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사건
“세월호…이젠 ‘사랑 ’으로 승화할때”
뉴스종합| 2014-09-02 11:28
촌철살인 풍자통해 반성·치유기원
슬픔 딛고 다음 행보 공론화 필요



세월호를 집어삼켰던 진도 앞바다가 양쪽으로 갈라지며 바닥이 드러난다. 거꾸로 뒤집혔던 세월호에서 단원고 학생 등 승객들이 뛰쳐나오며 생존의 환호성을 내지른다. 세월호 참사를 주제로 제작된 만화의 한 장면이다. 시간을 돌려서라도 바다를 갈랐던 모세의 기적이 우리에게 일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을 표현한 이 작품의 이름은 ‘팽목항의 기적’이다.

지난달 25~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색적인 전시전이 열렸다. 세월호 참사를 주제로 촌철살인 유머와 뼈아픈 풍자가 가득한 만화전이었다. 회관은 국회의원들이 상주하는 곳이어서 이곳을 오가는 의원 대부분은 이 만화전을 봤다. 마침 세월호특별법 표류로 국회 일정이 모두 멈추는 상황이어서 만화전을 지켜본 몇몇 의원들은 “뼈저리게 반성한다”며 고개를 떨구기도 했다.

세월호특별법이 정국 이슈 정점에 있을 때 이 만화전을 총괄 기획하고 국회로 들여온 장본인은 고민정(45·사진) ‘재미있는 재단’ 이사장이다. 


재미있는 재단은 2년 전 설립된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사회복지를 전공한 고 이사장이 자원봉사를 즐겁게 하기 위한 방법을 고심하다 만들었다. 고 이사장은 “그간 애도 위주였던 세월호 참사 보다 반 보 나아간 ‘넥스트스텝’을 얘기할 수 있고, 쉽게 설명할 수 있도록 말보다 그림을 선택했다. 그러다보니 만화전이 기획됐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기획이 실제 추진되기까지 고 이사장의 인맥이 큰 역할을 했다.

고 이사장은 대학 4학년이던 1992년 14대 총선 때 당시 부산 동구에서 출마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선거캠프를 시작으로 정치권에 발을 들였다. 이때 천호선 정의당 대표, 이광재 전 의원 등 친노 세력과 만나 참여정부 말기 청와대 홍보수석실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과도 친분이 깊다. 만화전을 열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해줬던 사무총장 조정식 의원과는 20년 지기다. 만화전에 직접 참가한 만화가들도 고 이사장의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동원됐다. 세월호 사고로 조카를 잃은 경기도 안산의 김재성 만화가와 합심해 만화전을 추진했고, 이를 시작으로 전국 각지 만화가들이 참여해 이번 만화전에 무려 200여 명의 만화가가 동참했다.

고 이사장은 “초기 풍자, 비판, 분노의 작품에서 슬픔, 애도로 넘어가더니 이후 위로를 거쳐 지금은 대한민국이 밝아졌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도 나온다”고 소개했다.

그는 “정답은 부모의 사랑이다. 국가가 부모면 국민은 자식이니 국가가 국민을 사랑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우리가 찾는 정답”이라며 “만화전이 사랑으로 슬픔과 갈등을 치유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태일 기자/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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