뉴스종합| 2014-08-25 11:40
‘부실 그라우팅’ 인지 불구
조치 미흡…무더기 동공 초래…서울시 “육안으로 점검 힘들어”


서울시가 석촌지하차도에서 발견된 동공(빈 굴ㆍ싱크홀)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된 ‘부실 그라우팅’을 수개월전에 인지하고도 사후 조치가 미흡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공사장 안전관리를 총괄하는 서울시도 시공사인 삼성물산과 함께 무더기 동공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25일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가 올해 1~8월까지 작성한 ‘건설공사장 점검계획 및 지적사항 조치결과’ 보고서를 보면 도시기반시설본부는 지난 3월 건설공사장 기동불시 점검 시 지하철 9호선 석촌지하차도 구간인 919공구에서 그라우팅에 문제점을 발견하고 보완조치를 요구했다.

그라우팅은 터널을 뚫은 후 지하수 침투와 지반 침하를 막기 위해 특수용액으로 터널 표면을 단단하게 만드는 작업이다. 그라우팅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지하수가 유출돼 토사가 쓸려내려갈 수 있다.

당시 도시기반시설본부는 석촌지하차도와 이어지는 8호선(석촌역) 하부 그라우팅을 원활히 하기 위해 특수용액 주입 구멍의 설치 계획을 보완하고, 그라우팅 충진을 위해 구조물에 영향을 주지 않는 적정 가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짐 작업이 필요없는 무다짐 콘크리트의 배합비와 유동 성능 확인, 배관의 설치 간격 등도 보완하라고 주문했다. 무다짐 콘크리트는 지반이 얇거나 벽체가 기울어져 다짐 작업을 할 수 없는 터널공사 등에서 주로 이용된다.

며칠 후 보고된 조치결과를 보면 이 같은 지적사항은 모두 보완된 것으로 도시기반시설본부는 최종 확인했다.

그러나 그라우팅에 대한 문제는 5개월 후 터널공사가 연장된 석촌지하차도 구간에서 동공 7개가 무더기로 발견되면서 다시 제기됐다.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조사단이 동공의 원인으로 ‘부실 그라우팅’을 지적한 것이다.

결국 도시기반시설본부가 부실 그라우팅 가능성을 최초 인지했을 때 사후 조치만 제대로 했어도 무더기 동공 사태로 확산되진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시공사인 삼성물산이 ‘수평 그라우팅’을 처음 시행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차례 지적된 그라우팅 작업을 추적 관리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아울러 도시기반시설본부가 매달 1회 이상 실시하는 ‘건설공사장 안전점검’도 유명무실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도시기반시설본부는 안전, 구조 등 관련 분야 전문가와 함께 서울 시내 공사장 66곳 지정해 불시에 현장점검을 실시한다. 여기에는 석촌지하차도 구간도 포함돼 있다.

안전점검에는 ▷시공계획서와 시공상세도를 규정대로 시행했는지 ▷취약공종에 대한 안전관리는 적절한지 등을 확인하도록 돼 있다. 특히 취약공종에 대한 안전관리 부문에는 ‘흙막이 공사면보호 및 지반침하 여부’도 확인하도록 명시했다. 지반침하는 싱크홀, 즉 동공을 뜻한다.

도시기반시설본부는 적어도 5차례 이상 석촌지하차도 구간에 대한 안전점검을 실시하고도 지반침하를 확인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도시기반시설본부 관계자는 “동공은 육안으로 점검하기 힘든 부분”이라면서 “실드공법(원통형 기계로 굴착하는 공사기법)이 적용된 터널공사에서는 지반침하 현상이 나타나기 전까지 현실적으로 (동공을) 확인하기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도시기반시설본부의 설명대로 안전점검에서 동공을 찾아내기 어렵다면 “안전점검 자체가 무용지물 아니냐”는 반박이 제기된다. 서울시는 매달 건설공사장 안전점검에 600만원 이상의 시민 세금을 투입하고 있다.

최진성 기자/i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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