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국회 문은 열었지만 먹구름만 가득
뉴스종합| 2014-09-01 10:23
[헤럴드경제=홍석희ㆍ정태일ㆍ이정아 기자] 1일부터 2014년도 정기국회가 열렸지만 여야의 세월호 특별법 대치 정국이 장기화되면서 한치 앞도 예측키 어려운 ‘먹구름 국회’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정기국회 첫날부터 국회가 파행으로 치달으며, 예산안 심사 부실과 졸속 법안처리 등 부작용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회 정상화를 위한 1차 분수령은 새누리당과 세월호 유족간의 3차면담이, 2차 분수령은 추석 민심일 것으로 관측된다.

▶‘키 쥔’ 박영선= 새정치연합 박영선 원내대표는 정기국회 파행과 관련한 최종 ‘열쇠’를 쥐고 있다. 세월호 특별법이 최우선 ‘민생 법안’이라는 것이 박 원내대표의 생각이지만 ‘국회 공전’의 최종 책임을 본인이 지게 되는 것은 부담이다.

박 원내대표는 1일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정국 파행에 따른 국민 실망과 노여움이 정치권을 집어삼킬 것이다”고 말했다. 국회 공전의 책임이 여야 모두에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이어 “민생 입법론이 허구임을 잘 알고 있다. 수수방관 않겠다는 것을 밝힌다”고 말했다. 법안 처리가 되지 않아 민생이 어려워지게 됐다는 새누리당의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내부적으론 상황이 좀 더 복잡하다. 박 원내대표가 공개석상에선 ‘강성’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비대위원장직 분리 문제와 국회 등원거부를 공식화할지 여부에 대해선 내부 입장 조율이 명확히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새정치연합은 ‘장외투쟁’이란 말 대신 ‘비상행동’을, ‘국회 보이콧’이란 단어 대신 ‘3트랙 투쟁’이라 강조하고 있다.

새정치연합의 향후 행보는 1일 오후 예정돼 있는 새누리당과 세월호 유가족 사이의 3차 면담에 따라 ‘결’이 달라질 전망이다. 2차 면담까지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나면서 새정치연합 내부에선 ‘3자 협의체’를 재차 강조하면서 새누리당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박 원내대표의 손에 정기국회의 향배가 달려있는 것이다.

▶與, 여론 업고 野 압박= 새누리당은 ‘민생’을 화두로 처리가 급한 법안들에 대한 처리를 촉구하면서 야당에 대한 등원 압박 전략을 펴고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이날 최고위회의에서 “오늘부터 2014년도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정기국회는 국민을 대변하는 국회가 정부가 제대로 일을 하고 있는지 견제하고 또 내년 예산을 심사 의결하고, 국민을 위해서 각종 민생 법안을 확정하는 것으로 진행된다”며 “현재 우리의 경제가 위기에 처했고, 정국이 경색됐지만 국민 살림살이 살펴야하니 상임위 별로 최선의 정기국회가 되게 하겠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이같은 야당 등원 압박 배경엔 야당의 ‘장외투쟁’에 대한 반대여론이 적지 않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전날 KBS와 미디어리서치가 조사한 ‘야당의 등원’을 묻는 질문에 세월호 특별법 처리와 관계없이 등원해야 한다는 응답(82.5%)이 그렇지 않다는 응답(13.0%)보다 높게 나왔다. 야당의 장외투쟁에 대한 조사에서도 ‘부정 답변(68.8%)’이 ‘긍정 답변(27.3%)’보다 높았다.

▶국회, 예산심의권 포기?= 올해는 국회 선진화법에 따라 오는 11월 30일까지 예산안 심의가 마쳐지지 않을 경우 12월 1일 국회 본회의에 정부 예산안이 자동 상정된다. 여야의 국회 파행이 장기화될 경우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정부의 예산안을 감시하는 역할을 사실상 포기하게 되는 것이다.

새정치연합이 세월호 특별법과 여타 법안들을 ‘연계처리 한다’는 입장과, 새누리당의 ‘분리처리’ 주장이 맞부닥치면서, 여야 대치는 추석 이후까지 장기화될 조짐이다. 추석에 지역을 찾는 국회의원들과 가족들이 함께 모이는 ‘추석민심’이 뒤섞이면서, 자연스럽게 정치권 이슈가 ‘밥상’에 오르고, 이후 야당과 여당의 첨예한 입장차에도 일정부분 변화가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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