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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유호진 PD “‘1박2일’은 일상에 잠복한 여행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과정”
엔터테인먼트| 2014-08-27 08:38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지난해 12월 ‘1박2일’ 시즌3의 출범 당시만 해도 반신반의했다. 7년의 시간동안 한 때는 ‘국민예능’으로 불렸지만, 지난 시즌에선 “게임하러 여행간다”는 반응만 따라오던 ‘한 물 간’ 여행예능이었다. 덕분에 폐지설도 심심치 않게 나왔다. 학습효과로 인해 새 PD와 더불어 멤버교체를 시도한 시즌3에도 기대에 찬 시선을 보내기가 쉽진 않았다. 무려 200번 가량의 여행을 다녀온 이 프로그램에서 어떤 새로움이 나올까 싶은 의구심이 앞선 것도 그 이유였다.

9개월이 지난 현재의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 ‘의리’로 보던 시청자들은 ‘1박2일’을 다시 믿고 본다. 새로운 시청층이 유입되자, 주말예능 일등 자리에도 수차례 올랐다. ‘신입PD’로 불렸던 유호진 PD는 ‘1박2일’의 ‘제7의 멤버’가 됐다.

프로그램의 녹화를 앞둔 회의가 한창이던 최근 여의도에서 만난 유호진 PD의 9개월에선 KBS 간판예능 ‘1박2일’의 지나온 시간과 마주할 시간이 차분히 적혀 있었다.

“지역과 소재의 고갈을 컨셉트나 상황으로 바꿔나가려는 노력이 ‘1박2일’ 시즌3의 모습”이라며 “아직은 여러 회에 거쳐 변주할 수 있는 뚜렷한 방법론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유 PD는 이야기하지만, 이미 이번 시즌을 통해 ‘1박2일’은 장수예능으로 굳건히 버틸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했다.

여행의 방향성을 보편적 경험(서울 시간여행, 선생님 특집)으로 돌려세우자 ‘1박2일’의 따뜻함이 살아났고, 특별한 컨셉트(금연일지 여행, 조업여행)를 가져가자 의외의 웃음이 터졌다. 멤버들을 짝 지어 보낸 변형된 여행의 방식으로 식도락과 자연, 잊혀진 역사의 현장까지 돌아본 ‘군산여행’ 편은 시즌3 최고의 기획이라 할 만했다.

유 PD 역시 새로운 방식의 여행, 멤버들의 캐릭터 구축, 제작진의 노력은 이번 시즌을 연출해온 지난 9개월의 성과라고 돌아본다. 


“금연일지, 조업을 위한 남자여행, 시간여행 등 평범할 수 있는 여행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고 같은 장소를 특별하게 바라보려했던 것은 성공적이었던 것 같아요. 기획적인 측면은 아니지만 멤버들의 캐릭터가 자리를 잡은 건 시즌3이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이었죠.”

그러면서 유 PD는 “무엇보다 중요한 건 뻔하고 비슷한 상황을 달리 보이게 하는 제작진의 노력”이라고 덧붙였다. “기획이 모자란 부분은 편집으로 살려줬고, 작가들이 게임과 레이스의 알찬 구성이 힘이 됐다”는 유 PD는 “장소와 기획의 힘이 떨어지더라도 멤버들의 캐릭터, 조연출의 편집, 작가들의 구성이 지역적 소재가 약해진 상황의 돌파구가 돼줬다”고 말했다.

이미 8년차에 접어들며 익숙할 대로 익숙해진 장수예능이기에 ‘1박2일’이 변화무쌍한 시청자들의 입맛을 맞추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유 PD에겐 “매주 새로운 걸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은 없었다. “‘1박2일’의 미덕은 새로움이 아니라 편안함에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자연히 유 PD에겐 “‘1박2일’은 탑승객들이 편안한 정도의 속도를 유지하는 탈 것“이기를 바라는 마음과 함께 ”안전하고 편안하지만 멈춰있지 않은 프로그램, 너무 어렵지 않으면서도 지루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 ‘1박2일’ 시청층을 위한 제작진의 의무”라는 다짐도 새겨진다.

그 안에서 유 PD가 가져가고 싶은 ‘1박2일’의 가치가 있다. 프로그램이 담고 있는 인간적ㆍ서민적인 느낌과 경험의 공유였다.

“‘1박2일’에서 보여지는 상황과 경험들은 평범한 사람들도 한번쯤 겪어봤거나 노력하면 겪을 수 있는 일이었으면 좋겠다”는 그는 “친근한 서민적인 느낌이 ‘1박2일’이 유지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누구나 가지고 있고,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것이지만 계기가 없으면 느끼지 못하는 일들이 있잖아요. 그 계기를 만들어주고, 감정을 건드려 줄 수 있다면 제일 좋다고 생각해요. 보편적 경험에 호소하고 싶은 거죠. 부모님의 젊은 날이 있다는 건 누구라도 알지만 평소엔 생각할 이유가 없어 잊고 지내잖아요. 방송(‘1박2일’ 시간여행 편)을 보니 ‘아! 그랬지?’하고 느끼게 된다면 좋은 거죠.”

시즌3의 첫 일반인 특집으로 화제가 됐던 ‘선생님 특집’도 마찬가지의 기획으로 나오게 된 방송이었다. 모두가 지나왔고, 혹은 머물러있는 한 시절의 아련한 장면들이 현직 교사의 여러 얼굴을 통해 따뜻한 모습으로 그려졌다. 고단한 일상에서 만나게 되는 기억의 조각들은 “일상에 잠복해있는 여행의 가능성”을 발견한 의미있는 기획이었다.

“굳이 멀리 떠나야 여행은 아니”라며 “우리는 루틴한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에 잊고 있었던 것을 환기시켜주면 그것으로도 여행”이라고 말하는 유 PD의 여행관이 ‘1박2일’ 안으로 서서히 녹아들고 있었다.

“여행은 자기가 누군지 알게 되는 과정이다. 일상에선 절대 발견할 수 없는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시험 같은 것”이라고 정의하는 유호진 PD는 “‘1박2일’은 이 시험을 토대로 만들어졌다”고 했다. “위기를 헤쳐나가고, 유쾌하게 배고픔을 참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인간의 본성을 끊임없이 시험하는 프로그램”이라는 것이다. 다만 그 과정을 재미있게 풀어나가는 것이 ‘1박2일’의 속성이라고 유 PD는 설명했다. 궁극적으로 유호진 PD가 KBS의 간판예능이 된 ‘1박2일’의 수장으로서의 바람도 여기에서 나온다.

“‘1박2일’을 시청자들이 일요일 저녁 여섯시를 기다린다면 그 이상의 바람은 없을 것 같아요. 그러려면 보고 있는 동안 기분이 좋든지, 빵빵 터지는 순간이 몇 번이고 있어야 해요. 확실히 재밌다는 이미지가 있어야 하는 거죠. 그게 브랜드잖아요. 현재로선 기복 없는 일정 수준을 유지하는 품질관리가 최대 숙제예요.“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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