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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크엔드] 오바마, 신중한 소통
뉴스종합| 2014-08-29 10:52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리더십은 ‘신중한 소통’으로 요약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강력한 제왕적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한 독단적 결정보다 합의에 기초한 판단을 선호한다. 상대방의 말을 항상 경청하고 여러 사람들과의 논의를 거쳐 결정을 내리는 것은 물론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되도록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수용하겠다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과 경쟁 관계인 정치인들도 예외는 아니다. 집권 1기 시절 핵심 공약인 ‘오바마케어’를 놓고 공화당과 민주당 내 반대파 의원들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히자, 이들을 백악관에 불러 직접 설득하는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2012년 ‘재정절벽’을 앞두고 양당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을 땐 공화당의 존 베이너 하원의장을 불러 독대하기도 했다. 베이너 의장과 가진 골프 회동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손수 카트를 몬 일은 그의 수평적 리더십을 잘 보여주는 일화다.

이러한 소통의 리더십은 40대의 ‘젊은 대통령’을 백악관에 앉힌 자산이자, 그의 재선을 가능케 한 일등공신이다. 전임 대통령인 조지 W. 부시가 일방적 대외정책으로 지탄을 받는 가운데, 소통이란 미덕을 앞세우고 등장한 오바마 대통령이 열광적 인기를 끈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하지만 집권 2기 2년째를 맞는 올해, 오바마 대통령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친(親)러시아 반군 간 분쟁과 이라크 내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교전까지 유럽과 중동지역 정세가 갈수록 혼란 속으로 빠져들고 있어서다. 미국을 패권국으로 한 G1의 국제 질서가 무너지면서 중국과 러시아는 힘의 공백을 틈타 세력을 확대하고 있다. ‘제한적 개입주의’를 내세운 오바마 대통령의 신(新) 외교 독트린이 초래한 결과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여기에 최근 미주리주 퍼거슨시에서 발생한 10대 흑인 총격 사망 사건으로 오바마 대통령의 입지가 더욱 좁아지게 됐다. 미국 역사상 첫 흑인 대통령 탄생에도 변함없는 현실에 그의 최대 지지층인 흑인 사회가 분노로 들끓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 속 휴가를 떠나 골프를 즐긴 것도 대중의 공분을 샀다.

실제 월스트리트저널(WSJ)과 NBC 방송이 공동으로 실시한 최근 여론조사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율은 집권 이래 최저 기록인 40%로 추락했다. 정치권 일각에서 ‘탄핵’까지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까지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정책을 ‘실패’라고 규정하며 칼끝을 겨누고 있다.

강승연 기자/sparkli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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